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고 화가 나기는 하나 놀랍지는 않다. 


트럼프 당선에 대한 몇 개 분석글에서도 썼듯이 내가 생각하기에 트럼프의 공약 중 가장 이행이 확실시되는 것이 반이민 정책이었다. 


7개 무슬림 국가 출신의 입국 정지에서 시작해서 H1B비자 축소, 복지 프로그램에 의지하는 이민자 추방 등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세력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적극적인 저항에 나섰다. 


그런데 이 싸움에서 민주당과 진보세력이 확실히 승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무슬림 국가 입국 정지는 Humaritarian 이슈가 결부되어 있어 공분을 사기 쉽다. 


하지만 비자 축소, 복지의존 이민자, 불법이민자 같은 이슈에서 민주당과 진보세력이 미국의 정체성은 이민자의 국가라는 모토로 다수의 지지를 장기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민자 이슈가 지속되면 미국의 여론이 트럼프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민자 유입이 미국인의 노동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확실히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르면 이민의 유입은 노동시장에서 임금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민자가 일자리를 뺏어가고 소득을 낮춘다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역 노동시장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 사람이 쿠바 이민자 출신의 경제학자인 George Borjas. 그는 이민자 유입이 집중되는 로컬 노동시장에서 본토 미국인은 타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이민자가 주로 차지하는 직업이 아닌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이민자와 소득이 부정적 상관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효과를 통제하면 부정적 효과가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Borjas (1997) 논문 이후 Ottaviano and Peri (2006)가 새로운 반박논문을 내기도 했다. Card (2009)도 후자에 동의하는 논문을 썼고. 


박사과정 학생 때 Borjas의 논문 발표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필받아 이민자와 미국인의 소득변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을 한 편 쓴 적이 있다. 지역 노동시장이 아니라 직업별 노동시장을 살펴보면 이민자 유입 변화와 미국인 소득 변화의 관계는 아래 그래프와 같다. 


이민자가 많이 유입된 직업일수록 1990년대에 소득 증가율이 낮은 경향.  



이런 식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이민자가 미국인의 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사회과학적 증거인것은 아니나, 미국인들이 그렇다고 인식할만한 충분한 이유는 된다. 


내가 일하는 직종에 이민자가 유입되는 것은 눈에 확실히 보이지만, 이민자가 경제 전체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과 저숙련 이민자가 고숙련 미국인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서 다른 사람보다 비관적으로 생각한다. 


대선 유세 때 부터 일관된 트럼프의 발언이 있다. 인종 문제를 직접 건드리기 보다는 이민자 문제를 통해 인종주의적 편견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니 참...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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