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기사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원본


연구의 결론은 "우리 사회가 이른바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를 거쳐 정보화세대로 넘어오면서 직업지위와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이 연구를 크게 보도하였다. 


하지만 나는 이 연구 결과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식으로 연구해서 한국 계층이동의 역사적 변화를 추론해서는 안된다. 


이 연구의 가장 큰 맹점은 데이타 자체의 한계다. 한 시점 cross-sectional data로는 사회이동의 역사적 변화를 연구할 수 없다. 계층간 사회이동의 역사적 변화에 대한 연구는 한 시점 데이타가 아니라 여러 시점 데이타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 연구는 데이타의 한계 때문에 연구할 수 없는 걸 억지로 끼워맞춰서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에 맞는 결론을 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무엇이 문제인지 몇 가지만 따져보자. 


이 연구에서 3개 코호트는 산업화세대 (1940-59년생), 민주화세대 (1960-74년생), 정보화세대 (1975-95년생)다. 


이들 응답자에게 현재의 주관적 소득 계층, 월평균 소득, 학력, 직업을 묻고 (응답자의 현재 나이의 계층지위), 응답자가 15세일 때 부모의 학력, 직업, 주관적 계층(부모가 약 45세 정도일 때의 계층지위)을 물어서, 부모와 응답자의 사회이동을 측정하였다. 


2015년에 이루어진 이 조사의 정보화세대 나이는 25-40세, 민주화세대는 40-55세, 산업화 세대는 56-64세다. 


하지만 민주화 세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세대는 현재의 소득, 직업을 물어서 이들의 계층 지위를 파악할 수 없다. 산업화세대는 상당수가 주된 직업에서 은퇴해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의 직업/소득이 실제 계층 지위를 반영하지 못한다. 상당 수의 정보화세대는 아직 계층지위가 확립되기 전이다. 


예를 들어 아래 그래프에서 아버지가 관리전문직일 때 아들이 관리전문직일 확률이 민주화세대보다 정보화세대에서 떨어진다. 이는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25-40세 보다는 45-55세에 관리직이 더 많은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는 뭔가 계층 이동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젊은 세대에서 관리직의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의미있는 발견이 아니다.  


이 발견을 억지로 세대간 사회이동에 끼워맞추면, 보고서의 주장과는 달리 세대간 사회이동의 경직성이 정보화 세대에서 낮아졌다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 관리전문직의 세습확률이 정보화세대에서 낮아졌으니까.  




세대간 학력세습도 실제 세습이 증가했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교육의 팽창을 반영한 것이다. 더 나은 자료와 방법론을 사용해 지난 한국사회학회에서 발표한 박현준-변수용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대학 진학의 가족배경 효과는 줄었다. 





객관적인 직업과 학력 대신 보고서는 주관적 계층 인식에 더 주목한다. 그러면서 "정보화세대에서 특히 아버지가 중상층 이상일 때 자식 또한 중상층 이상에 속할 확률은 아버지가 하층이었던 경우 자식이 중상층 이상이 될 확률보다 거의 무한대로 더 높았다"고 결론내린다. 


하지만 전체 4,052명의 응답자 중 현재 자신이 중상층 이상(중상층+상층)이라고 응답한 수는 221명에 지나지 않는다. 분석에 사용된 25-64세 직업있는 남자로 한정하면 응답자는 1,253명으로 줄어들고, 중상층 이상은 100명이 안될 것이다. 이를 3개 세대로 나누면 각 세대당 응답자수는 40명 이하가 되고, 부모가 중상층인데 자신도 중상층인 경우의 수는 10여명이다. 뭔가 의미있는 분석을 하기에는 셀의 샘플사이즈가 너무 작다. 아버지가 상층일 때 자식이 상층일 확률이 아버지가 하층일 때 자식이 상층일 확률보다 무한대로 높은 건, 표본수가 작아서 나오는 통계 방법론적 문제지, 실제 확률 격차가 아니다. 


연령대별 직업 성취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 계층 지표보다는 주관적 지표에 주목하는 것 같은데, 주관적 계층 인식을 연령별로 살펴보는 방법론도 문제가 있다. 


20대 후반 - 30대 초반의 주관적 계층 인식은 자신의 직업 지위, 소득에 따른 성취보다는 부모의 성취에 기반해 인식할 가능성도 높다. 이 연령대의 자산(~주택)은 자신의 성취이기 보다는 부모의 도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소득이나 직업 뿐 아니라 주택이 주관적 계층 인식에 영향을 끼칠 것이므로, 20-30대의 주관적 계층 인식은 40-50대의 주관적 계층 인식보다 부모의 영향력이 더 클 것이다. 따라서, 주관적 계층 인식의 세대간 고착성은 정보화 세대의 코호트 효과라기 보다는 연령 효과일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 연구는 자료의 한계 때문에 코호트 효과와 연령효과를 구분할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연령+코호트 격차가 코호트의 격차인양 과장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화세대에서는 자신의 학력이 임금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쳤지만, 정보화세대에서는 부모의 학력과 가족의 경제적 배경이 임금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정작 본인의 학력은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표2-16). 


부모의 학력, 재산을 통제하면 본인의 학력 효과가 제로(0)가 된다는 이 결과는 기존의 모든 연구 결과를 뒤집을 만큼 놀라운 것이다. 과문한 탓일 수도 있지만, 이 연구를 제외한 다른 어떤 연구에서도 이런 결과를 본적이 없다. 이걸 믿어야 하나? 이 연구 결과가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본인의 학력효과가 제로라는 결과는 놀라운 발견이라기 보다는 데이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 결과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 시점 cross-sectional data를 사용한 이 번 연구와 달리, 여러 시점의 자료를 사용하여 연령 효과를 통제한 후 분석하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0여년간 미국에서 세대간 임금탄력성이 변하지 않았다는 Chetty 등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흙수저, 금수저 효과가 커보이는 이유는, 금수저-금수저, 흙수저-흙수저의 상속률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산업화, 민주화 세대와 달리 정보화세대는 (1) 부모 세대의 금수저가 늘어서 과거에는 보이지 않았던 금수저-금수저가 더 눈에 띄기 때문, 그리고 (2) 부모 세대 빈부격차가 커져서 금수저-흙수저의 격차가 커 보이기 때문일 수 있다.


한국의 산업화, 민주화 세대는 경제발전으로 인한 산업/직업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인구 전체가 상향이동을 경험하였다. 설사 세대간 사회이동률에 변화가 없더라도 모두가 상향이동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반면 정보화세대는 산업화가 완성된 세대이기 때문에 구조 변화로 인한 사회이동이 없어진다. 이 세대는 세대 간 사회이동의 순효과가 지배하게 된다. 사회이동률에 차이가 없어도, 전 세대와 비교해 사회이동률이 떨어졌다고 착각할 수 있다. 


금수저-흙수저론을 비롯한 세대 간 사회이동에 대한 연구는 기회불평등에 대한 연구다. (a) 세대 간 이동으로 본 기회불평등과 (b) 한 시점의 경제불평등은 다른 현상이다. 기회불평등에 세대별 차이가 없어도 소득불평등이 커질 수 있고, 소득불평등이 작아지는데도 세대간 사회이동률이 더 고착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한국의 연구를 읽어봐서는 최근들어 기회의 불평등이 높아지고 계층이 고착화된 것인지, 아니면 (기회 평등에 변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성장 둔화와 전반적인 불평등 증가로 계층 문제가 더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인지, 구분해주지 못하고 있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