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기사


좋은 기사다. 


서울신문 기사의 아래 그래프에서 괄호 안의 수가 명목적인 소득대체율이고 그래프 오른쪽의 숫자가 실질대체율이다. 보다시피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실질대체율은 50%에 가깝거나 그 이상이다. 한국은 단지 23%.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명목대체율도 대부분의 국가가 50%가 넘는다. 


기사에서도 써있듯 명목대체율이 낮은 국가들은 앞으로 오히려 인상할 계획이다. 



복지 논쟁에서 무상급식이 깃털이라면 연금은 몸통이다. 깃털인 무상급식을 그토록 망가뜨릴려고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몸통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은 찬성하면서 연금 대체율 50% 인상을 반대하는건 복지의 변죽만 울리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복지 논쟁에서는 복지 확대가 아닌 긴축 재정 논리에 찬성하는 모순이다. 




나는 도대체 왜 복지부가 연금 적립금 고갈 시점을 가지고 통계 장난을 그렇게 심하게 치는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적립식으로 연금을 운영하지 않고 있고, 적립 연금은 언젠가는 고갈될 수 밖에 없고, 그 자체는 복지 유지에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복지부도 누구보다 잘 알텐데.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현 세대는 1%만 연금 부담을 늘리겠다는 건 무책임하다고 비판할 수 있는데, 이것도 핀트가 빗나간 얘기다. 연금 부담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릴 수 밖에 없다. 1% 연금 부담 인상은 시나리오로 따져보면 그렇다는 얘기일 뿐이다. 2060년까지 지속적으로 연금 부담분을 높이는 개혁을 하는게 당연하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든 그렇지 않든 이건 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적립 연금이 연기금으로 주식 등에 투자되고 있고, 이는 복지 기금으로 간접적으로 주식 등 자산 부자들의 살을 찌우는 역재분배 효과를 지닌다. 복지 연금이 불평등을 줄이기 보다는 불평등을 높이는 효과다. 복지부에서 연금의 적립금을 계속 유지하려는 진짜 이유가, 혹 현정부와 복지부는 국민 전반의 복지보다는 자산부자들의 재산을 지키고 늘려주는데 더 신경쓰는건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한국은 국민 연금 강화가 절실하다. 노후 보장으로 삼자정립, 내지는 삼발이 원칙이라는게 있다. (1) 공적 연금; (2) 회사 등 사부문에서 보장해주는 연금; (3) 개인이 축적한 부, 이 세가지로 노후를 대비한다는 거다.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공적 연금의 보장성이 낮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401k로 칭해지는 회사에서 보장해주는 추가적 연금이 있고, 여기에 개인 자산이 있다. 이런 것들을 모두 합치면 미국의 노후 보장 정도가 유럽에 비해 많은 사람이 지레 짐작하는 것 만큼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회사 등 사부문에서 보장해주는 연금이 없고 (퇴직금이 일종의 그런 기능을 하지만...), 개인이 축적한 부의 효과는 매우 작다. 공적 연금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이 중복지 국가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한국이 복지에 쓰는 돈은 GDP의 10% 정도다. OECD 평균은 22%다. 중복지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쓰는 돈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 이 비용은 세금과 연금의 인상을 통해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연금에 내는 돈이 늘기 때문에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에 반대하는 건, 그냥 복지를 하지 않겠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미래세대를 핑계로 복지를 반대하는 것, 역사가 유구한 복지 반대의 논리다. 한국도 똑 같이 반복할 뿐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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