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 감상

기타 2011. 7. 21. 05:42
1. 훌륭한 중산층 복지

서울은 매우 깨끗했다. 내가 가 본 미국의 어느 도시보다도 시설이 좋다. 청계천, 한강 고수부지 남쪽의 시설, 광화문 광장, 신사동 가로수길, 삼청동 등 도시를 즐기기에 좋다. 처음 가 본 여의도 고수부지는 내가 알던 한국이 아니라, 사진에서만 보던 선진국의 한 풍경이었다. 각 구와 동별 지역 문화센터도 훌륭해서, 노인과 가정주부가 삶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다.

한국의 경제발전 수준은 선진국 바로 밑이어서 돈은 모자라지 않고, 복지는 약해서 쓸데는 적으니,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 즐길 수 있는 여가용 건축 시설에 주로 투자하는 것 같다.

2. 그로테스크한 영등포 풍경

영등포역 주변에 타임스퀘어라는 빌딩이 들어섰다. 내부에는 명품점들이 입주해있고, 음식점, 놀이시설 등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럽다.

하지만 이 빌딩 근처 영등포역은 노숙자로 가득차있다. 내가 갔을 때도 역 앞에서 노숙자끼리 싸움이 벌어졌다. 그 옆에 경찰 2명이 무신경하게 서 있고. 노숙자 쉼터를 영등포역 인근에  건립한다는 소식에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현수막이 여러 곳에 펄럭인다.

도시 빈민을 연구하는 한 학생은 노숙자들에게 접근했다가 이들의 빈약한 재활의지와 공격성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3. 중산층의 관심은 오직 교육

한진중공업에 관심이 있는 집단은 내가 했던 특강에 참석하기로 했던 학생들 뿐이었다. 희망버스로 부산에 갔다 왔더니 너무 피곤해서 특강에 참석못하겠다고...ㅠㅠ

자녀를 가진 중산층의 관심사는 교육 문제 밖에 없는 듯.

4.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중산층

내가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40대 중산층이다. 서울이나 인근 신도시의 괜찮은 동네에 괜찮은 아파트를 소유하거나 전세로 살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소득과 소비 수준도 높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처지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록 당장의 수입은 나쁘지 않지만, 10년 내에 은퇴 압력에 직면할 것이고, 모아놓은 재산도 얼마 없다고 느낀다.

이들의 준거집단은 강남에 4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모아놓은 재산 때문이든, 직업의 안정성 때문이든 은퇴 걱정이 없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5. 학자의 역할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회학자들이 (아마도 그들이 경험적 연구를 하는 분들이라 그렇겠지만) 프로젝트를 몇 개씩 안고 있었다. 여러 명의 교수가 나와의 잠깐의 미팅 동안에 방송국, 정당, 정부기관 등 다양한 단체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한 교수는 하루 종일 연구실에 앉아서 보내는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과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진득히 앉아서 새로운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배운 것을 당장의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풀어놓는 것 처럼 보인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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