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6300원으로 사해진미를 즐기는 황제가 있다면, 미국에는 복지혜택 받아서 캐딜락 굴리는 여왕이 있었다.

"시카고에 사는 캐딜락 모는 복지 여왕"은 1976년 공화당 대선에 나선 로랄드 레이건 후보가 퍼뜨린 이미지다. 이런 여왕은 물론 실재하지 않았다. 미국식 복지국가를 혐오한 공화당과 레이건이 만들어낸 허위 이미지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딜락 여왕"에 대한 거부감은 1980년에 집권한 레이건 행정부가 여러 복지혜택을 삭감하는 정치적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혁혁히 일조한다.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미지 아이콘 중 하나는 분명히 허구였던 것.

복지가 확대되다 보면 시혜적 복지를 받는 계층에 대한 반감이 생기고, 이 반감을 정치화하기 위해서 허위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참여연대에서 최저생계비 체험 행사를 마련한 주 이유는 서민을 모르는 정치인들에게 최저생활비의 생활상을 알림으로써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겠지만, 허위이미지의 생성을 막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못내 견디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캐딜락 여왕"과 유사한 "복지 황제"라는 허위이미지와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데에 대한 부조화. 그 대책은 6300원으로 황제같은 하루를 보냈다는 정신 승리 밖에는 없겠지.



ps. 차명진 의원의 하루체험 행사 중 수급자를 돌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기부금으로 썼다는 1천원도 이 양반에게 쓴 것이다. 이 수급자가 추가 혜택을 받기 위해 동사무소에 신청서를 내고 구청의 허가를 받기 까지 며칠이 걸린단다. 차 의원은 그 며칠을 앞당기기 위해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는 그 날 오세훈 시장에게 전화를 건다. 바로 조치를 취해 달라고.

하루 최저생계비 체험 중에도 발휘하고야 마는 이 못말리는 권력질도 황제드립 만큼이나 짜증스러웠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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