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론과 검찰이 너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시민과 언론종사자들이 너무하는 언론과 검찰에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대부분의 언론종사자들이 너무한다고 지금 얘기하는 그 행위에 동참 하였다.

우리는 왜 이러는걸까?

사회조사방법론 시간에 꼭 배우는 내용으로 밀그람의 실험이라는게 있다. 1963년에 밀그람이라는 학자가 독일에서 왜 홀로코스크가 일어났는지, 그 많은 사람들이 그 잔인한 행위를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실험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실험에서 피실험자는 문제를 읽고 옆방에 있는 응답자가 잘못된 답변을 하면 전기충격을 주도록 하였다. 피실험자는 응답자를 보지는 못한다. 전기충격은 처음에는 약했지만, 갈수록 강도가 세어진다. 150볼트가 넘어가면 옆방 응답자의 비명도 들리고, 330볼트가 넘어가면 더 이상 비명도 들리지 않게 된다. 연구자는 피실험자에게 옆에서 전기충격을 계속 주도록 지시한다. 물론 전기충격은 가짜다.

충격적이게도 80%의 피실험자가 150볼트까지 전기충격을 주었고, 비명이 들린 다음에도 65%의 피실험자가 450볼트까지 전기충격을 주었다.

문제를 맞추면 좋겠지만, 틀리더라도 그게 어디 전기 충격을 가할만한 잘못이겠는가. 대부분의 인간은 잘못된 것인줄 알면서도 권위와 분위기에 복종하며, 10볼트씩 올리는 충격 강화에 설마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80볼트의 충격을 이미 주었는데, 10볼트 올린다고 뭐가 대수겠는가.

1963년은 옛날 일이고, 지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마 전에 버거 교수가 유사한 실험을 하였다. 인권에 대한 가치도 높아졌고,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의식도 높아지지 않았던가. 그러나 여전히 70%의 피실험자가 150볼트까지 권위에 분위기에 복종하여 응답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였다.

150볼트 이상으로 볼티지를 올리는 실험은 이 번에는 행해지지 않았다. 밀그람의 실험은 응답자의 비명 때문에 정신적 충격을 입은 피실험자에 대한 윤리 문제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되는 과학 실험의 대표적 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실험의 교훈은 이념, 의식, 문화가 발전하더라도, 어떤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가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잔인해질 수 있다는 거다. 더군다나 그 지시가 권위있는 상부로 내려올 때, 그 지시를 어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사 그 지시를 어김으로써 자신이 당하는 피해가 전혀 없더라도.

노무현의 죽음에 대해 언론인, 정치인,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미안함은 사회적 분위기와 권위에 복종하여 그를 죽음으로 몰아가는데 자신도 눈꼽보다 작은 정도라도 기여했다는 죄책감과,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애초부터 알고 있었던 감정이 뒤섞여 일어 나는, 인간들의 보편적 행동 양식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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