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의 신뢰성

기타 2011. 3. 16. 22:15
1.
언론기관의 신뢰성은 공공성이 있는 팩트의 전달에 있다. 완벽히 확인이 안되었더라도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공익성이 강하다면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필적 감정을 받았다는 sbs의 보도는, 비록 경솔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이해한다.

하지만 편지 전문을 실은 한겨레 등의 보도는 경솔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보도만 접하는 나같은 사람들도 편지의 사실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에 충분한 몇 가지 정황적 요인들이 있었다. 몇 주만 기다리면 될 일을 팩트 확인 없이 경쟁적으로 보도할 필요는 없었다. 이 번 사건을 두고 보도에 신중을 기한 오마이뉴스의 태도가 빛났다.

2.
정부기관의 신뢰성은 최종 결정자로써의 정확성에 있다. 언론에서 시비가 붙어도 최종 확인은 정부기관이 한다. 괜히 "공공"기관인가.

필적감정도 나오기 전에 편지봉투의 절개를 두고 조작이 의심된다고 섣불리 기자회견을 했던 경찰은 이해가 안된다. 그 기자회견 때문에 경찰이 의도적으로 한 쪽 방향으로 몰아간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느린 듯 해도 확실해야 공공기관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3.
일본이 지진과 쯔나미로 부터는 상대적으로 쉽게 정상궤도를 되찾으리라 생각했는데, 핵위기는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일본의 핵위기는 일본 정부의 신뢰성의 위기이기도 하다. 근대 사회의 "안정성"을 떠받치는 근본은 국가다. 관료제의 효율성과 이에 바탕한 국가기관의 신뢰성 없이는 "안정성"이 없다. 일본정부는 잃어버린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고, 그에 비례해 일본 경제의 회복도 더딜 것이다.

4.
연구에 따르면 기관에 대한 신뢰성이 높으면, 이기적인 행동을 자제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높을 때 조세 저항도 적고, 세금인상도 가능하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증세가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는 세력은 신뢰성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