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보수가 경제에 유능하다는 이미지가 형성된 것은 박정희·전두환 정부 시기의 높은 경제성장률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을 통해 집권한 1962년부터 직선제 개헌이 이뤄진 87년까지 연평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2%에 달했다. ...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의 성장률도 고도성장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를 놓고 보면, 두 진보성향 정부의 집권 기간에 연평균 1인당 소득 성장률은 10.4%였다. ...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정부 임기의 1인당 GDP 성장률을 모두 평균해 보면 연 6.0%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보다 4%p 낮다. ...
미국의 경우 보수성향 정부와 진보성향 정부 집권 기간의 경제성장률이 확연히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당 정권의 성장률은 연 4.33%였지만 공화당 집권기에는 2.54%에 불과했다. 경제 안정성도 민주당 정부 시절이 공화당 정부 시절보다 좋았다.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총 11번의 불황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10번이 공화당 대통령 시절에 시작됐다. ...
이렇게 놓고 보면 ‘경제는 보수, 민주주의는 진보’라는 통념과 달리, 진보성향 정부가 경제적으로 더 유능한 것처럼 보인다. ... 그러나 사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 허망하지만 미국 민주당 행정부의 경제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이유는 정책 덕분이 아니라, 단순히 운이 좋아서였을 따름이다. ...
한국도... 두 차례 경제위기의 효과를 제거하면 민주화 이후 보수성향 정부와 진보성향 정부의 경제성장률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정치와 경제성장은 무관한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경제발전 초기에는 권위주의가 효율적인 듯 보여도 중진국이 된 이후에는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가 위기에 빠질 개연성이 낮아져 안정적 경제성장을 구가할 공산이 크다. ... 나라의 경제를 망치는 정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권위주의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바꿀 수 있는 민주주의야말로 경제성장에 가장 친화적이라는 의미다.
주 | 김대중1 :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2002년까지 4년간의 연평균 1인당 GDP 성장률 이명박1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소득이 줄어든 2009년 이후 2012년까지 3년간 연평균 1인당 GDP 성장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