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 게시물.

재벌에 대한 태도는 참 묘하게 갈리는 부분 중 하나다. 나도 노통의 "권력은 시장으로"라는 발언에 눈동자 휙돌아간 사람 중 하나다. 건희제의 국가 질서 문란 행위와 그에 투항한 노정권의 태도에 분노를 금치 못하며, 뭔가 제도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와는 별도로 재벌의 한국 경제발전에 대한 역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예전에 노-정 단일화를 탐탁치 못하게 생각했던 이유도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에게 권력을 넘길 수는 없다고 믿기 때문. 민주당-참여당 단일화 되어도 상대방을 못찍겠다고 하는 분들을 일정 정도 이해하는게, 나 역시 정몽준으로 단일화되었으면, (뭐 어차피 미국에 있어서 투표권 행사도 못했지만) 기권이 쉽지 찍지 않았을 듯하다. 차라리 한나라당이 집권하는게 재벌에게 권력을 넘기는 것보다는 낫다고 아직도 믿는다.

지금 건희제에 거품무는 분들이 왜 현대가에는 우호적인지 의문이다. 정몽준이 대통령이 되어서 임명한 대법관들이 이건희에게 유죄판결을 했을까? 삼성과 현대는 질적으로 달라서, 현대 재벌은 선이고, 삼성 재벌은 악이라고 믿는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한국이 군사독재 기간 중에,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성과물의 분배가 비교적 평등하게 이루어진 이유도 재벌이 정치의 하위에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남미의 경우나, 최근 미국 사회의 변화를 보면 부르조아의 이해가 정치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사회는 분배 구조가 필연적으로 악화된다.

예를 들어, 미국사회의 불평등 악화에 대한 정치학적 설명은 초기의 경제적 분배악화가 부르조아가 정치인들을 합법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고 (예를 들면 극단적 노선을 취하다가 선거에 떨어지면 우파 싱크탱크에서 고액의 연봉 제공), 부자들의 경제적 이익에 충실한 정치인들이 경제적 재분배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는 제도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정치와 재벌은 "적절히" 연결되어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너무 밀접하면 안된다는 사회학적 논의의 대표 저서로는 피터 에반스의 "Embedded Autonomy"가 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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