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정규직 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비정규직의 평균 고용 기간은 2년 미만(내 기억으로는 1년2개월 정도)이었다. 갑자기 새로운 실업자가 쏟아진다는, 80만 실업대란은 협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해고는 공기업 등 명박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에서 주로 들려온다. 조선일보 홈피에 탑으로 올라온 뉴스가 KBS 비정규직의 해고통지서다. 2년 이상 연속으로 고용했으면 당연히 계약을 갱신하고 "정규직"으로 대우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공기업이 가장 적극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의 해고라는 얘기다.
2
비정규직법에 대한 오해와 관련해 프레시안에 올라온 신원철 부산대 교수의 글이 읽을 만하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702090854
"현행법상 사용자는 사용 기간이 2년이 넘은 비정규 근로자(기간제 근로자)와 계약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연장한 계약의 기간이 종료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점만이 달라질 뿐이다....
(비정규직을 계속 고용하고 싶은 사용자는) 기존의 근로 조건대로 계약을 연장하면 된다. 다만, 이제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함부로 해고할 수는 없게 된다는 제약은 감수해야 한다."
달라지는 조건은 단 하나, "정당한 이유 없이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를 피하기 위해서 공기업이 저 난리를 피고 있다.
3.
언듯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함부로 해고"하는 여부가 비정규직 비율이 35~55%로 오락가락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통계는 원래 상시고, 임시고, 일고 만을 조사했다. 1993년부터 임시고와 일고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 2001년에 드디어 50%를 넘게 된다. IMF 직후인 2001년에 충격이 커서 그렇지 비정규직은 1990년 초반부터 있어왔던 문제다. 이 때 부터 비정규직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져서인지 갑자기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을 늘었다. 지금도 비정규직이 55%라는 주장은 임시고와 일고를 합친 비율이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된 비정규직에 대한 규정은 이와 다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비정규직 (영어로는 Non standard employment 또는 contingent workers)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지속적 고용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노동자를 칭한다.
과거의 법에 의하면 임시고라 할지라도 1년 이상 연속적으로 고용된 사람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었다. 이들은 지속적 고용이 "암묵적으로" 합의된 것으로 보아서 정규직의 일원으로 보는 것이다. 임시직으로 고용했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법적으로는" 정당한 사유없이 해고를 못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은 35%다. 참고로 이 규정에 따른 미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1999년 Monthly Labor Review에 따르면 4.3%다. 비정규직 추정은 미국도 격차가 큰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하진 않지만 15%까지 보는 사람도 있긴 하다.
4.
한국의 비정규직 중 절대 다수가 소규모 기업에 고용되어 있다. 전체 비정규직의 93%가 300인 이하의 소규모 기업에 의해 고용되어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비정규직은 대기업에서 주로 늘었다. 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원에 따르면 2001-2005년 사이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은 25% 증가했는데, 100-299인의 중기업에서 112%,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93%가 늘었다.
대기업에서 점점 비정규직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대기업 비정규직은 임시직이 아니라 파견근로등 특이 근로제공방식에 의존한다.
대기업과 전경련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대안적 근로"라는 특이 근로 제공 방식을 쓰기 위한 실질적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정규직 임금 억제와 해고의 요건 완화를 위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키 위한 이데올로기적 투쟁의 성격으로 보인다.
5.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단순 비교로 비정규직이 <월급>으로 따져서 정규직의 60% 정도 밖에 못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노동연구원 남재량의 연구 등에 따르면 교육, 연령, 직종, 산업, 기업규모 등을 모두 통제한 후의 <시간당 임금>으로 보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90% 정도를 받고 있다.
임금 차별이 비정규직 고용의 중요 이유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의 보상이 정규직과 다를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비정규직 중 의료, 고용 등 각종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 비율은 정규직의 반도 안된다. 기본급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기업에 따라서는 파견근로 형식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여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을 차별하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이 비중이 비정규직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비용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사회보장"이고, 본질적으로 가정 중요한 이슈는 "고용안정성"이다.
6.
마지막으로 해결점.
공기업이 앞장서서 비정규직 계약 갱신을 안하고 해고통지부터 날리는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법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법적 해결이 아닌, 사회적 해결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기업의 노동유연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기업은 해고보다는 고용유지에 힘쓴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해고남발기업에 대한 여러 패널티도 가능하고, 정규직 전환기업에 대한 여러 인센티브도 가능하지만, <사회적 합의>의 형성 없이 35%에 달하는 취업자에 대한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순수 경제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사회문화적 문제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비정규직 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비정규직의 평균 고용 기간은 2년 미만(내 기억으로는 1년2개월 정도)이었다. 갑자기 새로운 실업자가 쏟아진다는, 80만 실업대란은 협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해고는 공기업 등 명박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에서 주로 들려온다. 조선일보 홈피에 탑으로 올라온 뉴스가 KBS 비정규직의 해고통지서다. 2년 이상 연속으로 고용했으면 당연히 계약을 갱신하고 "정규직"으로 대우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공기업이 가장 적극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의 해고라는 얘기다.
2
비정규직법에 대한 오해와 관련해 프레시안에 올라온 신원철 부산대 교수의 글이 읽을 만하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702090854
"현행법상 사용자는 사용 기간이 2년이 넘은 비정규 근로자(기간제 근로자)와 계약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연장한 계약의 기간이 종료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점만이 달라질 뿐이다....
(비정규직을 계속 고용하고 싶은 사용자는) 기존의 근로 조건대로 계약을 연장하면 된다. 다만, 이제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함부로 해고할 수는 없게 된다는 제약은 감수해야 한다."
달라지는 조건은 단 하나, "정당한 이유 없이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를 피하기 위해서 공기업이 저 난리를 피고 있다.
3.
언듯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함부로 해고"하는 여부가 비정규직 비율이 35~55%로 오락가락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통계는 원래 상시고, 임시고, 일고 만을 조사했다. 1993년부터 임시고와 일고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 2001년에 드디어 50%를 넘게 된다. IMF 직후인 2001년에 충격이 커서 그렇지 비정규직은 1990년 초반부터 있어왔던 문제다. 이 때 부터 비정규직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져서인지 갑자기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을 늘었다. 지금도 비정규직이 55%라는 주장은 임시고와 일고를 합친 비율이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된 비정규직에 대한 규정은 이와 다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비정규직 (영어로는 Non standard employment 또는 contingent workers)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지속적 고용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노동자를 칭한다.
과거의 법에 의하면 임시고라 할지라도 1년 이상 연속적으로 고용된 사람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었다. 이들은 지속적 고용이 "암묵적으로" 합의된 것으로 보아서 정규직의 일원으로 보는 것이다. 임시직으로 고용했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법적으로는" 정당한 사유없이 해고를 못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은 35%다. 참고로 이 규정에 따른 미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1999년 Monthly Labor Review에 따르면 4.3%다. 비정규직 추정은 미국도 격차가 큰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하진 않지만 15%까지 보는 사람도 있긴 하다.
4.
한국의 비정규직 중 절대 다수가 소규모 기업에 고용되어 있다. 전체 비정규직의 93%가 300인 이하의 소규모 기업에 의해 고용되어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비정규직은 대기업에서 주로 늘었다. 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원에 따르면 2001-2005년 사이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은 25% 증가했는데, 100-299인의 중기업에서 112%,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93%가 늘었다.
대기업에서 점점 비정규직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대기업 비정규직은 임시직이 아니라 파견근로등 특이 근로제공방식에 의존한다.
대기업과 전경련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대안적 근로"라는 특이 근로 제공 방식을 쓰기 위한 실질적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정규직 임금 억제와 해고의 요건 완화를 위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키 위한 이데올로기적 투쟁의 성격으로 보인다.
5.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단순 비교로 비정규직이 <월급>으로 따져서 정규직의 60% 정도 밖에 못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노동연구원 남재량의 연구 등에 따르면 교육, 연령, 직종, 산업, 기업규모 등을 모두 통제한 후의 <시간당 임금>으로 보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90% 정도를 받고 있다.
임금 차별이 비정규직 고용의 중요 이유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의 보상이 정규직과 다를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비정규직 중 의료, 고용 등 각종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 비율은 정규직의 반도 안된다. 기본급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기업에 따라서는 파견근로 형식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여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을 차별하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이 비중이 비정규직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비용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사회보장"이고, 본질적으로 가정 중요한 이슈는 "고용안정성"이다.
6.
마지막으로 해결점.
공기업이 앞장서서 비정규직 계약 갱신을 안하고 해고통지부터 날리는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법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법적 해결이 아닌, 사회적 해결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기업의 노동유연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기업은 해고보다는 고용유지에 힘쓴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해고남발기업에 대한 여러 패널티도 가능하고, 정규직 전환기업에 대한 여러 인센티브도 가능하지만, <사회적 합의>의 형성 없이 35%에 달하는 취업자에 대한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순수 경제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사회문화적 문제가 되어버린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