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코노미스트지에 국가의 문화가 재분배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소개되었다.

상식적인 얘기처럼 들리지만, 재분배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문화 때문인지 아니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다른 제도 때문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이 기사는 하바드의 Luttmer와 Singhal의 연구(NBER Working Paper 14268)를 소개하고 있는데, 유럽 내에서의 이민자들이 가진 재분배에 대한 의견을 연구한 결과, 현재 살고 있는 국가와 상관없이 원래 태어나 살던 국가의 평균 재분배에 대한 문화와 이민자들의 재분배에 대한 태도가 정의 상관을 가진다는 거다.

결론 자체 보다는 모든 것이 endogeneous한 상황에서 문화의 효과만 추출해낸 스마트한 아이디어가 연구의 장점인데,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고.

이들의 논문 중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더 관심이 가는 결과는 자영업자나 투자가의 분배에 대한 선호도는 다른 집단보다 떨어진다는 거다. 자영업자가 30%를 차지하고, 서울에 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상황은 재분배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즉, 소상인을 정책 대안 제시의 중심으로 놓는건 진보적 정책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진보적 아젠다를 구현하면서도 전통적인 한나라당 영역을 침투하기 위한 민주당의 정책적 타겟은 노인층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지방분권과 균등발전으로 전통적인 보수 지역이던 충청도가 개혁 세력을 지지하듯, 복지 아젠다로 전통적인 보수세력이던 노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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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로긴 2009.06.17 2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민주당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할 혜안이네요.

  2. 비로긴 2009.06.17 2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젠가 티비에서 연령대별 여론조사와 시민패널이 나온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현재 정부에 요구하는 정책방향이 노령에 가까울수록 복지부문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더군요.근데 한편으론 '그렇다면 왜 한나라당을?'...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분들의 이런 기이한 지지를 바꾸기도 쉽지 않겠다 생각이 드는 게,
    오직 한나라당만 찍는 그 분들을 보면 머리속에 '분배 = 성장(어디까지 인지는 모르지만) 후 가능한 일'의 도식이 고정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작 다른 당에서 분배,복지를 외쳐도, '성장은? 그거 성장후에 가능하잖아.'라고 꿈쩓도 안하겠지 싶어요.
    혹은 아예 한나라당의 성장공약, 예를들어 뉴타운개발, 대운하공사등에서 떨어지는 보상비와 같은 '떡고물'들을 진정한 분배로 인식하고 있지 않나...같은 생각까지 종종 듭니다.

    • 바이커 2009.06.17 2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최소한 가능성은 있다고 할 수 있죠. 분배를 외치기만 했지, 실제 혜택을 안겨준 경우는 아직 적으니까요. 미국에서 부시의 사회보장정책의 민영화에 가장 반대했던 계층이 노년층이라는 것도 음미할만한 일이고요.

    • 피노키오 2009.06.18 0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분들 말씀을 듣고 있으면, 한국에서 정당의 복지정책이 주는 이익보다는 한나라당이 약속하는 떡고물이 훨씬 본인들에게 이익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이죠.
      저는 인간의 투표행위가 그렇게 이념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어떤 것이 나에게 가장 큰 이익인지를 냉정하게 따진다고 봅니다. 지역주의도 결국 그거 아니겠어요? 개혁세력의 복지 정책보다는 지역당이 약속하는 떡고물이 훨씬 크다고 여기는거죠.

  3. 피노키오 2009.06.17 2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주당에서 노인 복지 떡밥을 던지면 한나라당이 더 큰 떡밥으로 즉각 반응할 것 같네요. 결국 한나라당이 쉽사리 제조할 수 없는 떡밥을 만들어야할텐데요..

    • 바이커 2009.06.17 2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나라당이 복지 쪽으로 더 큰 떡밥을 던진다면야 쌍수를 들고 환영이죠.

    • whataday 2009.06.17 2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줏어 들은 바로는 한나라당 진영은 이런 중장기 플래닝이 상대적으로 강력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윗글처럼 정책을 가지고 긍정적 방향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잔머리나 술수를 쓰는 것이죠.
      한나라당은 이미 저질러 놓은 것이 있어서 '복지'같은 걸로 즉각 반응하는 짓은 하기 힘들겁니다. 시뮬레이션 해보면 '지지율폭락' 뭐 이렇게 나올텐데요.

      사실 저는 저 글에서 눈여겨 보고 싶은 게 '복지'라는 것보다는 민주당이 과연 '중장기 전략'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지지율은 항상 뒤지는데 이걸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는 문제에 대해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똑같이 복지를 거론해도 전략과 전술을 다르게 하면 먹힐 수 있다는...

      민주당도 그렇고 열린우리당도 그랬고,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사고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늘 고만고만...

    • 피노키오 2009.06.18 0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whataday/
      지금 바이커님더러 정치를 하시라고 요청하시는 중이신지요?

      바이커/
      문제는 한나라당은 노인복지 떡밥을 던질때 다른 복지쪽의 떡밥을 뺏어서 만들거라는데 있죠^^

    • whataday 2009.06.18 0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피노키오/
      아이구 그런 건 아니구요.
      저 글을 읽고 '복지' 자체보단 민주당에 똑똑한 중장기 전략가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4. 오그드루 자하드 2009.06.18 0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충청도와 강원도 전부가 개혁세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하고 고령화된 농촌 지역일수록 개혁세력이 파고들기 어렵다는 게 통념이었는데 그게 뒤집어졌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고 싶습니다.

    단점이라면 그렇게 개혁세력들이 새로 확보한 지역들이 청주-청원을 제외하자면 꽤 가난하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