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콜리어의 The Bottom Billion이라는 책을 보면 똑같이 못살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국가에 둘러쌓인게 얼마나 경제발전에 나쁜지 나옴.
콜리어의 책에 어느 나라가 못사는 10억에 들어가는지 나열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다른 책을 보면 북한도 여기에 들어감. 그런데 전세계 빈곤 국가 중에서 북한 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는 국가가 없음.
북쪽으로는 우방이자 세계 경제 2위의 커다란 시장인 중국이 있음. 과거 같았으면 중국과 북한이 저임금 상품시장을 둘러싸고 경쟁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북한과 중국은 경쟁 대상이 아님. 동남아로 빠져나가던 중국 투자가 북한으로 갈 가능성이 있음.
남쪽으로는 동족이자, 언어, 문화 등의 이질성이 낮고, 범정부 차원으로 북한에 투자하고 기술 이전 등 노하우를 전수할 의향이 있는 경제선진국 (GDP 규모 세계 12위) 남한이 있음.
Land-locked country도 아니라서 설사 단기적으로 남한과 사이가 나빠지더라도 해상 수출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
세계 경제 1위의 미국은 이미 북이 핵을 포기하면 대규모 민간 투자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하였음. 세계경제 3위인 일본과 북한이 수교를 맺으면 과거 한국-일본의 수교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식민 보상금을 지불하여 북한이 경제발전의 종자돈으로 삼을 가능성이 큼.
관여도는 다른 나라보다 낮지만 러시아도 세계 11위 경제 대국임. 적어도 북한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없음.
세계 경제 1,2,3위가 모두 북한 이슈에 매달리고 있고, 같은 민족이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핵을 포기하면 경제 원조를 제공할 의사가 분명함.
후진국 중에 경제발전을 위하여 이보다 더 나은 지정학적 조건을 갖춘 나라는 없음.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예상됨. Catch-up 경제발전에 실패하기 어려운 조건임.
통일의 대상인 남한이 있는 것이 후진국인 북한으로써는 체제에 대한 위협인데, 남북한 경제 격차가 지나치게 큰 것이 오히려 북한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아이러니.
북한은 깡통 깡패 국가임. 어느 나라도 이런 나라와 통일하고 싶어하지 않아 함. 과거에 중국이 북한을 흡수할려고 한다는 식의 걱정들이 있었는데, 뭘 모르는 소리. 어느 나라가 2천5백만 빈민층을 받아들이고 싶어하겠음? 중국은 자국 내 지역불평등으로 이미 충분히 골치가 아픈 상황임.
남북한 경제 격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통일이 되면 과거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극심한 혼란이 예상됨. 이 때문에 남한도 북한과의 급진적 통일을 원치 않음. 북한 체제 안정이 남한의 이해와도 일치함. 젊은층이 통일을 원치 않아서 문제가 아니라, 극좌 극우 일부에서 너무 통일을 원할까봐 걱정.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앞으로 북한에서 대량 학살만 없으면 개발독재를 지원하는 꼴을 참고 봐줘야 할 수도.
또 한가지 열불 터지는 장면은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부르짖던 북한의 군부 인사들이 자본가로 변신하는 것이 될 듯. 몰락한 동구 사회주의 국가가 자본주의로 이행할 때 사회주의에서 호의호식하던 엘리트들이 자산을 불하받고 자본가로 변신하였음.
북한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음. 김씨 가문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도모하면 사회주의 엘리트가 자본주의 엘리트로 변신하는 social mobility의 linearity가 과거의 다른 사회주의 국가보다 더 심할 것.
사회학에서 말하는 상대적 지위(relative rank)는 변하지 않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전체 인민의 절대적 경제 지위가 상승(absolute mobility)하는 효과가 있기에 용인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어쨌든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이런 짜증나는 미래가 어서 오기를 기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