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보도: 500만원 벌금 선고유예

뉴스1보도: 검찰 10개월 구형


교직원 감금 (아마도 특수감금) 혐의로 기소된 최은혜 전 이대 총학생회장에게 벌금의 선고 유예가 내려짐. 


이 사건에 대해서 2016년 당시에 요기, 요기서 언급한 적이 있음. 법알못이지만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특수감금 혐의가 농후하고 지도부 없는 민주주의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라는게 주장의 요지. 당시에 그거 아니라고, 절대 감금이 아니고 사법 처리 대상이 아니라고 우기던 분들이 이제 뭐라고 할지. 


최은혜 전총학생회장 혼자 기소되고 혼자 2년 넘게 고생한 이 사건은 이제 와서라도 몇 가지 짚어봐야할 점이 있음. 


1. 


우선 "대표없는 민주주의"는 허구라는 것. 


대표없는 시위에서 환영받지 못한 공식 대표가, 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 혼자 책임지고 처벌받은 게 바로 최은혜 전학생회장에 대한 벌금 선고 유예임. 시위의 대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식 조직의 대표였기에 혼자 처벌받았음. 


기존 시스템에 항의하는 많은 시위가 불법적 요소가 있고, 이 불법적 요소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대표가 지는 것. 대표로써 영광도 보면서, 협상을 주도하고, 동시에 협상과 행동의 모든 accountability를 대외적으로 담지해야 함. 


그런데 이대시위의 익명성, 무대표성은 민주주의의 완성된 형태로써가 아니라 책임성을 회피하는 기제로 나타났던 것임.


익명성 무대표성이 책임성 회피 기제가 아니라, 대표 없이 모두가 같이 결정하고, 모두가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모두가 같이 책임지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민주주의의 결정체였으면, 최은혜 전회장이 혼자 처벌받을 때 나도 같이 처벌하라는 움직임이 있었어야 함. 


하지만 나타난 현실은 그 때 시위에 참여했던 모두가 숨어버리고, 그 때의 모든 기록도 파괴하고, 자신이 드러날 수 있는 어떤 후속 작업도 회피하는 것이었음 (2017년 한겨레 21보도). 


학내 시위로 시작했지만 최진실-정유라의 비리가 드러나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정당화할 수도 있음. 실제로 무죄 탄원서의 논리 중 하나도 그거 없음. 하지만 이는 결과론일 뿐. 


대표없는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실험은 민주주의가 고도화가 아니라, 대표성도 책임성도 지지않으려는 좋지 못한 의미의 개인주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의 개선을 바라고 행동하는, 공동선을 위한 의지의 결합이었음. 


지속될 수 없고 (개인적으로) 지지할 수도 없는 형태지만, 그 속에 담긴 긍정적 요소마저 차후에 살리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 


2. 


그럼 (특수)감금은 잘못된 행위였는가? 


감금이 잘못된 행위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 이화인의 탄원서에도, 변호사의 방어 논리도, 감금 자체를 부인하기 보다는 주동자가 아니라 오히려 말리는 입장이었다는 것. 


그런데 시위를 하다보면 이런 일은 벌어지게끔 되어 있음.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그보다 더 큰 대의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함. 


감금 사건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분은 아마도 유시민 이사장.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가 민간인 감금, 고문, 폭행에 관련된 사건(죄명은 폭처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을 때 쓴 것임. 항소이유서 내용도 법적으로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독재의 부당함과 독재 치하의 청년을 얘기하였음. 


이 사건은 프락치도 아닌 민간인을 무려 11일 간이나 감금, 고문, 폭행했던 죄질이 상당히 좋지 못한 사건이었임. 


이 때문에 유시민 이사장에 대해서 아직도 이 사건으로 비판하는 분들이 있음. 유시민은 직접 폭행하지 않아서 정상참작이 된다고 치고, 그 때 직접 폭행을 했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사건의 책임이 분명한 백태웅 전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지금 비난받고 있음? 백태웅씨는 나중에 은수미, 조국, 박노해, 안병진 등과 사노맹이라는 반체제 단체를 만들기도 하였음 (다들 지금 정치 일선 내지 이선에서 맹활약 중). 직접 폭행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한 또 다른 관련자인 심재철은 보수로 전향하고 국회의원을 하고 있음.  


백태웅씨는 지금 하와이대 법학과 교수로 인권법 전문가임. UN에서도 인권 문제로 상당한 활약을 하는 분임. 타인의 인권을 침해했던 범죄자가 아니라 군사독재 시절의 양심수로 국제적으로 인식되고 있음. 보수 입장에서 보자면, 감금 고문 폭행 행위자가 인권전문가가 된 아스트랄한 상황. 


감금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책임을 나눠지고, 그 행위와 관련되었던 목적의 정당성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전체 행위의 평가는 달라짐. 정치적 시위와 그에 따른 불법행위는 항상 그러함. 


3. 


이대시위의 역사는 최은혜 전총학생회장이 어떤 대우를 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생각함. 


대표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 끝까지 있었고, 영광을 보지는 못했음에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음. 2016년에 있었던 사건인데, 1심 판결이 2019년 1월에 났으니 2년반을 넘게 고생하였음. 


아이러니 하게도 대표로 인정받지 못한 이대시위의 대표로 혼자 처벌받음으로써 오히려 대표성을 확보하였음. 이대 시위의 유일한 대표임. 


혹자는 경찰과 검찰이 최 전총학생회장만 기소했기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할텐데, 그거 아님. 언론보도를 보면 최은혜씨는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 자신이 주도하지 않았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음. 수사기관도 최 전총학생회장이 책임을 지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그 정도에서 끝낼 수 있었던 것. 


최은혜 전총학생회장이 지지를 받고 정당성을 부여받을 때, 지금 나서기 꺼려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음을 밝히고 당시 시위의 명암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 것. 


86세대가 지금 정치권에서 잘 나가는 이유도 80년대 시위의 대표로 나섰기 때문임을 기억할 것.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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