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영선의 문재인 캠프 합류, YS계의 문재인 지지 등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 


하나는 여러 정치인들이 문재인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캠프가 갈라치기 노선에서 연합, 연대, 확장 노선으로 변화했다는 것. 


통합 노선이 선거 기간 중의 표확장을 위한 일시적 노선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다면 집권 기간 전체를 관통하는 노선이 되어야 할 것. 


그래야 민주당의 재집권, 장기집권이 가능. 


2. 


민주당의 통합 노선으로 가장 크게 손해를 볼 정치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안희정. 통합이 이루어지면 안희정의 가치는 하락함. 안희정이 주장한 노선은 옳았지만 안희정 자신이 이득을 본 게임이었는지는 의심스러움. 


이 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사람이 첫번째로 득을 본 사람이고) 두 번째로 재미본 사람은 이재명일 것. 자신을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을 확실히 형성하였음. 정치인의 지지세력 확장은 핵심을 기반으로 하는 것. 핵심 지지층 없는 확장은 모래성. 문재인 지지세력의 상당수가 이재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음. 


이재명이 시장 사퇴하고 캠프에 합류할까 투표를 진행한 것도 실제로 사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까지 고려한다는 (그러니 문재인 이후는 나를 지지하라고) 작은 시그널을 준 것임. 이재명은 현직 단체장으로 가지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이런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 


안희정이 이 번 선거에서 큰 소득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핵심 지지 세력을 형성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지역 기반도 노선 기반도 인물 기반도 허약함.  


그런 면에서 안희정이 지사직을 사퇴하고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는 것은 명분은 약해도 안희정 자신을 위해서라면 정치공학적으로 고려해볼만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함. 문재인이 당선되든 낙선하든 문재인 지지세력(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였음. 진정성 좋아하는 분들의 눈에는 이런게 좋아보일 수도 있음. 


앞으로 정계개편이 되면서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겠으나, 현재의 안희정은 반문도 친문도 아니고,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도지사로 훌륭한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고, 걍 맹탕임. 


3. 


이 번 선거를 통해 홍준표, 유승민의 득표율이 낮다고 보수정치세력이 와해될 것으로 생각하면 순진한 것. 


한국에서 영남, 특히 경북을 중심으로 한 보수지지세력은 아직은 견고함. 박근혜 탄핵 직후의 대선에서 보수가 지리멸렬했다고 이 세력이 궤멸적 타격을 입고 물러날 것으로 생각하는 건 안일함. 해방 이후 70년간 강세를 떨치던 보수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면 왜 그 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했겠음? 보수세력, 그렇게 쉽게 안망함. 


안철수가 뜨고 지지세가 유지되는 것도 보수세력 덕분인건 누구나 아는 것. 지리멸렬하다고 비웃음을 사는 보수가 다 끝난 것 같은 선거를 그래도 모르는 선거로 바꾸는 힘이 있음. 


구조는 인물에 우선함. 보수 지지 세력을 떠받치는 구조가 그대로임. 이 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인은 반드시 등장하게 되어 있음. 


4. 


문제는 그 정치인이 누구냐인 것. 


여기서 안철수의 고민이 시작될 것. 이 번 대선에서 보수지지층의 상당수가 안철수로 경도. 밉든 곱든 안철수가 문재인을 위시한 진보 세력의 집권을 막아낼 유일한 대안이라 여기고 있음. 


안철수의 가장 큰 문제는 핵심 지지 세력이 마땅치 않다는 것. 확실한 호남의 지지도, 확실한 중도(이거 뭔감?)의 지지도 없음. 그런데 이 번 선거는 보수의 지리멸렬로 안철수가 무주공산 TK보수의 희망으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 안철수로써는 처음 가져보는 기회임. 


안철수는 이 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나, 만약 문재인이 승리한다면 또 다른 선택에 직면할 것임. 유승민이 드는데 실패한 신보수의 깃발을 드느냐 아니면 문재인 정부와 연합하느냐. 


심지어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보수후보단일화로 새로운 실험을 할 수도 있음. 욕은 먹겠지만 중도가 떨어져 나가지 않으면 이길 수도 있고, 설사 중도 일부가 떨어져 나가 대선에 져도 보수로 정체성을 바꿔 추후를 도모할 수 있음.   


민주당 입장에서는 안철수가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런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게 대선 결과를 위해서도 대선 후 정계개편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 


어쨌든 그런 면에서 안철수의 민주당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은 이 번 대선에 성공하면 말할 필요도 없고, 설사 실패해도 정치공학적으로 성공한 도박이었음. 안철수의 선택지는 아직도 많음. 


이게 정치윤리적으로 옳으냐는 질문은 남겠지만...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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