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복지

복지국가 2010. 6. 1. 12:08
맬더스의 법칙이 지배하던 시절, 그러니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던 산업혁명 이전 시절에, 평화가 지속되고 인구가 늘면, (아시아는 모르겠다만) 유럽에서는 반드시 배고픈 시절이 도래했다. 산업혁명 이전에 인류 사회의 최대 복지는 전쟁이었다.

전쟁으로 다수의 생명이 희생되고 나면 식량 생산은 그대로이지만, 인구는 줄어서 살아남은 자들의 복지 수준은 높아졌던 것. 전쟁 그 자체가 복지였던 것. 물론 살아남은 사람에게만.


미국에서 2차대전 이후의 선거는 전쟁 복지와 재분배 복지의 선택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정부"는 순 뻥이고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늘리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의료보험, 고용보험, 소셜시큐러티 등을 늘려서 복지를 제공하느냐의 과정.

2차 대전과 냉전 시절에 군수공장, 군부대 등의 시설이 들어선 지역은 지역경제도 발전하면서 동시에 정치적 보수화도 이루어졌다 (http://asr.sagepub.com/cgi/content/abstract/75/2/185). 일부 미국인들에게 전쟁은  복지였던 것.


미국과 유럽의 복지체제의 차이를 설명하는 논리 중의 하나가 전쟁의 공동경험이다. 2차 대전의 참상을 공동으로 경험한 유럽인들은 공동체 의식이 생성되고, 모든 것이 파괴된 상태에서 재건한 것이므로, 재건의 결과를 공유해야겠다는 사민주의 의식이 생겼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고 인종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미국은 복지에 미적지근한 경향이 생겼다는 것.

한국도 6.25의 참상을 겪은 후 재건한 국가이기에 비록 박정희가 개발독재를 하고 재벌을 비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부의 재분배 수준은 상당히 양호하였다. 이 역시 전쟁이 복지에 기여한 케이스.


전쟁하자는 소리 아니니 오해 마시고... 파괴에서 창조되는 역설에 대한 단상이 좀 있었다는 것.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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