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 노동현장에서 물러나 은퇴한다는 개념은 사실상 20세기 중반에 처음 생긴 개념이다. 그 전에는 노동은 힘이 닿는 한 평생하는 것이었다.

미국 센서스 자료를 보면 1900년대에 65세 이상 할아버지들의 70%가까이가 직업을 가지고 노동을 하였다. 가장 최근 센서스인 2000년 자료 (2010년 자료는 아직 미발표)를 보면 현재는 15% 내외에 불과하다. 55-64세 인구는 1900년대에 90%가 일을 하였으나, 지금은 70% 이하로 감소.

"은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1940년대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 이후 "복지"라는 개념이 생긴 다음이다.

노년층에 복지를 제공하는 대신 은퇴를 시작하고,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젊은층에게 일자리를 내주는 경제체제가 이 때 생겼다. <인구 증가 + 노인 복지 + 일자리 증가>의 삼박자가 어울린 것. 20세기의 복지국가는 노동과 자본의 타협의 산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세대 간 타협의 산물이기도 했다.

한국은 노인복지도, 일자리 증가도, 인구증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 은퇴를 강요받고 있다. 은퇴가 은퇴가 아니라 저임금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이 되고 있는 듯. 젊은층에게 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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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기동 2010.08.07 0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당히 재밌는 정보네요.. 앞으로 취직을 해야할 대학생으로서
    걱정이 많이 됩니다. ^^

  2. 키라나이 2010.08.08 2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은 노인복지가 없다는 말씀에 심히 공감. 그래도 은퇴가 없다면 젊은층에게 기회는 더더욱 주어지지 않겠죠 :)

OECD 국가 중 한국과 노동시간이 가장 비슷한 국가.


소스는 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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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폰생폰사 2010.05.16 2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동시간의 유사점 말고
    차이점은 꽤 많지 않나요?
    국가의 산업구조나 환경등~

    가끔 선진국 같이 노동 시간 대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타이트한 인력관리를 하면 어떨까 생각도 해 봤는데..
    샘숭같이? ^^

    • 조조 2010.05.17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데 그런 샘숭도 야근이랑 이런 건 다 하지 않나요? 그 타이트한 인력관리가 과연 야근을 없에고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 하는 것인지 좀 의심스럽네요.

저 밑에 포스팅한 실업률에 대한 그래프와 함께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이 얼마나 나쁜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그래프. 폴크루그만의 블로그에서 긁어온 겁니다.



명목임금이 이렇게 안오르는 데이타는 정말 보기 힘듭니다. 폴은 미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들어서는 신호로 보더군요.

대학들 얘기를 보태자면,

예산을 줄이기 위해 어떤 학과는 선생들의 전화선을 모조리 잘려버렸다는 뉴욕타임즈 기사가 나오기도 했었죠. 제가 있는 학교도 학회참석 지원이 1년에 2개에서 1개로 줄어들고 비용도 대폭 삭감되었습니다. 프로그램 몇 개도 중단되고요. 어제 주정부의 학교 지원 예산이 2% 추가 삭감되었다는 이메일이 왔습니다. 주의 세금이 예상보다 적게 걷혀서라네요. 필리의 템플대에서는 교직원을 해고했다는 소식도 들리더군요.

다음 아카데믹 연도에 임금인상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학교 보직 교수들은 업무추진비 등의 삭감으로 실질적인 연봉 삭감이 이미 이루어졌는데, 상황이 내년에 개선되지 않으면 전체 교수 임금 삭감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듯 하군요.

정년 심사, 3년차 재임용 심사를 코 앞에 둔 교수들의 살떨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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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시아 2009.07.04 2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GDP가 떨어지는 판인데 그래도 아직 마이너스가 아니라는게 놀랍네요. 성과급 비중이 놓은 직장의 경우 올해 마이너스가 당연할 것 같기도 하고.

  2. 바이커 2009.07.04 2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지만, 미국 같은 경우에는 임금을 깎기보다는 정리해고를 하는 나라고, 위 표는 인플레이션이 반영되지 않은 겁니다. glimmer of hope를 얘기한게 불과 얼마 전인데, 이런 통계가 나오니 그야말로 안습이죠.

여자도 좋고, 결혼도 좋지만, 아이는 안된다.

2007년 AJS에 실린 조금 된 글인데, 최근에 다시 소개되었다.

노동시장에서 남녀 임금 격차의 대부분이 사실은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엄마 노동자의 낮은 임금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싱글이거나, 결혼해도 아이가 없는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차별받지 않지만, 아이가 생기면 노동시장에서 고용을 꺼리고, 월급을 많이 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를 일컬어 motherhood penalty라고 한다. 자식 돌보느라고 직장에 소홀히 할 것이라는 의심 내지는 과거의 경험 때문에 생긴 일종의 statistical discrimination 이다.

실험 셋팅을 통해 motherhood penalty가 얼마나 되는지 연구한 결과, 위 보고서는 임금의 35%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과거에 생각했던 것 보다 페널티가 훨씬 크다고 한다.

반면 남자는 아이가 있으면 오히려 임금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남자는 노동시장에서 자식 덕을 보고, 여자는 자식 때문에 희생을 해야 한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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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섬백 2009.06.15 0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말이 statistical discrimination이지 제대로 아이를 가진 여성이 직장에 소홀해 진다는 concrete한 통계를 손에 쥐고 차별 하는 고용주들은 적지 않을까요?

    • 바이커 2009.06.15 0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통계적 차별이란 구체적인 통계에 근거한 차별이 아니라, 대략 그런 경향이 있다는 느낌에 근거한 차별을 뜻합니다.

  2. dw 2009.06.15 0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녀의 임금 차이는 옛날 남자들이 더 많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일자리에서 일을 하게 되는 거고 반면 여자들은 지위가 낮은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지 않나요?

    • 바이커 2009.06.15 0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국에서 초임기간의 여성들은 아마 남자보다 교육수준이 오히려 높을 겁니다. 그리고 차별을 계산할 때는 교육수준의 효과는 다 통제합니다.

  3. Ha-1 2009.06.15 2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결론은 다르게 볼 수도 있죠. 남자가 노동시장에서 덕을 본다 하더라도 결국 가정으로 분배되지 않습니까

  4. sciolto 2011.05.12 1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중 착취 구조로 보이는군요.
    남 ←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더 많이 일해라.
    여 ← 애한테 정신 팔 테니까 더 적게 받아라.
    어느 쪽이나 노동보다 자본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지워지는 굴레겠지요.

    • 바이커 2011.05.12 1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더 많이 일하는 사람이 결혼해서 처자식을 가지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스켑렙에서 의사들의 프롤레타리아트화(?)에 대한 비분강개가 넘친다.

예전에 대학 전공에 따른 노동시장 성과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이공계 위기론이 한창일 때, 어떻게 하면 의대를 안가고 이공대를 가게할까를 고민하던 시절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공계를 의대만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오히려 의대의 노동시장 성과를 줄이는게 쉽다는 것이었다.

아래 그림은 각 전공별로 대학 졸업 후 어떤 직업을 평생 유지하는가이다. 놀라운 사실은 공학계 출신이 대학(원) 졸업 직후에는 좋은 직업을 가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직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50대가 넘어가면 공학계 출신이 차지하고 있는 직업 위계는 사회계열보다 낮아진다. 공학계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변화 속도에 맞추어서 업데이트하는게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의대는 졸업하면 평생 의사다. 실업률 낮고, 직업 안정성 높고, 임금 안정성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단히 높았다.



현재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는 얘기는 물론 과장이 있을 게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의대 출신의 절대 다수가 물질적으로 편안한 삶을 누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신문 기사에 오르는 의대 출신의 어려움이 몇 개 에피소드를 넘어, 의사라는 직업의 절대적 직업/임금 안정성에 약간의 크랙이 가는 얘기라면, 요즘 고등학생들은 의대에 지원하기 보다는 이공계에 지원할 눈꼽만한 이유가 생기는 셈이다. 의대 지원이 평생 밥벌이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비슷한 risk-reversion 성향으로 이공계를 지원하는 사람이 늘어날 테니까.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주1: 위 그래프는 대학 전공계열별 취업 조건부 "좋은 직업" 취득 확률이다. 헤크만 2단계 프로빗 모형을 돌린 후 연령별 확률을 구한 것이다. 좋은 직업은 평균 직업 위계보다 1표준편차 높은 직업으로 정의하였다. 직업 위계 계산은 Hauser & Warren (1997)의 교육에 의한 계산법을 따른 것이다. 데이타는 2000년 인구총종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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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킴 2009.05.26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직업들의 수입 차이가 나는 것을 가지고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나쁘지 않은 소식"이라고 할 수야 없지 않아요?

    경제학 최근 논문중에 금융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입과 엔지니어의 수입을 비교해서, "rent"를 계산했는데, 그런 식으로 보여야 할 것 같은데..

    NBER 의 논문이었는데.. 어떻게 rent를 계산했는지를 본다고 하고 자꾸 미루고 있네요. 바이커님이 좀 찾아서 설명 좀 해주세요.

  2. 바이커 2009.05.26 1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얘기가 그렇게 들리나요? 의학계 떡이 너무 커서 이공계로 오는 사람이 없다면, 의학계 떡이 좀 작아지는건 좋은 뉴스라는 건데.

  3. 하킴 2009.05.26 1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그래프를 보니까 의학계의 떡이 너무 커서 이공계로 오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의학계하고 관계없이 이공계로 가지 않겠는데요?

    이공계는 스포츠계 같은가 봐요. 스포츠는 winner-takes-all market이기 때문에, winner가 될 거 같지 않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데.. 이공계도 무슨 사업으로 대박이 날 것 같지 않으면 (구글, 유툽, 넷스케잎, 모두 엔지니어/사이언티스트가 대박을 터트린 경우이지요), 빨리 그만 두고 다른 걸 해야 하는 전공이네요.. 그런 사람이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오히려 의학계의 떡은 그대로 있고, 사이언티스트들에게 분야를 적극 개방하는 쪽이 이공계에 대한 유인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요? 30대까지 이공계에 있던 사람들은 의대 편입이 쉽고, 정부에서 장학금을 주고..뭐 이런 식으로..

  4. 바이커 2009.05.26 17: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job hopping은 30대 초반에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30대에 직업훈련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모험심이 있는 사람이 적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신흥 모험시장으로써의 IT 분야도 거의 끝이나고, 이 분야에서도 혁신보다 incremental knowledge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주장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