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바가지로 먹겠지만, 나는 나향욱 파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의 상벌이 여론재판에 의해 좌우되는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정부에서 직업 공무원의 인사까지 그렇게 결정해야 하는가? 


그의 죄가 직업 공무원에게 내려질 수 있는 최고의 벌인 파면에 해당하는가? 


물론 나향욱은 큰 잘못을 저질렀다. 기자와의 만남은 개인적 술자리가 아니라 업무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 그의 "개돼지" 발언은 비록 취중이라 할지라도 사적 발언이었다고 할 수 없다. 기자와 만나는 공적 자리에 중대한 말실수를 할 만큼 과음을 하는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큰 정책적 잘못을 저지른 것도, 비위가 있는 것도, 직위를 이용해 갑질을 한 것도 아니다. 술자리에서의 말실수일 뿐이다. 


기자 및 대국민 상대 업무의 비중이 높은 "고위공직자"로써 업무를 원활히 진행할 자격이 없기에 강등을 한다고 해도 이해하겠다. 


아마 고위공직에서 중간관리자로 강등당하고 남아있을 공무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연금이 최종 월급 등에 의해서 결정되기에 일정정도 삭감도 당할 것이다. 즉, 그가 당할 실제적 불이익은 파면, 강등 사이에 큰 차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파면당하는 이유는 여론에 크게 영향을 준 괘씸죄가 아닌가? 이렇게 해서 공무원들을 통제하고 또 일을 하도록 독려할 수 있겠는가? 


"신상필벌"은 공로의 정도에 합당하게 또 죄의 정도에 합당하게 상벌을 내리는 것이다. 뷰라크라시가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상벌의 체계가 잡혀서 여론재판이나 최고권력자의 심기에 의해서 상벌이 결정되지 않는다. 


나는 나향욱의 발언도 짜증스럽고 나향욱이 신속하게 공직에서 파면되는 한국의 공직사회 작동 시스템도 짜증스럽다. 


직업공무원이 아닌 우병우는 대통령의 비호를 받으며 버티고, 직업공무원인 나향욱은 신속하게 파면되는 사회. 참... 




ps. 어떤 분이 나에게 그러더라. 교수 사회에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보호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잘못의 정도를 벗어나 큰 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그러면 반드시 소송이 걸리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소송에서 이겨 교직에 별 문제없이 복귀한다고.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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