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그림은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도시 2인 가구 이상의 균등화 소득의 불평등 변화 추이다. 자료소스는 가계동향조사다.
첫번째 그래프가 P90/P10. 이 지표는 상위 10% 소득의 경계점과 하위 10% 소득의 경계점의 비율이다. 1990년대 초에는 상위 10 p'tile point의 소득의 하위 10 p'tile point의 소득 보다 3.3배 정도 많았는데, 이 후 불평등이 꾸준이 증가하여. 2009년에는 5.1배로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로 불평등이 조금 줄었다.
여기까지는 별로 특이할 것 없는 불평등 변화. 그런데 P90/P10의 변화는 소득 상층 내에서의 변화인 P90/P50의 변화와 소득 하층 내에서의 변화인 P50/P10의 곱으로 요소 분해할 수 있다. 소득 하층 10 p'tile point 의 소득이 100만원, 50 p'tile point가 300만원, 90 p'tile point가 900만원이면 P90/P10은 900/100으로 9인데, 이는 P50/P10 = 300/100 = 3과 P90/P50 = 900/300 = 3의 곱인 것이다.
따라서 P90/P50와 P50/P10를 비교하면 소득 불평등이 중간층과 상층의 격차 확대에 의한 것인지, 중간층과 하층의 격차 확대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중간층의 소득은 증가하지 않아서 P50/P10는 정체되어 있는데, 상층에서는 소득이 상승해서 P90/P50는 커졌다. 상위 1%, 0.1%가 더 많은 파이를 가져갈 뿐만 아니라, 상위 10%도 나머지 90%와는 달리 지난 30년간 소득이 증가하였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의 이런 불평등 변화 패턴과는 다르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한국의 소득불평등 변화는 중간층과 상층의 격차 확대에 의해서가 아니라, 중간층과 하층의 격차 확대에 의해 견인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소득 상층과 소득 중간층의 격차는 지난 25년간 거의 변화가 없다. 격차 확대는 거의 전적으로 소득 중간층과 소득 하층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학계, 특히 선진국의 케이스를 들어 학계에서 주장하는 불평등 증가의 원인인 기술진보로 숙련편향 기술변화가 있고, 이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더 잘 살고, 대기업 종사자, 전문직 종사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달리 더 많은 혜택을 누려서 불평등이 증가했다는 스토리와 한국의 불평등 변화 패턴은 일치하지 않는다. 기술 변화나 상위 10%의 독식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절대 다수인 80%가 혜택을 누리면서, 하위 20%를 팽개쳐버렸기에 불평등이 증가한 것이다.
아마 여기서 가계동향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가계동향조사는 최상층의 소득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재벌을 위시한 소득 최상위층과 차상위층인 중상층의 격차는 확대되었겠지만, 이 격차 확대가 90년대 이후 25년간 지속된 격차 확대의 메인 스토리인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과 소득 최상층에 대한 불만만 늘어가는 것은, 아마도 한국에서 소득 상위 20%안에 드는 중산층이 여론주도층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상위 1%에 대해 가지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반면 소득하층은 비명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질식되어 있지 않나 싶다.
헬조선이 헬조선인 진짜 이유는 최상층의 독식이라기 보다는 (이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다수인 80%가 하위 20%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ps. 뉴스보도에 따르면 가계동향조사에 근거한 이 지표는 앞으로 발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대신 올해 연말부터 가계동향조사에서 누락된 상위 1%의 소득을 더 충실히 반영한 새로운 불평등 통계를 발표할 계획이란다.
pps. 기술진보가 소득에 끼치는 효과의 가장 쉬운 측정 방법이 대졸자의 소득 프리미엄을 살피는 것인데 다른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한국은 다른 OECD 국가와 달리 교육 프리미엄이 지난 25년간 줄었다. 교육 프리미엄만 보면 불평등의 감소에 기여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불평등 확대만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