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기사


지난 번 장하준 교수 중앙일보 인터뷰 보고 좀 황당했었음. 장 교수가 평소 해왔던 주장이 있기 때문이 이 분이 무슨 얘기하는지 뻔한데 그걸 또 현 정부 비판에 이용하는 중앙일보. 


이 번 경향신문 인터뷰가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명확히 드러냄. 인터뷰어(안희경)가 논쟁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듯. 


재벌에 대한 태도에서 장교수와 한국의 좌파가 입장이 다르다는 건 잘 알려져 있는 얘기. 저는 중소기업을 살려서 국가경제를 일으키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자는 주장보다는 장교수의 주장에 더 공감하는 편. 


자본주의 경제는 국민국가 (nation state) 정치 체제 하의 경제 체제고 복지든 뭐든 여기서 벗어날 수 없음. 민주주의도 국민국가 체제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 이게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정책 대안은 이 한계 내에서 고민해야. 


지난 번 중앙일보 인터뷰 이후 장 교수가 새롭게 비판받은게 한국의 GDP 대비 R&D 투자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은 데 뭘 또 투자하라는거냐는 것. 그에 대한 장교수의 답이 아래 박스. 


한국 사회가 "공정"에 천착하다가는 망한다는 것. 동의함. 과정이 아닌 결과의 평등으로 담론이 바뀌어야 함. 


안 = 한국 정부도 R&D(연구·개발) 지원해 주잖아요. 다만 지원대상이 분산돼 있고, 한 해 평가를 해 다음 지원 여부를 결정하니 혁신보다는 안정적인 방향이지만….


장 = 혁신과정을 잘못 이해하는 겁니다. 혁신은 사기업이 하든, 과학자나 정부가 하든, 열 개 해서 한두 개 크게 맞으면 돼요. 정말 실패할 위험이 있는 것을 해야 진정한 혁신이 나오지, 안전한 것만 하면 그게 무슨 혁신입니까.


안 = 그럼 예산을 편파적으로 쓴다는 비판도 나오고, 과용한다는 지적도 있으니 골고루 주는 거죠.


장 = 개념을 바꿔야죠. 컴퓨터도 유명한 얘기가 있잖아요. 1958년인가 토머스 왓슨 주니어 IBM 대표가 국회 청문회에서 앞으로 예상되는 컴퓨터 판매 대수가 5대라고 했어요. 그때는 컴퓨터를 살 수 있는 곳이 미 육군, 해군, 공군, 국무부 이런 데밖에 없기 때문에 그냥 소련과 체제 경쟁에서 군사적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서 했던 거죠. 나중에 그 기술이 세상을 바꿨지만, 그때 이윤만 생각했으면 문 닫았어야 할 산업이었죠.


장 교수의 이 번 인터뷰에서 가장 논쟁이 될 부분은 아래 박스. 상위 1%에만 문제라는 시각은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도 논란이 되는 주제. 


한국 사회 상위 1%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잘살지 못하는지는 (데이터가 없어서) 잘 모르겠고, 한국의 상위 10%가 잘사는 편인지에 대해서는 예전에 글을 쓴 적이 있음. 결론은 상위 10%가 특별히 나머지 90%보다 잘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위 10%가 특히 더 못산다는 것. 


한국사회 불평등 증가의 독특성

중상층이 자신을 서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좀 더 자세히 들여봐야겠지만 한국은 상위 20~30%의 중산층이 두텁고 이들의 여론 지배력이 절대적인 사회라고 생각됨. 이들 중산층이 복지확대에 저항하지 않고 찬성하도록 정책을 펼치는 것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 


장 = ‘재벌 때문에 불평등이 나온다’, 그건 문제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상위 1%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잘살지 않는데 상위 10%는 잘사는 편이죠. 문제는 상위 10%지, 상위 1%가 아니거든요. 중소기업이 착취당한다고 하지만 그 중소기업주들은 노동자 착취 안 하나요? 재벌이 권력을 남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규제해야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누진세로 많이 걷어 복지제도를 확대해 소득재분배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소득재분배를 하기 전 불평등도가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이런 나라도 미국과 비슷해요. 자기가 번 돈 세금 내고 정부 복지수당 받기 전 소득만 갖고 계산하면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세금 내고 복지 지급하기 전, 불평등도로 보면 제일 평등한 나라예요. 그런데 복지는 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잖아요. 복지 지출도 재분배 성향이 높지 않아서, 재분배를 하고 나면 평등도가 OECD 평균 이하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규제를 통해 불평등을 낮춘 거예요.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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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린아 2019.01.13 2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복지를 늘리자는 이야기를 찬성하는 편입니다만, 장하준 교수님의 '복지는 오른쪽 주머니를 왼쪽에서 쓰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동의하기가 어렵네요. 세금의 문제는 돈을 이리 저리 돌려쓴다는게 문제인게 아니라 세금을 거두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의 인센티브 구조를 변형시켜서 비효율을 발생하게 한다, 라는 것이었을 텐데요. 모르시지 않을텐데 저렇게 말씀하시는걸 보면 좀 그렇습니다. 그만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 라고 말하는게 맞겠죠.

    • 바이커 2019.01.13 2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인센티브 구조를 변형시킨다는 것은 동의하는데, 그게 어느 정도의 비효율을 발생시키는지는 의문입니다.

      한국은 세금과 복지가 낮아서 청년층 인력이 공무원과 보건분야에 쏠리고 인력배치의 효율성이 낮아지고 있으니까요.

  2. ee 2019.01.13 2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수님도 장하준 교수의 주장에 공감하시는듯 합니다. 아울러 현 정부도 주장에 공감하시는 것 같습니다. ( https://twitter.com/nylee21/status/1084577707919167488 ) 그런데 왜 정작 가시적인 진척이 많지 않은 것일까요?

  3. 바이커 2019.01.13 2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03267&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오마이뉴스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장하준 교수 인터뷰를 했네요. 비교해서 보면 경향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안희경씨의 실력이 확 드러납니다. 진짜 공부 많이 하고 인터뷰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