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기고글


시사인 이 번 호 특집 (특히 천관율 기자의 글) 때문에 난리가 난 모양이다. 미국 사회학회 참석 때문에 기고한 글이 실렸는지도 몰랐는데, 독자의 항의 이메일을 받고서 글이 나갔다는걸 알았다. 내 이메일이 기사에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잘 찾아서 항의 메일을 보내더라. 


이 번 기고글의 포인트는 세계경제포럼의 젠더격차 지수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는데, 이를 뛰어넘는 경제적 여성 차별 구조가 있다는 것.


- 한국의 여성차별이 OECD 국가 중에서 제일 크고.

- 이는 젊은 세대라고 예외가 아니다.

- 여성들의 노동시장이 짧아서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 똑같은 교육 수준에 똑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여성의 소득이 남성보다 21% 낮다. 

- 남성은 군복무로 분명하게 경제적 혜택을 받고 있다.

- 전공의 격차가 소득 격차를 설명하지 못한다.

- 정부 규제가 큰 영역에서는 남녀 소득 격차가 발생하지 않는다. 



너무 쉽고 분명하게 여성차별의 증거들이 실증적으로 나와서 연구자로써 오히려 당혹스러울 정도다. 한국을 방문할 때 마다 한국에서 여성차별을 이론적이나 질적으로 연구하는 분들 보다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이 나와줘야 하고, 이 분야가 한국 학계의 니치마켓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남들에게만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여성의 경력 단절을 염려하고 여기에 대한 정책적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한다. 그런데 정책을 개발하는 분들이 장년층 이상이라 그런지, 경력단절의 방지보다는 경력단절을 이미 겪은 분들의 복귀 프로그램에 더 관심이 있는 듯 하다. 


내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경력단절이 일어나는 원인이다. 여성의 출산 문제 때문에 모든 국가에서 여성의 경력이 남성보다 짧다. 일정 수준의 격차는 아마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해도 한국 여성의 노동 시장 탈락은 심각한 문제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는데 이들의 경력단절을 방치하면 사회적 낭비가 매우 심하게 된다. 


나는 경력 단절의 원인의 강력한 요인 중 하나가 차별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경력 단절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과 가족 생활/관계에서의 불평등을 모두 수정해야 한다. 후자는 아마 전자의 수정을 통해 강제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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