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서 근로세 감면 혜택을 받는 비중을 줄이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생색내면서 협조하는게 최선이다.
세금을 올려서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새누리당이 악역을 자처하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근로세 인상이든, 감면헤택 축소를 통한 실질적 인상이든, 담배세 인상 등을 통한 간접세 인상이든, 모든 세금 인상은 적당히 다 받아주는게 남는 장사다. 지난번 연말정산 파동 때 민주당이했던 뻘짓은 피해야 한다.
담배세 등 한 번 올린 세금 내릴 생각도 하지 말기를 기대한다.
한국에서 세금 관련해서 민주당은 사실 별로 잘한 일이 없다. 2000년 이후 세금 제도는 거의 매년 변했는데, 그 중에서 세율 변동은 5번 있었다.
- 2001년: 모든 구간에서 세금 10% 감면, 그 결과 4개 과세 구간의 세율이 다음와 같이 변했다. 10, 20, 30, 40 --> 9, 18, 27, 36
- 2005년: 모든 구간 세금 1%포인트 감면, 9, 18, 27, 36 --> 8, 17, 26, 35
- 2009년: 중산층/하층 세금 1-2%포인트 감면, 8, 17, 26, 35 --> 6, 16, 25, 35
- 2010년: 중산층 세금 1%포인트 감면; 6, 16, 25, 35 --> 6, 15, 24, 35
- 2012년: 고소득층 세금 인상: 6, 15, 24, 35 --> 6, 15, 24, 35, 38
세율변동의 측면에서 민주당 집권 기간 동안 한 일은 미국에서 부시정부가 한 일과 비슷하다. 모든 사람들의 세금을 깎아준 것. 그 과실은 당연히 부유층이 주로 따먹는다. 그 이유는 과세는 "소득에 비례"하고, 세금을 통한 공공의 이익은 개인별로 "같은 액수"이기 때문이다. 즉, 세금은 비례적이고, 혜택은 절대액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새누리당 집권 기간은 중하층에게 세금 헤택을 주었다. 법인세 감면은 기업에게 혜택을 준 것이지만, 개인 소득세의 측면에서 새누리당 집권 기간이 오히려 덜 부자 친화적이었다.
2012년에 고소득층에 대해 38% 과세 구간을 신설했는데,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민주당에서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1년 민주당 집권 시절 법을 바꾸기 전에는 최고 과세율(top marginal tax rate)이 40%였다는 점을 잊지 말자 (뭐 그렇다고 부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냈다는 얘기는 아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는 부자감세하고, 야당이 되었을 때는 부자증세를 요구하였다.
아울러 여러 행정부에서 선심정책의 하나로 면세 혜택을 늘렸다. 그 결과 면세 헤택을 받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아졌다.
면세자 축소가 중산층과 증세라고 비판할 수 있다. 사실 그런 효과가 있다. 특히 중상층은 확실히 증세효과를 경험한다. 하지만 한국의 개인 소득세 실효세율의 평균은 OECD 국가 평균의 1/3도 안된다. 평균적으로 지금보다 한 세배쯤 소득세로 세금을 더 내야 OECD 평균에 접근한다. 이렇게 된 이유가 부자과세를 안해서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한국은 다 같이 세금을 안내는 사회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다 같이 세금을 적게 내는 사회가 바로 자유방임의 사회, 국가는 부자를 위해 경찰력만 제공하는 악랄한 불평등 사회다. 부자가 자기들만 세금 안내거나 적게내겠다고 하는 경우는 양반은 세금의무를 거의 안졌던 조선시대 이후로는 없었다. 조지 부시의 논리도 다 같이 세금을 적게 내자는 것이었다.
복지국가와 자유방임국가를 가르는 경계는 세제의 진보성이 아니라 다같이 세금을 많이 내느냐, 아니면 다 같이 세금을 적게 내느냐의 차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번 연말정산 파동과 38% 과세 구간 신설 당시의 반응을 비교해 보라. 전반적 세율 인상이 어렵지 부유층 세금 인상은 상대적으로 쉽다. 인기없는 과세자 감면은 보수당 집권시기에 하고, 인기를 끌 수 있는 부유층 세금 인상은 민주당이 집권해서 생색내기로 하면 된다. 손안대고 코푸는 기회가 맨날 돌아오는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