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특수관계라는 말은 남북관계를 보편적인 외교관계의 원칙에 의거해서만 임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보고 일반적 외교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하면, 이는 남북이 특수관계임을 부정하는 것.

남북의 언어가 같다든가, 서로 겹치는 친족이 좀 있다든가, 국경을 맞대고 있다고 해서 특수관계가 되는게 아니다. 외교관계에서 모든 국가가 다 나름 특이성이 있다. 이 특이성을 일컬어 특수관계라고 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모든 변수(variable)를 잠재변인(latent variable)으로 보는데, 이런 식의 인식을 강하게 주장하면 이는 변수 = 잠재변수가 되어서, "잠재"의 의미를 해체하는 말장난이 된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동맹"이라는 일반적 외교관계다. 한미를 특수관계로 보는 시각은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라는 북한식 사고다. 한국과 미국이 아무리 죽고 못사는 식으로 친해도 헌법에 두 국가의 관계를 명토박아 두지는 않는다. 왜? 미국의 영향력이 크고, 재미동포가 많다 할지라도, 한미관계는 일반적 외교관계의 테두리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힌은 한국 헌법에, 한국에서 집권을 목표로 하는 대부분의 (아마도 모든) 정당의 강령에 <통일을 궁극적 외교 목표>로 설정해둔 특수관계다. 설사 유엔에 두 국가가 모두 가입해서 다른 외국으로 부터 특수관계를 인정받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할지라도, 이는 상황변경일 뿐, 한국이 북을 대하는 기본 시각이 바뀐 것이 아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원칙도 남북은 특수관계라는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상품은 일반적인 외국과의 통관, 관세의 절차가 아니라 다른 절차로 인정받아야 한다는게, 두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인정하기 싫어해도, 미국을 포함한 다른 외국에 이 입장을 설득할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개인이야 한미관계를 특수관계로 볼 수도 있고, 남북관계를 일반적 외교 관계로 볼 수도 있다. 남북관계의 기본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요즘이 국시가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했다고 감방가는 전두환 시절이 아니다). 분단이 지속될수록 남북을 일반적 외교관계로 보는 태도는 늘어나겠지. 그러나 적어도 아직까지는 정부나 공당은 남북이 특수관계라는 사회적 합의를 공유한다고 전제된다.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 모든 정당의 강령에 '통일'이 언급되어 있다.

언론이나 공론의 장에서는 이 공유된 전제에 기초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개인이 나름 생각하는 남북관계, 개인이 나름 생각하는 한미관계에 기초해서 정부와 정당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게 아니고.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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