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칼럼


사회학에서 불평등 과목의 제목은 대부분 "사회 계층과 불평등"이다. 영어로는 Social Stratification and Inequality. 사회의 Strata, 계층과 Inequality, 불평등을 다룬다. 


그런데 strata와 inequality는 그 의미가 다르다. Strata로 나누어진 사회는 항상 불평등을 동반한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불평등이 항상 계층화 현상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계층이 없는 불평등도 존재한다. 반면 불평등 정도에 차이가 없는 두 사회가 계층화에서는 큰 차이가 나기도 한다. 


교육부 나향욱 기획관이 얘기한 신분제 사회는 계층의 한 형태다. 신분제 사회는 계층 간 이동을 단절시켜 놓았고, 계층이 생득 지위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는 설사 계층 사이의 격차가 작더라도 (즉, 불평등 정도가 작더라도), 계층 사이에 명확한 갭이 존재하는 사회다.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살펴보자. 


테크니컬한 논문이라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지만 Sociological Methodology에 실린 Xiang Zhou의 A Nonparametric Index of Stratification에서 계층과 불평등의 차이를 명확하게 잘 설명해 두었다. 


아래 그림은 가상의 사회에서 남녀의 소득 분포를 나타낸 것이다. X축이 소득이고, Y축은 비중이다. 두 사회에서 남녀 간의 불평등 정도(평균 임금 격차)는 동일하다. 다른 점은 왼쪽 사회에서 여성(점선)은 모두 남성보다 소득이 작은 반면, 오른쪽 사회에서는 평균 임금은 낮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소득이 높을 확률이 상당히 있는 사회다. 


비록 두 사회에서 남녀의 평균 소득 격차(즉 불평등 정도)는 같지만, 왼쪽은 성별 계층화가 심한 사회고 오른쪽은 성별 계층화가 덜 심한 사회다. 


신분제 사회란 왼쪽과 같은 사회이다. 




이런 사회가 없을 것 같지만, 19세기의 미국 사회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인종에 의해 명확한 계층화가 이루어진 사회. 20세기 초의 센서스 자료로 분석해 보면 흑인의 소득 결정에 교육보다 인종 요소의 설명력이 더 컸다. 지금은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나온 책이 Wilson의 The Declining Significance of Race. 1978년에 나온 책이다. 그 때 이미 미국 사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나 기획관의 얘기한 미국은 한 70-80년 전 쯤의 미국이다. 현실 파악 능력이 완전 낙제점.


대부분의 사회에서 요즘의 불평등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왼쪽 그림보다는 오른쪽 그림에 훨씬 더 가까운 형태다.   


나향욱 기획관의 발언은 개, 돼지로 이루어진 다수 대중의 소득 분포 하한선을 오른쪽으로 조금 옮겨주고, 상위 1%와 나머지 99%의 갭을 명확하게 만들어 세습하자는 얘기다. 사회를 1세기 이상 되돌리자는 헛소리.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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