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기고문


아래 포스팅에서 다 한 얘기이긴한데, P90/P50과 P50/P10을 나누어보면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음. 


하나는 한국의 불평등이 하위 50%에서 커졌다는 것. 즉, 불평등의 문제가 상대적 소득의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빈곤의 문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P90/P50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처지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는 것. 


그 이유는 지난 25년간 상위 10%에 속하는 자신들과 중간 정도 산다고 생각되는 이웃과의 처지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 통계적으로 그 경향이 확인이 됨. 경제성장의 열매를 자신들만 향유한다고 생각되지 않을 것. 


대기업 부장도 은퇴하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자신의 경제적 처지가 괜찮다는 인식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것. 


미국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불평등은 커지는데 왜 사람들의 분노는 그 만큼 크지 않냐는게 화두의 하나라면, 한국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소득 증가율은 괜찮은 편에 속하는데, 왜 사람들이, 특히 상위 10~20%에 들만한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모두들 불만이냐는 것.  P90/P50과 P50/P10의 변화경향은 이 화두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근거의 하나가 됨.


그렇다면 P50/P10의 변화라는 너무나 쉽게 파악되는 경향이 화제가 되지 않은 것일까? 여기서 "보이지 않는 가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됨.  안수찬 기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난한 청년과 같은 맥락의 얘기. 그런데 이게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결국,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에 대해 내가 제기하고 싶은 두 가지 화두는 (1)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평등이 아니라 불안정이 더 큰 문제임, (2) 보이지 않는 빈곤이 야기하는 새로운 빈곤의 문제가 심각함. 


사실 한국은 도시 개발을 통해 판자촌을 없애고 빈곤층이 집단거주지를 형성하지 않도록 하는데 성공한 국가임. 이렇게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음. 사회학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함. 그런데 사회전체적으로 빈곤이 보이지 않으니 빈곤을 모르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 것임. 빈곤을 고립시키지 않으면서 빈곤을 드러내는 방법이 뭔지 아직 잘 모름. 여기에 대한 연구와 다큐가 필요함.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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