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평선


비정규직 해결책으로 스웨덴에서 1930년대에 실시했던 연대임금 정책을 거론하는 경우에 자주 눈에 띈다. 


예전과 달리 스웨덴의 연대임금 정책이 중소기업의 몰락과 자본의 대기업 집중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노사정 협약이 생산성 협약을 하면 자본과 노동 모두 좋다는 논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 


스웨덴의 연대임금은 산업별 평균 임금을 지급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 고소득 노동자의 소득은 줄었고, 중소기업 저소득 노동자의 소득은 올랐다. 그 결과 노동자 간 소득 격차는 줄었다. 그런데 노동자들에게 과거보다 고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던 중소기업은 도산하고, 그 자본은 대기업에 흡수된다. 생산성이 낮은 산업의 구조조정이 함께 이루어진 것이다. 연대임금 실시로 (1) 대기업 고소득 노동자와 (2) 중소기업 자본가 두 집단은 손해를 본 것이다.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좀 회의적. 


연대라는게 세력의 균형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연대임금의 혜택을 보는 중소기업 비노조 노동자들은 조직화되어 있지 않다. 반면 연대임금이 달가울리 없는 대기업 고소득 노동자들은 노조로 조직화되어 있거나, 정치적 영향력이 있다. 한국은 임금이 산별노조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에서 임금을 정하는 것이기에 연대임금을 강제할 structure도 없다. 


연대임금으로 어려움에 처할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은 고소득 노동자로 흡수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노동시장에서 연대임금은 실업률을 높일 위험성이 있다. 제조업이 부흥하며 구조조정이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하였던 1930년대의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연대임금의 결과로 나타날 자본집중이 일자리 창출보다는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또한 연대임금은 50대 후반 이상이 차지하고 있는 노동시장의 급격한 경색화를 초래하여, 노인빈곤을 악화시킬 위험도 있다. 노인복지가 확립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시장의 축소는 빈곤의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현재로써 연대임금은 지식인들의 판타지일 뿐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생각. 




ps. 스웨덴의 연대임금은 1-2차에 걸쳐서 이루어졌음. 1차는 성공했지만 2차는 실패. 1차 연대임금은 능력에 따른 격차를 인정하는 동일산업 내 동일직종의 연대임금이었고, 2차 연대임금은 능력에 따른 격차도 줄이는 연대임금이었음. 2차 연대임금은 고소득 직종의 극심한 반발로 무산. 


pps. 노동회의소는 도입하는게 좋다고 생각. 노조의 혜택을 보는 노동자의 수가 매우 작은 상황에서 대다수 노동자의 힘을 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임. 의무가입하는 제도적 장치이기에 지속성도 큼. 노동재판소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 


노조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민주노총의 입장은 판타지. 전세계적으로 노조가입률은 지속적으로 하락. 앞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희박. 노조에 기대어 노동상황을 개선하고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은 낮음. 노조가 아직도 힘을 발휘하는 국가들은 제도적으로 노조가입이 강제되거나 (스웨덴은 노조와 실업보험이 연계), 노사협상 결과가 전체 노동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프랑스) 경우임. 한국은 둘 다 아님.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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