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개천룡은 나오지 않는건지. 명문대는 이제 부유층의 자녀만 가는 것인지. 예전에는 저학력 부모의 자녀도 고등교육을 받았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점점 덜 일어나는지. 언론에서 계속해서 과거에 달리 이제는 배경이 좋은 자식들만 명문대에 간다고 보도가 나왔는데, 정말로 그런지에 대한 객관적 연구는 거의 없음.
연구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자료가 없기 때문.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성균관대 최성수, 이수빈 두 사회학자가 서베이 자료 8개를 통합해서 1940년대 이전 출생자부터 1990년대 출생자까지 부모의 학력 수준에 따른 자녀의 교육 성취도를 연구.
단순히 부모 교육 수준을 대졸 대 대졸미만으로 나누지 않고 (이 경우 대졸 부모의 비율이 늘었기 때문에 대졸 부모라도 1960대와 1990년대는 상대적 지위가 다름), 상위 20%, 하위 20%로도 나누어서 그에 따른 자녀의 교육 성취를 연구.
자녀의 교육 성취도 단순히 교육연수 (years of schooling), 대졸 여부, 명문대 졸업 여부 중 한 가지로 보지 않고, 교육연수, 전문대 이상, 4년제 대학 이상, 명문대 졸업 등으로 나누어서 다층적으로 어떻게 역사적 변화를 거쳤는지 자세하게 분석함.
늘상 그렇듯 현실은 단순하지 않고 매우 복잡. 그런 복잡한 현상을 드러내면서도 결론은 명확하게 제시. 드물게 보는 매우 훌륭한 연구.
이런 훌륭한 연구는 전혀 훌륭하게 보이지 않는 지루하고 짜증나는 서로 다른 자료간 통합이라는 단순 노가다 작업을 동반함. 진짜 학자는 이런 작업을 해서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는 사람임.
그럼 두 학자가 이 논문에서 드러낸 명확한 결론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한국에서 교육기회 불평등은 커지지 않았다는 것.
아래 그래프는 부모가 대졸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자녀의 교육연수가 얼마나 다른지 자녀의 출생연도에 따른 변화를 나타낸 것. 보다시피 현재 70대인 전쟁 세대는 부모의 학력에 따른 자녀 학력 격차가 4년에 이르렀는데, 86세대인 60년대생에 오면 3년 이하로 줄어들고, 90년대 출생자에 이르면 1년 이하로 줄어듦.
부모 교육 정도에 따른 자녀 교육 수준의 격차가 줄어든 것.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90년대 출생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교육연수가 아니라, 명문대 진학 여부라고 생각하는 분들 많을 것.
아래 그래프는 학력 수준 상위 20%의 부모와 하위 20%의 부모 사이에 자녀가 명문대를 졸업할 확률의 격차를 측정한 것.
상층 부모를 두면 명문대 졸업 확률이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차이가 늘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음. 위에 보여준 교육연수처럼 부모의 배경에 따른 교육 격차가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1950년대 출생자 이후 현재까지 사실상 거의 변화가 없음.
명문대 졸업자 중에서 개천룡이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개천" 출신이라고 할만한 저학력 부모의 비율이 줄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음. 농민 출신이 CEO가 되는 비율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산업화로 부모가 농민인 경우가 줄었기 때문.
명확한 결론이 그렇다는 것이고, 복잡한 현실은 2년제 이상 대학 졸업 여부, 4년제 대학 졸업 여부 등에서는 일직선 변화가 아닌 inverted U-curve 패턴이 나타나고, 부모의 구체적인 학력 수준에 따른 변화도 다양함. 이런 복잡성은 논문을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함. 그래프와 표는 영어지만 원문은 한글임 (왜 이랬지?).
그래서 이 논문의 함의는?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커져서 한국 사회의 계층적 불만이 커진 것이 아님. 내가 생각하기에 이 논문을 통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기회불평등이 줄어들어도 그와 걸맞는 평등한 노동시장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사회적 불만은 커지는 것. 다른 한 편으로 늘상 말하지만 기회불평등을 해결해서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는 전반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기회의 평등은 오히려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논리로도 동원된다는 것을 기억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