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인용 소감

정치 2017. 3. 10. 13:32

탄핵 결정문 전문


세월호 판단은 당연하다고 생각. 박근혜 전대통령의 행동이 괘씸하기는 하나, 박근혜의 행동이 달랐다고 세월호의 희생자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극히 낮고, 세월호 참사같은 일이 없었을 확률도 별로 달라지지 않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생각은 예전에 오마이 뉴스에 칼럼을 쓴 적이 있음. 무능에 대한 심판은 선거지, 탄핵이 아님. 


야당이 세월호를 탄핵안에 넣은 효과는 청문회를 통한 이슈화였지 실제 탄핵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아니었을 것으로 나는 추정함. 즉, 정치적 기동이었다고 판단. 


진짜 안전문제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면, 안전 문제는 가능한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함. 안전문제는 매우 따분한 주제임. 잘했을 때 영광볼 일이 전혀 없고, 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는 그런 주제. 정치문제화하는 순간 안전문제도 정치적 논리에 의해 굴러갈 수 밖에 없고, 실제 개선은 물건너 감. 이런 면에서 나는 진보세력이 세월호를 대했던 태도에 동의하지 않음. 




 


탄핵 결정문에서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은 공무원 임명권에 대한 내용이었음. 직업공무원 제도에서 문체부 국과장이 박근혜의 지시에 의해 문책성 인사를 당한 이유가 부당하지 않다면, 직업공무원 제도라는게 무슨 의미인건지. 미운털 박힌 몇 명 제거는 권력의 속성 중 하나로 걍 봐준다는건지. 문체부 국과장이 문책을 당한 이유가 최서원의 사익추구에 방해되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데, 두 사람이 명백한 실책이 없는 이상 문책 사유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얼마나 될른지. 두 사람이 성실히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박근혜가 콕 찍어 괘씸죄로 문책을 당한 것 자체가 부당행위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탄핵 정국 초기에 거국 내각, 여야 합의 총리, 탄핵 불가론, 신임 총리 수용론, 4월 하야론 등 온갖 삽질이 만연했던 것도 복기해볼 일. 특히 조국 교수의 삽질은 상당히 짜증스러웠음. 남들이 삽질해도 탄핵이 한국의 헌법에 기초해 가능하다고 야당에서 얘기해야 할 사람이 헌법재판소를 부인하는 선동을 했으니... 


대통령 2선 퇴진 후 총리 임명에 대한 당시 논의를 보면서 정치인들이 권력이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는 말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음.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만이 정당성을 가지는 것. 






마지막으로 이 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출되지 않은 사법 엘리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좀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음. 이 번 탄핵 결정은 선출 권력 탄핵의 최종 결정이 결국은 8명의 엘리트 법조인에 의해서 내려진 것. 입장이 다른 두 선출 권력인 국회와 대통령의 의견 격차를 비선출 권력인 헌법재판소가 정리한 것. 한국에서 탄핵심판을 헌재에서 판별하는거나, 미국 대법원이 각종 법안의 정당성을 판별하는거나, 민주주의도 최종 판단은 결국 엘리트에게 의존해야 하는 건가? 정치학 전공도 아니고 법학 전공도 아니라 잘 모르겠는데, 누가 쉽고 쌈빡하게 정리 좀 안해주나? 






어쨌든 탄핵 인용으로 한국 사회는 전과는 다른 단계의 사회로 진입하였음. 정변이나 후임 대통령의 보복이 아닌 견제와 균형의 권력분립 헌법 질서에 의해 최고권력자가 물러나는 최초의 사례를 창출하였음. 




ps. 한국은 대낮에 탄핵을 선고했지만 미국은 한밤중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술 한 잔 할 수 있으니 좋음~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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