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

정치 2011. 3. 22. 22:08
이 번 주가 봄방학이고, 더욱이 어제 논문도 하나 마무리한 김에 하나 더 달린다~~

한 분이 나의 현실감각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니 덩달아 몇 분이 확대재생산한다. 그동안 헛소리한게 많다보니 찔리지 않는 건 아니다. 외국에 있다보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뒤늦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보니 지난 번과 이 번 포스팅의 계기가 된, 바람계곡, 오돌또기, 나, 모두 외국 거주자다.)

스스로 반성도 할 겸, 약간의 복기를 해보고자 한다.

1.
민주당의 노선을 둘러싼 논쟁은 중도강화론 대 좌클릭론이었다. 오돌또기님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통 민주당 지지자 분들이 중도강화론을 폈다. 지난 대선에서 좌클릭을 안해서 민주당이 죽을 쒔다면 민노당은 왜 망했냐는 게 논리.

아시다시피 나는 민주당 좌클릭이 살 길이라고, 드 넓은 왼쪽 공간이 비어있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2009년에 쓴 본 블로그의 사실상의 첫글이 복지국가에 대한 글이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되었나?

정통 민주당 지지자들도 지방자치제 선거 이후로 슬그머니 복지 얘기하는데, 그 변화를 적극 환영하니, 지금 민주당이 유시민 따라서 중도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마시라.


2.
노대통령이 서거한 후 당시 스켑렙에서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노풍은 금방 꺼질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요기).

대부분의 분들이 친노세력이 부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고 했다. 다는 아니지만 그 때는 노풍은 없을 것이라고 외치던 분들이 이제와서 유시민의 인기가 노대통령의 유산을 사기로 독차지 했다고 주장하면, 이거 믿어야 하나?


3.
한가지 인정하는 전망의 실패는, 유시민이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게 옳지 않고 성공가능성이 희박하기에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틀렸다.

정치인 개인의 선택 관련해서 이걸로 세 번째 예측오류인데, 하나는 1987년에 양김이 분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두 번째는 2002년 이인제가 민주당에서 또 떨어져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점. 유시민의 국참당 창당이 세번째다.

이렇게 틀리게 예측했던 논리는 모두, 분열이 그 후보에게 이득이 안되기 때문에 합리적 행위자는 그럴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분열이 그 후보에게 이득이 안되는 건 모두 맞았지만, 그래서 그 후보가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나의 예측은 틀렸다.


4.
민주당과 관련된 크게 도드라보이지 않지만 또 하나의 논쟁이 있다. 통합론 대 독자행동론. 나는 2009년부터 대통합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고, 김기식이 빅텐트론을 얘기했을 때, 적극 찬성한 바 있다. 이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다른 흐름은 민주당이 연대보다는 고난의 세월을 겪더라도 이들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행동론을 주장하는 분들도 통합에 반대하지는 않는데, 그 전제는 민주당에 들어오라는 것.) 아직 결론이 난 사안은 아니지만, 적어도 흐름은 독자행동론보다는 통합, 연대론이 우세다.


그래봤자 인터넷 상에서 취미활동으로 쓴 낙서지만...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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