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장용성 교수 칼럼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높은 이유는 말단 직원들이 그다지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인재들을 말단 자리에 계속 남겨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미국에선 일단 능력이 확인되면 빠른 시간 내에 발탁되고 승진된다. ...


우리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결코 인재풀(pool)이 나빠서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같은 인재풀을 가지고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한다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충분히 더 높일 수 있다.... "



위에 인용한 장 교수의 주장 중 첫번째 내용은 미국에 유학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인상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다. 대학원 시절에 한 대형마트에서 유난히 친절하고 계산하기 편한 계산대 직원이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안보이더라. 궁금해서 물어보니 승진해서 딴 데로 갔다더라. 근무한지 3~4달 밖에 안되었는데, 능력이 있으면 이렇게 빨리 승진하는구나 하고 놀랐다. 이 분이 떠난 후 다시 답답한 cashier의 서비스를 받자니 위에 장교수가 말한 스토리에 절로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인력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근거가 되는 이 스토리가 사회과학적으로 맞는 얘기일까? 


이 사례의 타당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근거는 장 교수의 칼럼에서 바로 나온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IQ는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한다. 또 우리나라 중고생은 과학 학습능력 평가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국가 간 학력비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인재풀의 분포 모형이 미국보다 훨씬 평균에 집중되어 있고, 평균치도 높다. 한국 고등학교 교육의 수준이 미국 공립 고등학교 보다 월등히 높다. 또한 한국은 고교 졸업 이하 인구가 30대 이하에서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작다. 한국의 생산성 하위 20% 인재의 수준은 미국의 하위 20%의 수준보다 높다. 


비록 높은 자살율, 극심한 경쟁 등 많은 폐단이 있지만, 적어도 지식의 습득과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공교육이 미국의 공교육보다 훨씬 우수하다. 


한국 교육은 "국민 평균의 수준 향상"이라는 목표를 매우 훌륭하게 달성하였다. 이 때문에 과거에 오바마가 툭하면 교육 문제를 얘기할 때 마다 한국 교육을 모범사례로 언급했었다. 


즉, 인재풀의 배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인재풀의 분포의 차이 때문에 한국 말단 직원이 미국 말단 직원보다 더 능력있고 똑똑하다. 당연히 승진해야 할 능력있는 인재가 말단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그 정도 계산과 사고 능력으로는 승진하기 어려운 인력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이 빠른 시간 내에 미국 생산성의 절반 가까이 따라 잡은 이유도 아마 평균 국민 교육 수준이 높아 중하위 노동자의 개별화된 생산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하층이 아니라 상층이다. 다시 교육문제로 돌아가면,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수월성 교육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온갖 특목고와 변형 고교가 판을 친 것이다. 수월성 교육이 교육 목표가 되는 것이 맞는지, 수월성 교육을 하면 뭔가 달라질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수월성 교육이 이슈가 되는 논리가 바로 노동상층의 낮은 생산성이다. 


이 문제가 효율적 인력배치로 해결될 수 있는지, 아니면 가장 능력있는 노동자가 상층 경영진으로 승진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유로 인해 생산성이 낮은 것인지. 후자의 경우라면 아무리 더 능력있는 사람을 승진시켜도 별 효과가 없다. 인력재배치가 아니라, 상명하복의 문화, 각종 차별 문화, 쓸데없는 야근문화의 변화를 포함한 "경영 노하우"라는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 필요한 것인데... 뭐 경영학과 분들이 알아서 연구하겠지...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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