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패가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은 얼마나 될까. 일반 상식과 달리 부패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는 명확지 않다. 놀랍게도 부패가 경제 및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와 증거도 있다. ...
그렇다면 어떨 때 부패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복잡한 논의가 있지만 여러 사회과학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제도적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서는 부패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 반면 국가 기틀이 잡힌 경우에는 부패가 경제발전에 방해가 된다. ...
개발도상국 정부가 직면하는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는 누구에게 기회를 제공할지 선택하는 문제다. ... 발전한 국가는 기업의 구성 인원과 그 기업의 성과를 관찰할 수 있고, 어떤 제안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지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은 이 모든 것이 미비하다. 여기서 부패가 경제발전의 윤활유 구실을 한다. 자원을 분배하는 중요 의사 결정자를 특정해 접촉하고, 적당한 수준의 뇌물을 줄 수 있는 기업가가 그렇지 않은 기업가보다 상황 판단 능력이 더 있기 때문에 뇌물이 학력과 비슷하게 능력 판단 지표로 작용하는 것이다. ...
이에 반해 제도가 발달하고 국가의 기강과 기틀을 갖춘 나라에서는 부패가 경제발전에 분명하게 해를 끼친다.
그런데 부패가 국가 경제를 망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시적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급격히 감소시키기 때문이 아니다. 정상적인 국가에서 개인의 부패가 경제에 끼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부패가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58개국 사례를 이용한 모팍헝(Mo Pak Hung) 홍콩침례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부패 정도가 1%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72% 떨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낮아진 경제성장률의 53%가 부패 때문에 발생한 정치적 불안정에 의해 설명된다. 부패의 직접적 효과(12%)나 부패로 인한 자본 투자 비효율성(21%)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박 대통령이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국정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박 대통령과 그 주변의 비정상적인 국정운영과 부패가 바로 국정중단과 정치 불안의 원인이다. 진심으로 경제를 염려하고 국가를 걱정하는 정치 지도자라면 이런 식의 국정농단과 부패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 부정은 이미 저질러졌다. 문제 근원을 제거함으로써 정치적 불안정의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 아닐까. 새로운 정치 실험을 계속하며 1년 4개월 동안 정치적 불안에 시달릴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