이근복 (2026) "세대 간 소득 이동과 자산 재생산: 세대 간 사회 이동, 자산 재생산, 소득 이동성, 교차 경로, 행정자료, 수저계급론". 한국사회학 60(2): 1-32. (한국사회학회 회원은 요기서 전문 다운로드 가능.)
개천룡이 안난다는 세간의 인식이나 언론의 보도와 달리, 한국 사회에서 사회이동이 매우 활발하다는 주장은 사회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된 바다. 이 블로그도 찾아보면 여럿 나온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분석은 대부분 교육이나 직업 차원이었다. 소득이나 자산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도 많았다. 중산층이 세습된다거나 자산이 세습된다는 주장들이다. 최근 KBS보도나 경향신문의 잘못된 보도도 그런 인식을 강화시킨다.
그런데 한국사회학 최신호에 자녀의 청소년(14-18세) 시기 부모의 소득과 자산이 그 자녀들이 성년기(30-37세)가 되었을 때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국민건강보험공단 행정자료 원자료를 이용한 분석이 보고되었다. 이근복 박사의 논문인데, 1987-1992년 출생자 전체의 4.3% 정도를 표본추출한 근 32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행정 데이터다. 이 논문에서 사용한 소득과 자산은 서베이 질문이 아니라 국세청에서 국민연금공단에 제공한 자료다. 그러니까 이보다 더 정확한 소득과 자산 데이터는 없다.
이 연구에서 소득과 자산을 모두 균등화한 후 랭크 변수로 전환하고,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랭크-랭크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 방법이 최근 세대 간 사회이동을 연구하는 국제적인 표준 방법이다. 상관관계가 낮을수록 사회이동이 활발하고, 상관관계가 높을수록 소득과 자산이 세습된다는 의미다.
논문 전체의 핵심 결과를 요약하는 24쪽의 기술을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소득의 세대 간 분위 회귀계수는 약 0.20 이다. 이는 덴마크(약 0.20), 노르웨이(약 0.17) 등 북유럽 국가들과 비슷하며, 미국 (약 0.34) 보다는 낮다 (Chetty et al., 2014; Helsø, 2021). 비록 분석 대상 코호트의 연령이 30 대 초반으로 생애 소득이 완전히 실현되지 않은 성인기 초반이라는 한계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치는 한국의 소득을 통한 세대 간 이동 경로가 여전히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자산의 세대 간 이전 정도 역시 미국과 대만 등에서 보고된 자산 이동성 추정치 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Chu et al., 2024; Pfeffer and Killewald, 2018). 국제비교를 통해 볼 때 한국의 자산의 세대간 이동 경로 역시 어느 정도 열려 있는 것으 로 보인다."
이 연구에서 본 자산 추정치는 0.338인데 미국이나 노르웨이 보다 낮고, 스웨덴과 유사하며 덴마크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자산은 더 세습되는거니까 문제가 심각한거 아니냐고 할텐데,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자산의 랭크-랭크 상관관계가 소득보다 높다. 어느 국가나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 보다 높고, 어느 국가나 자산의 세습이 소득의 세급 보다 강하다.
종합하자면, 한국의 세대 간 사회이동은 소득과 자산의 사회이동 측면에서 덴마크, 노르웨이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국가가 지금까지 보고된 국제 비교연구에서 사회이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국가들이다.
90년대 출생자는 뭔가 다르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이 연구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 논문에서는 출생 코호트별로도 랭크-랭크 상관을 추정했는데, 모든 코호트가 거의 같다.
그러니까 한국 1987-1992년 출생 코호트의 소득, 자산 세대 간 이동은 전세계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Ps. 그럼 도대체 왜 한국은 이렇게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언론은 그 인식을 재생산하나? 제가 주장하는 바는 상위계층의 계급투쟁이다. 21세기들어 대학 교육 기회, 입사 기회 등 많은 기회가 공정해지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상위계층의 계층 재생산이 어려워졌다. 기회가 공정해진다는건,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는 의미이고, 그렇게 되면 경쟁이 심화된다. 사회이동이 활발해지면 상향이동 뿐만 아니라 하향이동도 당연히 생긴다. 상위계층의 재생산에 문제가 생기게끔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위계층 입장에서는 계층 재생산을 위해서 어떻게 해서든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데, 변화를 위해서는 현 체제로는 안된다는 불만과 불안이 필요하다. 판이 흔들리면 기회가 열리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