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보도: 가짜학문 제조공장의 비밀

뉴스타파: 와셋 참석 상위 대학과 교수 명단


아마 이런 가짜 학술대회와 가짜 학술지 관련 이메일을 받아보지 않은 학자는 아무도 없을 것. 


어떻게 이메일을 긁었는지 모르겠지만, 1주일에도 몇 번씩 이상한 학술대회 참가, 이상한 학술지 투고하라는 이메일을 받음. 심지어 학술지 스페셜 이슈 편집장을 맡으라는 이멜도 심심찮게 받고 있음. 물론 제목만 보고 관련 이멜은 걍 삭제. 학술대회 타이틀도 그렇게 구릴 수가 없음. 정상적인 학자라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구리함이 넘치는 이멜임.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Waset만 있는 것도 아님. 돈만 내면 무조건 받아주는 가짜 학술대회와 가짜 학술지가 널렸음. 


... 와셋의 학술지와 학술대회를 이용하는 한국인 학자들의 숫자는 2014년부터 급증한 추세이며, 최근 들어 매년 1천 명이 넘는다.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논문 게재 등으로 와셋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 학자는 모두 4,227명, 기관은 272개다. ...


충격적인 것은 한국인이 이 가짜 학술대회와 학술지의 가장 중요한 고객 중의 하나라는 뉴스타파의 보도. 어디 듣보잡들이 그러는게 아니라 서울대, 성대, 연대 등 유수의 대학 교수들이 이 가짜 학술대회의 주 고객이었다는 보도에 그저 아연실색할 뿐. 


자기 학문 분야에서 어떤 학술대회와 어떤 학술지가 그래도 가볼만하고 읽어볼만한지는 모두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음. 대학원생들이야 이러한 상식을 갖추기 전이라 뭘 모른다고 할 수도 있지만, 교수와 박사 받은 연구원들이 도저히 모를 수 없음. 


이런 학술대회 참가를 막는 방법은 학계의 전통적 규제인 self governance. 자율적 규제로 이런 가짜 학회나 학술지는 업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학계 내에서 credential을 잃어야 정상임. 문제는 한국에서 self governance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다보니 자율규제가 아닌 대학본부의 규제, 교육부의 규제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아이러니하게도 교수가 가짜로 대학본부를 속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짐. 교수들은 어떤 학회가 가짜고 어떤 학회가 제대로 된 것인지 상식적으로 알지만, 대학 본부에서 어떤 학회가 가짜인지 어떻게 다 알겠음. 국제 학회 참석했다고 하니 그런줄 알지. 


학계와 대학이 self governance로 굴러가는 건 이유가 있음. 그거 외에는 정상적 체계를 갖추기 매우 어려움. 한국은 자율규제가 안되니 타율규제를 하게 되고, 거기서 생기는 여러 문제점들이 눈에 많이 띔. 


그래도 이런 가짜 학술대회의 최대 고객이 한국인이 되는 황당한 상태가 될 줄은 몰랐음.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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