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최저임금 팩트체크 기사

최병천 전보좌관의 허핑턴포스트 글


경향신문에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가 없다는 기사를 내자, 최병천 전보좌관이 반박하는 글을 허핑턴 포스트에 실었다.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왜들 이렇게 몇 가지 부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자신있게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확신하는지 모르겠다. 




우선 최저임금 미달률 부터. 


최 전보좌관은 최저임금 증가율과 최저임금 미달자 증가율 간에 "뚜렷한 개연성"(아마도 상관관계)를 보인다는데, 아래 글에서 지적했듯 그거 그렇게 뚜렷하지 않다. 노무현 정권 기간 동안 상승한 7%포인트 증가분만 빼면 지금도 6.6% 밖에 안될 것이다. 왜 이 기간 동안 이토록 급격하게 최저임금 미만률이 늘었는지 정확히 아는가? 


내가 초간단 회귀분석을 해보니 최저임금 미달자 증가율 중 최저임금 상승률에 의해서 설명되는 부분은 17%에 불과하다. 나머지 83%의 최저임금 미달자 증감분은 뭔가 다른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다음으로 최저임금 미달자의 영세 사업체 집중 여부. 


최저임금 미달 기업이 30인 미만 사업장에 88%가 집중되어 있다고 했는데, 그 중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실제 영세사업체이고, 얼마나 많은 부분이 대기업의 사업장인지 알고 있나?   


사업체와 기업체를 구분하지 않으면 한국은 대기업의 고용률이 지나치게 낮게 나온다. 소규모 사업체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대기업의 지점들이다. 이 대기업 지점들은 최저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다. 


실제로 비정규직 중 대기업에 속한 인원이 사업체 기준으로는 13.4%이지만, 기업체 기준으로는 37.7%라는 보고도 있다. 소규모 사업체에 속한 대기업 소속 비정규직이 대부분 현재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어 최저임금 미달자가 아니고, 최저임금 미달자는 대부분 영세기업에 속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나? 행정지도와 사회적 압력을 통해 영세자영업자를 단속하지 않으면서도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하는 실제로는 대기업 소속인 5인 이하, 10인 이하 사업체의 미지급률을 줄일 수 있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최저임금 미지급률 변동분을 설명하는 정도가 작은 이유도 이러한 버퍼요인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최저임금 미달계층. 


최병천 전보좌관의 글을 통해서 배운 것 중의 하나가 누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가이다. 예상대로 50대 이상의 고령층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비율이 높다. 그런데 최 전보좌관이 강조하지 않은 것 중의 하나가 최저임금 미달층의 1/3만이 빈곤층이라는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 상승이 빈곤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최저임금 상승이 빈곤층보다는 중산층의 소득향상에 도움이 되(거나 고용이 줄어들면 이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증거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 최저임금 상승의 효과는 빈곤층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계층에 영향을 끼친다. 설사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더라도 빈곤층의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유추도 가능하다. 


왜 최 전보좌관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노동시장에서 떨어져나올 계층이 고연령 빈곤층에 집중될 것으로 가정하는가? 보조소득자가 아닌 빈곤층이 최저임금 상승으로 주로 떨어져 나올 것으로 믿는 근거가 무엇인가? 


최저임금 미지급 단속을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의 소규모 사업체에 집중해도 빈곤층 소득 감소가 일어날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데 돈을 걸겠다.  




그리고 빈곤층 대책에 대해. 


빈곤을 줄이기 위한 주대책으로 EITC를 거론하는 것도 황당하다. 한국에서 근로계층의 빈곤율은 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유아 및 청소년 빈곤율도 낮다. 한국의 빈곤율이 높은 것은 prime working age에 있는 근로빈곤 때문이 아니라, 노인빈곤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의 노인층보다 한국노인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기는 하나, 상당수의 노인층이 일을 안한다. 당연한거 아닌가. 그런데 일을 안해서 생기는 노인빈곤을 EITC 적용해서 줄일 수 있겠는가. 말이 안되는 정책이다. 빈곤 대책이랍시고 EITC 얘기하는 분들 보면 황당하다. 모르면 외우자. 한국의 빈곤은 근로빈곤이 아니라 노인빈곤의 문제다. 그런데 왜 근로빈곤 대책을 빈곤대책으로 제안하나? 


선진국에서 고연령층의 빈곤율이 낮은 것은 연금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고연령층의 연금수령율이 아직 낮다. 대부분의 은퇴자가 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되면 고연령층의 빈곤율은 급감하게 될 것이다. 노인빈곤은 그 사이에 어떤 대책을 마련해 주느냐이다. EITC 보다는 박근혜 정부에서 수행했던 노인연금이 현 시점에서 100배 나은 정책이다. 


(EITC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빈곤 대책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불평등 감소 대책으로, 또한 복지병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복지를 확대하는 방책으로 EITC는 분명 좋은정책이다. 하지만 예산 제약으로 EITC와 노인연금 확대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 같으면 후자다.)




한국은 재분배를 통해 불평등 해소 정도가 매우 작은 국가이다. 시장 소득을 통한 1차소득의 조정 없이 불평등을 줄이기 어렵다. 세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통한 빈곤층 축소가 정공법이나, 이 대책은 말이 쉽지, 지금 할 수 있나? 중산층 세금 인상하려다가는, 다음 총선에 패배하고, 바로 정권을 내줘야할 판인데. 


그러니 대기업의 팔을 비틀고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시장 소득의 변화를 가져올려는 것이다. 시장 소득의 조정이 시장에 의해서 결정날 것 같지만, 사회적 norm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 방법이 꼭 좋은 것은 아니고, 실패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 외에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다른 대책도 많지 않다.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세력이 재벌과 부유층인 것만도 아니다. 노동조합도 사회적 압력을 받는다. 지금은 노조도 공생보다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 각자도생에 급급하다. 노동조합도 자신들의 직접적 이익에 손해가 나더라도 사회적 공적 이득, 연대를 통한 노동자 전체의 이득에 복무토록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럴려면 각자도생을 안하면 사회가 전반적으로 변화한다는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 공약을 첫 해부터 깨라고? 문재인 당시 후보 혼자 내건 공약도 아니고 대부분의 후보가 내건 공약이다. 여기서 최저임금 인상은 없던걸로 할께요하면, 정책적으로 참으로 훌륭하다고 하면서 다 같이 잘먹고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겠는가, 아니면 사사건건 직접적 효과를 따지며 각자도생 분위기만 더 팽배해지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노동관련 첫 정책 결정인데, 노동측을 실망시켜서 앞으로 정책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파트너쉽을 형성할 수 있겠는가? 


올해 최저임금을 크게 올린 것은 정치적 결정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3년 내에 열지, 상황을 보며 속도조절을 할지는 나중에 결정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1년 해보고 속도를 결정하자고 한다. 최저임금의 효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긍정적 효과가 있다>가 아니라 <부정적 효과가 확실치 않다>라는 포지션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국민여론도 괜찮다. 이 판에 진보적 인사들이 나서서 정확하지도 않은 통계로 불안감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는건지. 최저임금 1만원 주장하던 분들은 왜 다들 꿀먹은 벙어리인건지.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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