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칼럼: 소득주도성장을 업그레이드 하라

한겨레 기사: 소득주도성장, 재정이 열쇠다


다 맞는 소리.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게 한꺼번에 시행되기 굉장히 어렵다는 것. 


블로그 9년 넘게 하다보니 어차피 했던 얘기 또 하는 것. 이 번에도 했던 얘기 또 할텐데, 그래도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론적 논의를 현실에 적용하면 그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  


자본주의는 하나의 고정된 제도가 아니라, 각 사회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자본주의 발전에 한가지 제도가 장땡이 아니라 미국식 자유경쟁, 스웨덴식 복지, 독일식 중도(?), 일본식 집단주의, 모두 나름 잘 작동하더라는게 Variety of Capitalism (VoC).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게 국가 내 여러 제도는 친화성이 달라서, 독일식 노동시장 제도에서는, 어릴 때 부터 자기 길을 정해주는 교육제도와, 강력한 실업보장 복지가 친화성이 있고, 미국식 자유경쟁 제도에서는, 대학까지는 물론 그 후에도 경쟁하는 교육제도와, 노동유연성이 친화성이 있다는게 제도주의적 입장인 VoC의 내용.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은 지금까지 보수가 내세웠던 "성장(하면 결국 모두 이익)"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새로운 국가 경제 체제임. 


이렇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한 두 가지 제도를 바꾸면 이 새로운 제도는 기존 제도와 삐걱거릴 수 밖에 없음. 국가의 모든 제도는 서로 친화성을 가지고 상호보완하는 기능을 일정정도 가지고 있는데, 패러다임을 바꾸는 제도를 도입하면 기존 제도와 마찰을 빚고, 제도적 친화성이 무너지면서 혼돈이 초래됨. 


다른 제도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재구조화될 때까지 일정 정도의 마찰은 불가피함. 다른 제도까지 모두 재구조화되면 그 이후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메인이 되어서 과거로 돌아가는게 어려워짐. 이강국 교수의 칼럼, 한겨레 기사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을 위해 제도적 보완을 서두르라는 것. 다 맞는 소리이긴 한데, 이거 할려면 시간이 걸림.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버". 


제도를 바꿀 때 존버의 중요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이론이 칼 맑스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론." 존버에 방해되는 세력을 억누르고 장기간 버티면 결국 사회주의를 넘어 공산주의 사회로 이행할 것이라는게 맑스의 이론. 이게 변형되면서 스탈린도 나오고, 문화혁명도 나오고, 김일성 일가의 독재도 나오지만, 맑스 이론의 함의가 틀린 것도 아님. 문화혁명 없었으면 지금의 중국식 발전도 없었을 것. 


박정희의 18년, 전두환/노태우의 12년 총합 30년 존버로 한국 사회 시스템을 완전히 그들의 판으로 만들었음. 박정희의 경제개발5개년 계획은 뭐 스무스하게 진행된 것 같음? 생지랄을 하면서 관철한 것임. 아래 얘기했던 삼당합당 이후 30년까지 계산하면, 해방 후 80년 중 장장 60년을 박정희가 만든 시스템으로 한국 사회를 구성한 것.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아니라 군부독재 30년이 한국 사회를 만든 것. 






진보에게 돌맞을 소리하자면, 박정희가 시작한 이 시스템이 극악한 것은 아님. 나름 작동하는면이 있음. 그러니 60년 동안 유지하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여기서 머물수는 없다는게 진보의 생각. 


소득주도성장이라는게 이렇게 60년 동안 만든 경제체제를 바꾸기 위한 시작임. 기존의 많은 제도와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음. 


예를 들어 소득주도성장은 자영업자와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음. 70~75%의 경제활동인구가 노동자인데, 이들의 소득이 오르면 자영업자의 소득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대상은 고용주가 아니라 피고용자, 노동자임. 한국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30%에서 20%대 초반으로 낮아졌는데, 타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7~8%포인트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큼. 복지국가는 모두 자영업 비율이 10% 초반대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시행할 때 자영업자의 최소 1/3, 최대 1/2이 아마 버티기 힘들 것.   


이 갈등을 견디고 소득주도성장을 보완하는 제도를 앞으로 20~30년간 시행하면 한국 사회를 완전히 바뀌는 것이고, 그러지 못하고 기존 체제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공격에 무너지면 결국 기존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것. 






한 사회가 근본적으로 체제를 바꿀려면 한 세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일관되게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지 다른 나라 역사를 보면서 대충 따져본적이 있는데, 한 30년 걸림. 진보가 앞으로 30년간 정책적 주도권을 쥐면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 그 기간 동안 정책적 mismatch를 극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함. 


지금의 소득주도성장 노선은 분배와 성장을 모두 포괄하는 진보의 패러다임임. 이 패러다임이 실패하면 진보는 보수의 자장 안에서 움직이는 것. 진보라고 해봤자 보수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


작년 최저임금 논란서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블로그를 좀 과격하게 쓰는건 그 때문임.  






많은 사람들이 진보의 성공을 바랄텐데, 그렇다면 당연히 나오는 질문은 그럼 문재인 독재하자는 얘기인가?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군부 독재와 비슷하게 진보 독재하자는 주장인가? 문빠가 문화혁명하자는 소린가 (노무현 때 이런 얘기 많았다는거 기억하시는지)? 독재 없이는 이러한 체제 전환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인가? 


사실 독재 없이 체제 전환에 성공하기 어려움. 그런데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로 체제 전환에 성공하는 케이스가 있는데, 조건이 있음. 바로 전쟁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 2차 대전 이후 모든 자본주의 국민국가가 복지국가로 전환된 것이 그 예임. 그 바탕에는 국뽕이 있음. 전쟁보다 국뽕 함양에 좋은 사건이 없음. Thomas Piketty의 주요 주장 중 하나가 바로 전쟁으로 인한 자산의 파괴와 복지 도입이 20세기 매우 예외적인 20세기 복지국가 등장의 배경이라는 것.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할 함의는 현재 북한과의 갈등은 위험 요소가 아니라 기회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 소득주도성장의 몇 가지 조치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더라도 대북문제로 국민적 집단 목표가 형성되면 이 부작용을 넘어설 수 있음. 


복지국가가 국민국가와 함께 발전했다는 것은 큰 함의가 있음. 국뽕없이 평화적 민주주의적 체제 전환 없음. 국뽕을 보수의 무기가 아니라 진보의 무기로 전환해야 함. 한가지 주의할 점은 그러다보면 소수자의 인권에 무심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는 함. 


어쨌든 박정희, 전두환에게 3S와 레드컴플렉스가 있었다면 지금의 진보에게는 쇼비니스트적 민족화합과 대북 국뽕이 있음. 이 번 기회를 놓치면 보수의 자장을 벗어나 진보의 새로운 경제 체제를 한국 사회에 도입할 수 있는 더 나은 기회는 아마도 진보에게 상당 기간 오지 않을 것임. 





정리하면, 진보에게 한국의 경제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지금보다 더 나은 기회는 지금까지 없었음.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면 기존 제도와 마찰이 불가피함. 보완적 제도의 도입을 통해 가능한 빨리 극복해야 할 것임. 하지만 일정 기간 그 마찰의 부작용을 버티는 존버가 필요함. 여기서 실패하면 한국의 진보는 보수의 손바닥에서 노는 손오공이 되는 것. 





Ps. 

쓰다보니 너무 선동적인 것 같은데, 원래 거대담론은 좀 선동적인 법.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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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d 2018.06.19 09: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존버하려면 민주당의 장기집권이 필요한데 경제성적표가 안좋으면 장기집권이 힘들고 그러면 다시 원위치되니까 칼럼이나 기사들도 그걸 우려하는걸수도..

    • 바이커 2018.06.19 2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위에 썼듯 칼럼의 내용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빨라도 2019년은 되어야 확장재정이 가능합니다. 경제환경이 안좋아지면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공격이 심화되는데, 지금 무너지면 아무것도 안되죠. 다음 선거도 2년 뒤니, 지금은 버티면서 별 인기없는 구조적 문제를 건드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2. 하모니 2018.06.20 06: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장점은 국민들이 ♩♪♫ 좋아한다는거고 가장 큰 약점은 외부경제위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거다... 소득주도성장과 유사한 정책을 도입했던 60년대 영국 아르헨티나 2000년대 그리스 베네수엘라 등을 보면 처음엔 잘나가지만 금융위기 한방에 우수수 나가떨어진다.... 공산주의 경제가.. . 60-70년대에 잘나갔다가.. 망한건 자본주의보다 유연성이 떨어져서 외부경제위기에 매우 취약해서임을 알아야 한다.. 특히 환율이 중요한데 자기 경제 체급보다 강한 환율 고집하다가 수많은 나라가 부도가 났는데.. 소득주도정책은 기본적으로 강한 환율정책을 고집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아작난다.. 국민들은 수입품 싸게사서 ♬♫♪ 좋아하다가 나라가 부도나믄 그때서야 시위만 해대지.. 그리스처럼...

    • dd 2018.06.20 07:3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놈의 베네수엘라,그리스는 소득주도성장을 한적도 없는데 왜 자꾸 거론하는지 그리고 경제체급보다 강한 자국화폐?그게 가능하다고 봅니까? 고환율(=약한 자국화폐)는 가능할수 있을지도 몰라도..

    • 하모니 2018.06.20 0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이 초기에 성공가두 달렸을땐 진보진영에선 배워야 한다고 난리였는뎅.. ㅎㅎㅎ
      실패하니 그건 소득주도성장이 아니야!!!!! 로 태도돌변이네욤... (하긴 모 소득성장 실패하믄 재벌탓하거나 정부탓하믄 되지 소득성장이 잘못된게 아니다 라고 하겠죵) 환율은 플라자 합의때 일본.. 유로화 쓰는 그리스와 이태리 스페인.. 멀리갈것도 없이 IMF때 한국 등등 사례가 수없이 많은데 가능하냐고요?? 라고 물으신다면... 경제공부좀 하십쇼 라고 말해줘야 게네요..

    • 바이커 2018.06.20 08:51  댓글주소  수정/삭제

      좌파가 베네주엘라 울궈먹더니 이제 우파가 또 울궈먹는군요. 하여간 극끼리는 통해요. 베네주엘라, 브라질 칭찬하던 분들한테나 가서 얘기하면 정신승리에 좋을 듯.

      http://sovidence.tistory.com/469

    • Rock 2018.06.20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다하다 안되니 반말로 대꾸하는건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인성이 저렴한건데ㅎ

    • 바이커 sovidence 2018.06.20 1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Rock님은 글은 하모니라는 분의 글에 대한 답글인데, 이 하모니라는 분의 댓글이 반말이라 삭제했습니다. 했던 말 동어반복이라 별 생각할 거리도 없고요.

  3. query 2018.06.22 1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수님의 글과 좀 거리가 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라는 표현을 보니 궁금함이 생겨 질문을 드립니다.

    사회과학자들은 "기존의 모든 세제를 없애고 토지 사용의 대가인 ‘지대’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토지가치세’"(조지스트의 입장이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요?

    • 바이커 2018.06.22 23:46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토지가치세에 관심있는 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분은 없습니다.

      다만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컨셉인 "지대(rent)"에 대한 논의는 활발합니다. 사회학에서는 베버의 closure 이론과 Durkheim의 공동체 이론을 합쳐서 노동시장에서 rent를 없애면 더 많고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될 것으로 주장하는 분들은 있습니다. 대표적인 학자가 David Grusky죠.

  4. 1234 2018.06.28 0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니까 지금은 좀 힘들지라도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테니 개혁정부를 믿고 따르라, 라는 말씀이신데.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죽고 없고 한계 자영업자들은 퇴출되어 노동예비군으로 투입되겠죠. 인구감소로 실업률도 자연히 경감될 것이고. 무어가 문제겠습니까. 빅픽쳐만 믿고 가면 되는데. 미국 아카데미아 울타리 안에 계시는 분이 한가한 소리 잘 하시네요. 혹시 술 드셨습니까? 이런 글 쓰시고 뿌듯하신가요? 이건 솔직한 게 아니라 엘리트주의적 유사역사주의에 좀 현기증이 날 정도인데요. 해고 노동자가 자살을 스물아홉명째 하던 서른명째 하던 신경끄고 하르츠 노동 개혁으로 국가경쟁력 제고하자던 지난 보수정권들 경제정책이 말씀하시는 스탠스에서 별로 그렇게 먼 뿌리에 있지 않아 보입니다. 굉장하군요.

    • 바이커 2018.06.28 15: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에 접대비 규제하고 카드명세서 제출 요구할 때 소비가 줄어들어 룸싸롱 매출이 줄고 경제 망한다고 생난리친 적이 있죠. 실제로 기업 접대비 규모가 워낙 커서 접대비를 줄이면 총수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던 시절입니다. 술은 그런 식으로 나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이 드시죠. 님의 충정이 느껴집니다.

    • 1234 2018.07.29 1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에 생각나서 다시 열어봅니다만 교수님 참 대단한 분이시네요. 아뇨, 저는 나라 걱정 안 합니다. 제 앞길 걱정하기도 바쁘거든요. 지방에서 자영업 하시는 아버지 사정이 어려워서 학교로 못 돌아가게 생겼거든요. 입학할때도 큰 맘 먹고 보내주신 미국 유학이었지만 3학기 끝내고 군대 가 있는 동안 이렇게 나빠질 줄은 몰랐고 정말 가세 기우는 건 순간이더군요. 정말 수능준비 이제와서 다시해야하나 아니면 무리해서라도 한학기만 복학하고 (2학년 수료 요구하는 국내대학 편입요건 채우고) 빠져야하나 막막할 뿐입니다. 아웃오브 스테이트로 학부유학 같은 분수에 안 맞는 선택을 한 저와 제 부모님만 ♪♪♩인거죠. 그렇죠? 아니 ♩♫♬까지는 너무 자학적이고 대의를 위한 작지만 필요한 마찰적 희생 정도 되겠네요. 적폐세력 쳐부수는 동안 개돼지들 수없이 죽어나자빠진 다음에 올 새 세상에서는 교수님 같이 큰 뜻 가진 분들이 좋은 나라 행복한 사회 많이 만드실거라 믿습니다. 테뉴어 받고 자리잡으셔서 정말 좋으시겠어요. 개천 망둥어가 주제도 모르고 꿈지럭댄 죄가 참 크죠. 맞죠. 구조조정 해야죠. 경쟁력 없고 생산성 없는 경계선 자영업 정리되어야죠. 입바른 소리 잘 하시면서 좋은 인생 오래도록 누리시길 바랍니다. 캔자스에서 돈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하는-그러면서 교수님의 정의로운 문제의식에 공감도 잘 해주는- 당신 곁의 한인 유학생들에게는 좀 더 sympathetic 한 분이시리라 상상할 뿐이네요.

    • 지나가다 2018.10.17 2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 그대로 지나가며 댓글 읽다가 맘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일반론적, 보통, 상식에 근거한 추측성 발언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요. 정말 힘든 집 사정이라면 큰 맘 먹어도 미국 유학 보내기 힘든 게 현실이죠. 물론 1234님의 부모님의 자영업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큰 마음을 먹었는지는 본인만이 아실 것이나..

  5. 아는남자 2018.06.29 2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념을 추종하며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지지하던 이들은 저소득층의 소비패턴 특성을 거론하면서 임금을 올리는 즉시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매출증대를 얻을 것이라더니 올해 초에는 최소 1년은 두고 봐야 한다고 하고, 이제는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측정도 어렵다는 말이 나옵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어쨌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념이 실제 효과가 있으면 다행입니다만, 한국의 주요 산업부문 중에서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이 보이시는지요? 중장기적으로 자영업 비중이 '정상화'되는만큼 산업구조조정도 이루어져야 할텐데 어떤 움직임이 가능할까요?

    • 바이커 2018.06.30 1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첫번째 이슈는 저는 처음부터 최저임금 효과는 측정이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이 낮지도 않고, 올해 대폭 인상은 정치적으로 불가피했다고 보고요.

      다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최저임금으로 득을 볼 것이라는 주장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고임금 정책은 구조조정과 자본고도화를 동반하고 이 결과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유리할 수 없으니까요.

      두번째 이슈는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했던 얘기 중 하나가 성장의 동력은 잘 모른다는거고, 소득주도성장에서 "성장"은 모호한 소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현재 어떤 산업정책을 해야 하냐고 물어보시면 제 능력 밖의 영역입니다. 다만, 그런걸 하는 사람이 안보인다는 말씀 정도는 드릴 수 있습니다. 혁신성장이라는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만큼의 명확성도 보이지 않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니까요.

    • 아는남자 2018.07.01 1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To 바이커
      답글 감사드립니다. 중소기업인으로서 제 눈에는 현정부, 특히 청와대 핵심인물들이 현장이나 정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아서 답답한 마음에 적었습니다.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이나 '소득주도성장'이 그 자체로 잘못됐다기보단, 과학적 근거가 없이 질러보는 정책이라면 '이데올로기성'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아무리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동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손해를 봐야 한다면 그 이해당사자들 간의 대화와 합의가 필수적일텐데, 지금처럼 '오직 정책으로 말한다'는 태도라면 이 정부도 독선적인 불통정부라는 비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 바이커 2018.07.01 23:29  댓글주소  수정/삭제

      최저임금인상이나 소득주도성장이 사회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두 정책 모두 소득분배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두 정책이 성장정책으로 실질적 효과를 가지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경제성장은 요소투입과 기술혁신 외에 다른 특별한 정책대책도 사실 없습니다. 정부 정책과 경제성장의 관계를 살펴본 많은 연구의 결과는 "운빨"이 최고라는 것이고요. 그러니 모든 성장담론이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가진다는 면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이데올로기적인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말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외에 아직 이렇다할 정책적 드라이브를 건 적도 없습니다.

    • 아는남자 2018.07.02 0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To 바이커
      네, 제가 '이데올로기성'이라는 표현을 정확하게 사용하지 못했네요. '소득주도성장' 그 자체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없이 질러보는' 정부를 이데올로기적이라고 탓하고 싶었습니다.
      '과학적 근거'라는 표현도 정확하지 못했는데, (길게 쓰기 귀찮아서가 99%지만) 한국의 사회와 한국의 산업구조, 한국인의 자산분포, 소비패턴 등의 전제 하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어떻게 가능한지, 토론과 합의가 가능한 최소한의 데이터, 희망적으로는 효과예측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과학적 근거'라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게으른 탓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대중이 흔히 접하는 언론매체에서, 혹은 정부의 홍보자료든 학계의 연구자료든, 한국의 어느 산업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소득인상이 가능한지, 그렇게 됐을 때 어느 분야의 이익이 감소하고 어느 분야가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얼만큼의 성장이 예측되는지, 그런 자료를 본 적이 없습니다.
      각 분야별로 데이터 확보에 한계가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학계와 전문가들은 그런 데이터를 토대로 예측모델을 만들어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이들은 이 절차가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예산투자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국가의 성장동력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전환이라면 아무리 어려워도 이런 절차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청와대든 내각이든 이런 걸 말하는 사람이 안 보이네요.
      그래서 답답합니다.

    • query 2018.07.02 1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질문 답변을 읽다가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낙수효과든 분수효과든 각 학파는 나름의 주장과 근거를 갖고 있지요. 왜 근거가 없다고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소비던스 교수님도 계속해서 입장을 밝혀오셨고, 크루그먼 교수 같은 분들이 그동안 낙수효과를 강하게 비판해 오셨는걸요.)

      관건은 제시된 주장과 근거로 설득되느냐인데, 설득을 전제로 정책을 펴려고 하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통제된 실험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를 설득할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추진하지 말라"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것입니다.

    • 아는남자 2018.07.03 0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To query
      증거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식의 해석이 어떻게 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사회과학적인 의견은 아닌 것 같아 제 의견과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 열심인 사람이 아니라 답글을 쓰다가 지웠습니다만, 근거가 있다고 여기신다면 한국의 계층구조와 산업구조에 기반한 소득주도성장의 예측모델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김 교수님께서는 이미 짧고 간결하게 절 잘 이해시켜주셨기 때문에 그에 대해선 전혀 불만이 없고, 크루그만 같은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사회와 산업, 경제에 관한 충분한 데이터와 예측모델을 갖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당연히 어떤 주장이든 자기 논리를 설명할 근거가 있죠.
      그런데 한국의 소득주도성장론에는 그런 데이타도 예측모델도 없습니다. 전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이 되면 한국의 산업구조가 어떤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 너무나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경영자로서 이런 불확실성을 줄여줄 전문가들의 진단도 없다는 데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찾아본 바로는 모델링 좋아하는 그 많은 경제학자들 중에 수식 하나 제시한 걸 못봤습니다만, 근거가 있다고 하시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query 2018.07.03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1) 먼저 제가 했던 말에 대해서 다시 말씀드리지요. "낙수효과든 분수효과든 각 학파는 나름의 주장과 근거를 갖고 있지요." 이미 말씀드렸던 것처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다른 이견을 가지고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2) "증거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식의 해석이 어떻게 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라고 말씀을 시작하신 후에 "그런데 한국의 소득주도성장론에는 그런 데이타도 예측모델도 없습니다. "을 하셨습니다. 저는 이전 댓글에서도 이런 메시지가 반복되고 있다고 판단했고 그렇기에 "관건은 제시된 주장과 근거로 설득되느냐인데, 설득을 전제로 정책을 펴려고 하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제 생각에는 수리모형이 있다고 해도 논란이 종식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통제된 실험을 통해 확인되지 않는 한 가설일뿐이고, 역시 반대는 존재할 것이며, 그 반대를 모두 설득하면서 기다리고자 한다면 진행할 수 있는 정책은 없을 것입니다.

      3) 말씀하셨던 것처럼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경제학자이고 한국의 문제에는 관심이 별로 없으시지요. 저는 그분의 논리를 바탕으로 추론해 볼 뿐입니다. 그러면 크루그먼의 경제학이 한국에도 적용가능한지를 보여줄 수 있는 수리모형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모형이 정말 인과관계를 잘 반영하고 있는가의 문제가 남는데, 그런 모형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고(찾아보지도 않았는데 이유는 저는 그런 모형의 유용성에 회의적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저는 그 모형을 신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4) 노파심에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물리학의 수리모형은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재현가능하고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모형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같은 이유로 경제학의 수리모형의 유용성에 회의적입니다.

      5) 결국 정치적인 선택이 존재할뿐입니다. 데이터를 잘 관찰하면서 조심스러울 필요는 있지만, 결국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을 경영하신다니 무슨 말씀인지 더 잘 이해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6) "나름대로 찾아본 바로는 모델링 좋아하는 그 많은 경제학자들 중에 수식 하나 제시한 걸 못봤습니다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말씀 속에 이미 그 경제학 모델링의 유용성에 의심을 갖고 계신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7) 마지막으로 "전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이 되면 한국의 산업구조가 어떤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 너무나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경영자로서 이런 불확실성을 줄여줄 전문가들의 진단도 없다는 데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셔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할까요? 당연히 알 수 없습니다. 크루그먼 교수 같은 분도 그분의 저술에서 장기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솔직하게 밝히십니다. 소득주도성장이 어느 정도의 장기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지 알 수 없고, 당연히 그 결과도 알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부적인 요인보다 외부적인 요인, 특히 미국이 관건이라 추측을 하는 동시에 재정/통화정책을 얼마나 케인지언답게 사용할 수 있냐가 관건이라 생각하지만 역시 제가 생각하는 답은 알 수 없다 입니다.


    • 아는남자 2018.07.03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To query
      3) 4) 5)로 보면 query님은 행정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 일반의 '과학성'을 전혀 신뢰하지 않으시고, '어차피 신뢰할 수 없는 근거라면 없어도 되고 정치적 결정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하시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적 결론도출의 과정이 없는 현정부의 정책수립과 추진에 우려하는 저와는 전혀 입장이 다르신 것이고, 이에 대해 더 이상의 말은 무의미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사회과학의 '과학성' 논쟁을 되풀이하는 건 서로에게 시간낭비이지 않습니까?

      굳이 제 입장을 되풀이하자면, 5)에서 '데이터를 잘 관찰하면서'라고 하셨는데, 현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니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이니 하는 정책방향 수립과 집행에는 그런 (한계가 뚜렷한) '데이터'조차 없습니다. '누가 그러던데 그거 하면 좋다니까 우리도 해보자' 수준의 정책수립과 집행을 하고 있어 우려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6)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제가 경제학의 수리모형이든 무엇이든 간에 사회과학적 근거와 그 근거를 통해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는 사회과학의 유용성을 의심하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사회과학의 유용성을 믿기 때문에 그에 반하는 현정부의 정책집행에 우려를 표한다는 말입니다.
      어째서 정반대로 오독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부의 행위에 사회과학적 근거가 불필요하다고 믿는 분에게 어떤 말이든 더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 query 2018.07.04 0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더 길게 말씀드려도 의사소통이 더 진행이 되는 것 같지 않아, 짧게 반복하겠습니다. "데이터를 면밀히 관찰하되, 확인할 수 없는 수리모형은 한계가 크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결정은 필요하다(제 추측에 낙수효과를 원하는 분들은 이 불확실성을 핑계로 변화를 거부하고 낙수효과를 지속시키고 싶겠죠)"가 제 입장입니다.

      마지막으로 '계산물리학'에 대한 설명을 인용하겠습니다.

      "Is a computer program building or testing a model? Yes, the correct answer is that a computer program is the "building a model" part of science. You still have to test this model by comparing it with an experiment. If you don't test it with real world data, it might as well just be a video game."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씀드렸는데도, 이해가 안 가신다면 저는 더 드릴 말씀이 없네요.



  6. 미국과객 2018.07.03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수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냥 궁금한 것이 왜 경제 체제를 바꿔야 하나요? 그것도 20~30년 동안 많은 저소득층의 희생을 담보로 하면서? 진보의 영향력 확대? 정부 경제 정책의 목적이 어떤 사상의 성공을 위해서 일 수는 없지 않나요?

    • 바이커 2018.07.03 2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글이 2~30년 동안 저소득층의 희생을 담보로 경제체질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읽히셨다면, 제가 뭔가 잘못 쓴 것 같군요.

      위 글은 부작용에만 집중하면 현상 유지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일반론을 얘기한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에 필요한 바람직한 경제는 "소득안정성"을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불평등 문제보다 안정성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소득이 안정되어야 도전도 가능하고 혁신도 나옵니다.

  7. 2018.07.04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8. 퐁퐁 2018.07.15 0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회주의적 포퓰리즘 경제+민족주의 국뽕=파시즘
    당신같은 문빠가 파시스트라는걸 본인 스스로 증명하고 있네
    당신같은 사람을 보면 칼 포퍼의 명언이 떠오름

  9. dd 2018.09.12 0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화혁명이 없었으면 중국식 발전이 없다는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실수있나요? 문화혁명 시절 인프라나 중공업 투자가 지금의 중국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뜻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