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가 의제설정은 잘 하는데, 결국에는 이데올로기적 선호에 따라 논조에서 삐딱선을 탄다. 다른 언론보다 조만간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은퇴하면 발생할 노인문제의 심각함을 가장 먼저 보도하는 순발력, 사설에서 이 문제를 <가족의 해체>와 대안적 <체제>의 부재에서 찾는 것도 훌륭하다.

하지만 가족이 해체된 후의 대안은 <복지>를 빼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굳이 에둘르는 태도는 조선은 역시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족의 해체는 90년대말 경제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가족사회학 하는 사람들이 필드연구 후에 증언하는 것을 들어보면 매우 심각하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가족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해체되었다고 한다.

노인복지를 가족유대에 의존하던 한국 경제 체제에서 가족의 해체는 곧 노인복지의 해체다. 무상급식 비용은 노인문제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여러 번 얘기했지만, 지금의 복지논쟁은 서로 잽을 교환하는 단계고, 진검승부는 아마 노인복지 문제에서 이루어질거다.

복지정책이 잘 갖추어져 있는 선진국에서도 이 문제는 엄청난 골치거리다. 미국이 노동복지는 꽝이지만, 노인복지는 상대적으로 잘 되어 있다. 선진국에서 노인 복지의 가장 큰 고민은 노년인구는 늘어나고, 건강은 좋아지는데, 노동시장에서의 은퇴시기는 오히려 앞당겨졌다는 점이다 (다행히 미국에서 1980년대 이후로는 더 이상 은퇴연령이 앞당겨지지는 않고 있음). 미국에서 1986년인가(기억이 부정확)에 연령차별금지법으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은퇴 연령에 대한 법을 폐지하였다. 일하고 싶은데 강제로 은퇴해서가 아니라 자발적 조기 은퇴가 문제다.

선진국은 노인들이 일할 능력이 되는데도 일찍 은퇴해서 문제고, 한국은 노인들이 은퇴하기 싫은데 강제로 은퇴당하는게 문제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노동시장 정책으로 노인복지 문제를 해결하기에 더 용이한 처지에 있다.

혹자는 장년층의 은퇴가 늦어지면 청년층의 일자리가 더 줄어드는것 아닌가라고 의심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남성의 실업률을 높이지 않았고, 프랑스에서 은퇴 연령을 올려서 더 많은 노년층 인구가 노동시장에 남았을 때도 청년층의 실업율이 증가했다는 증거가 없다.

보편적 복지 정책을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 민주당과 진보세력이 <50-60대의 노동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 + <60대 후반 은퇴 이후의 복지 정책>을 제안해 주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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