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 달린 여러 분들의 견해인데, 일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 자리에 다시 소개합니다. 


시닉스

교육이 어려워야 한다는 지적은 정말 동의합니다. 전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게 공부외 다른 재능에 대해선 선천성을 인정하면서 왜 공부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시험은 정상적으로 공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께 묻고 싶어요. 그럴거면 시험을 왜 치냐고. 당연히 걸러주고 서열화해야 합니다. 서열화 자체에 불만들이 많은데 서열화 안하면 어쩔건데요? 서열화를 해야 수학에 재능이 잇는지, 국어에 재능이 있는지를 알죠. '그냥 공교육 받으면 누구나 풀 수 있는 수준'이라면 아무나 수학과가고 국문과가고 그래도 되게요? 그랬다간 사회적 비용은 물론이거니와 개인의 인생에도 엄청난 마이너스이고 결국 공부외 다른 수단으로 서열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부자들에게 훨씬 더 유리합니다. 

이건 공부외 다른 분야를 적용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죠. '학교 체육시간에 충실하면 누구나 프로스포츠 선수 될 수 있다.' 혹은 '학교 미술 시간에 충실하면 누구나 화가로 먹고 살 수 있다'란 말을 하면 바보 소리듣죠. 이상하게 공부에 대해선만 '노력만 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들이 너무나 강합니다.



Q

누구나 학교 미술 시간에 충실히하면 미술 선생님이 되거나 실용 미술가가 될 수 있죠. 또 학교 체육 시간에 충실하면 체육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될 수 있고요. 

마찬가지로 수학 열심히 하면 전문적 수학 연구자가 될 수는 없지만 수학 교육자가 될 수 있죠. 오히려 전문적 수학 연구자보다 수학 교육자가 교육을 더 잘하겠죠.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무척 우습네요. 중등 교육은 고등 지식을 쌓게 하는데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다양하고 폭넓은 시각을 갖춘 교양인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대학에서부터 전공 지식을 쌓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시닉스

글쎄올시다. 누구나 학교 미술에 충실하면 미술 선생님이 되거나 실용미술가가 될 수 있다고요? 재능이 없어도?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별로 바람직한 인생으로 보이지 않는군요. 말 나온 김에 이야기지만- 그리고 제가 그 분야 언저리에 있어서- 정말로 재능이 없어도 학교 미술 시간에 충실하면 실용미술가로 밥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재능이 있어도 포기하고 다른 길 찾는 사람이 널려있는데? 현업 미술인들을 우습게 봐도 너무 우습게 보는 말씀이 아닌지? 제가 보기에 '재능이 없어도 학교 미술 시간에 충실하면 미술로 밥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면 몰라도 '현실이 그렇다'고 주장하신다면...

그 다음 수학 열심히 라고 말씀하셨는데 핀트가 조금 다릅니다. 저도 과외 좀 해봤는데 수학은 재능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학보다 다른 재능있으면 다른 쪽으로 키워주는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현실은 그냥 열심히만 하면 수학 교육자가 될 수 있지도 않습니다. 열심히 할 뿐더러 재능까지 있는 애들이 한정된 수요를 차지합니다. 재능 없는 아이보고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건...저라면 그렇게 가르치지 않겠습니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으로 판단한다는게 우습다고 하시는데 그럼 뭘로 판단할까요? 선생이 봐서? 아이가 스스로 있다고 우기는 걸로? 제비 뽑기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나 다른 기준을 먼저 제시하는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중등교육이 님 말대로 그런 목적이 있다는걸 부정하지 않겠습니다만 그 목적만 달성하면 그만인 중등교육이라면 저부터 제 자식 공교육에 보내지 않을 겁니다. 자신의 재능으로 보건대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게 가장 좋을지조차 안가르쳐주는 중등학교는 낭비입니다. 아니면 대학가서 이 전공, 저 전공 돌아다니며 자기 적성과 재능 파악해요? 한 10년 떠돌아다니면 가능하겠지요. 돈이 남아돕니까?


 
i.D.

공교육이 자신의 적성을 철저히 깨우쳐주는 것이 또 사실이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중등교육 기간에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쉽게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것을 저의 예로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적성검사 하면 항상 예술쪽이었고-참고로 제가 지금 운영하는 블로그도 포스트모던 예술, 디자인, 패션, 음악 등을 주로 다루는 개인 블로그입니다 취미삼아 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작 공교육은 저에게 아무런 제시도 해 주지 않았습니다. (bold accent!!->) 무조건 공부하고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직장을 얻어 장가 잘 가야된다는 신념을 주기만 했지, 내가 뭘 잘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성적도 전체적으로 좋지 못했습니다. 공부를 안 하니까 다 안 좋게 나왔고 비교적 쉬운 과목-평균점수가 굉장히 높았던-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수리능력이 특히 좋지 못한 편이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선생들은 그냥 하면 된다고 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길이 마음에 안 들어 빠져나왔고, 학교공부를 그만 두고 독학해서 지금은 해외에서 사회학을 공부중에 있습니다. 참고로 아주 즐겁게 통계학과 미적분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듣기에는 제 자랑 같이 들리시겠지만, 결국 확연한 적성에 분류되기 힘든 예이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공교육은 아무런 저의 적성에 대한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저 제도외에서 스스로 찾아낸 경우입니다. 높은 교육수준을 통해 재능이 있는 학생이 적성에 대해 인지하고 분류되고 특화된다면 좋은 진로에 대한 모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놀기를 좋아하고, 그것에 대해 잘 모릅니다(통계나 자료는 기사만 보셔도 아실 겁니다). 기존 life-long learning에서도 그 점을 지적하듯이, 인간은 중장년이 돼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일찍이 사회 구조로 인한 직업관이나 인생관에 대해 물색해 보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 있어서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구조적 왕도에 맞추는 학생이 비율적으로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단편적으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이외에도 많은 것이 보이는데 글이 길어지니 이 정도로.



개인적인 느낌을 추가하자면, 어느 나라의 중등 교육도 제가 알기로는 경쟁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경쟁의 구조가 다를 뿐이죠. 서열화 역시 그 방법만 다를 뿐, 서열화 없는 중등교육을 시키는 국가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어릴 때 진로를 정해주는 소위 Sponsored mobility 체제를 가지고 있고, 미국은 나이들어서도 지속적으로 경쟁을 통해 검증받는 Competitive mobility체제를 가지고 있죠. 아마 문화적으로 한국은 전자의 시스템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미국에 비해 한국은 시험을 통하지 않는 acriptive characteristics에 의한 서열화가 낮은 편입니다. 당연히 시험을 통한 서열화가 더 돋보일 수 밖에 없고, 이게 꼭 나쁜 것인지 의문입니다. 

i.D.님이 말씀하시는 life-long learning은 맑스도 얘기했던 오래된 꿈이나, 저는 개인적으로 life-long learning을 강조하는게 반드시 좋은지 의문입니다. 미국에서 (제가 아는게 미국 밖에 없어서 그러니 양해해 주시기를) intra-generational occupational mobility는 최근에 증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늦게 깨달은 능력의 발현이라기 보다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따라 강제된 변화입니다. 생애 기간 동안의 직업변동 횟수가 늘어나면서 경제적 삶의 안정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을 평생 교육을 통한 생애 내 사회이동의 증가로 긍정적 현상으로 보거든요.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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