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위안부

여성 인종 2023. 10. 26. 23:27

박유하 교수가 무죄를 받았다는 뉴스를 봤다. 동의하든, 그렇지않든 학문적 내용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와 별도로, 2015년 한국-일본 정부의 합의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정신대 운동과 운동가에 대한 공격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신대 문제에 대한 사회학 학술 저서로 민병갑 선생이 쓴 <Korean "Comfort Women": Military Brothels, Brutality, and the Redress Movement>가 있다. 2021년에 출간된 책이다. 제가 이 분야를 아는 건 아니라 책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지는 못한다. 책에 대한 논평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분석하는 사료와 데이터의 수준은 미국 대학에서 Distinguished Professor로 미국 사회학회 아시아계 분과의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민병갑 선생의 다른 저서와 견주어 부족함이 없다. 이 책에 사용된 자료는 (1) 1995년 이후 22명의 정신대 할머니 인터뷰, (2) 44명의 정신대 운동가 인터뷰, (3) 나눔의집/수요집회/정신대 할머니 증언 참여 관찰, (4) 8권의 정신대 증언집 분석, (5) 한국/영어 뉴스 기사 분석, 정의기억연대 등 관련 단체의 뉴스레터 등 분석, (6) 박유하의 책을 포함한 20여권의 정신대 관련 도서 분석이다. 

 

정신대 할머니가 강제 동원 되었다는 주장은 주로 할머니의 증언에 기반한 질적 분석에 의존하고, 정신대 할머니가 자발적이었다는 주장은 양적 분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며, 이 책은 질적 분석과 정신대 할머니 103명의 증언에 대한 양적 분석 모두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한국에서는 정신대 여성의 총인원이 20만명이라는 주장이 많은데, 이 숫자는 추정치이고, 요시아카 요시미 선생의 추정에 따르면 대략 4만5천명에서 20만명 사이라는거다. 최소 추정치에 따르면 정신대 여성 1명당 일본군의 수는 100명이고, 최대 추정치에 따르면 30명이다. 이 중에서 자발적 매춘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료가 수집된 106명의 한국 정신대 위안부 중에서도 4명은 자발적 참여였다고 증언하였다. 

 

하지만 나머지 102명은 납치 등 강제이거나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속여서 데려온 경우이다. 가족이 팔아넘긴 경우를 제외해도 80%는 강제 모집이었다. 정신대 여성의 93%가 그들이 만20세가 되기 전인 10대 때 정신대로 끌려왔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정신대로 있는 동안 거의 아무런 금전적 보상을 제공받지 못했다. 기껏해야 팁을 받는 정도였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신대 할머니가 "성적 노예"였냐 아니면 어떤 형태든 자유를 가진 자발적 노동 제공자였냐의 기준은 거주이전과 노동선택의 자유다. 봉건 농노와 자본주의 노동자의 가장 큰 차이가 노동제공이 자유인의 계약이냐 아니냐는 점 아니던가. "자유"가 없는 곳에서는 실업도 없다. 실업 노예는 형용모순이다. 그 기준에서 이 책은 정신대가 성적 노예라고 판단한다. 심지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경우에도 정신대로 있으면서 신체적 자유를 구박당했다. 

 

어쨌든 정신대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Ps. 민병갑 선생은 이 책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였다가, 낙상하여 갈비뼈 골절 상태에서 자료수집과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때 70대 중반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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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현대 한국인의 삶

기타 2023. 10. 24. 09:23

아마존: A Contemporary Portrait of Life in Korea: Researching Recent Social and Political Trends

 

미국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현대 한국사회론을 한 번 강의해보고 느낀게, 교과서가 마땅치 않다는거다. 한국 관련 책들은 많은데, 역사적 관점에 주목하거나, 발전론, 민주주의 이행론 등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21세기 한국인의 삶과 인식이 어떤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책은 찾기 어려웠다. 학부 수업에서 교과서 없이 관련 논문을 찾아서 읽히고 토론하는 것도 고역이다. 

 

오늘 아마존에 풀린 "A Contemporary Portrait of Life in Korea: Researching Recent Social and Political Trends"는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해, 한국사회조사(KGSS)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사회학자(와 1명의 정치학자 하상응 교수)가 모여서 2003년부터 시작한 KGSS를 메인 자료로 분석한 책이다. 

 

KGSS는 정부 공식 통계를 제외하고는 가장 품질 높은 조사자료로 여겨진다. 일부 학자들은 KGSS와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는지 여부를 조사 품질의 비공식적 척도로 삼기도 한다. 세계가치관조사(WVS)와 KGSS 결과에 차이가 있으면 대략 KGSS가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읽기 엄청 쉬운 책은 아니지만, 학부 3-4학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21세기 초 한국인의 삶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성균관대 김지범 교수가 에디터로 기획과 전체 조율을 담당했다. 저도 계층론 한 꼭지를 썼다. 작년에 포스팅했던 한국인의 계층인식 변화 그래프가 이 책의 챕터를 위해서 만든 그래프다. 

 

책에서 쓴 내용을 한 가지 말하자면, KGSS에서 응답자가 15세 때 느낀 자기 집안의 계층 수준과 현재 느끼는 자신의 계층 수준을 10점 척도로 동시에 물은 적이 두 번 있다. 2009년과 2018년이다. 이 질문 항목에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현재 자신의 계층 수준을 자신이 15세 때의 계층 수준보다 높게 평가했다. 2009년과 2018년 사이에 거의 변화가 없다. 

 

더 이상 개천룡이 나지 않는다는 담론이나, 자신은 중산층이 아니라는 평가는, 중산층이 무엇인가에 대한 평가 기준(골대)이 바뀌어서 그렇게 느끼는거다. 객관적인 척도의 변화도 아니고, 자기 자신의 이 전 세대와 비교한 평가도 아니다. 왜 척도가 바뀌었고, 왜 그렇게 인식하느냐는 그 자체로 중요한 질문이긴 하지만... 

 

아래는 책의 12개 챕터 목차다. Preface와 KGSS 소개 챕터도 별도로 있다. 

 

1. Democracy and National Identity in South Korea After 1987 
- Jaesok Son

2. Living Together with Unease—Koreans’ Perception of and Attitudes Toward Immigrants 
- Seokho Kim and So Hyun Park

3. Religious Landscape in Korea 
- Jibum Kim and Sori Kim

4. Trends in Gender Role Attitudes in South Korea 
- Soo-Yeon Yoon

5. Familism in South Korea, 2006–2016 
- Phil-Suk Kim and Yun-Suk Lee

6. Family-Related Values in South Korea: Temporal Changes and Cross-National Differences 
- Bongoh Kye

7. Stratification and Economic Inequality in South Korea 
- ChangHwan Kim

8. Embedded Economy and Work: Expectations and Fulfillments Before and After 1997
- Jae-Mahn Shim and Heijin Oh

9. Interpersonal Trust and Its Associations with Respondents’ Community Characteristics 
- Jeong-han Kang and Eehyun Kim

10. Changing Perceptions of Societal Trust Among Koreans: Relative Deprivation, Downward Mobility, and Sociotropic Concern 
- Harris Hyun-Soo Kim

11. Social Welfare Attitudes 
- Dong-Kyun Im

12. South Koreans’ Attitudes Toward North Korea and Reunification, 2003–2018 
- Shang E. 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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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서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단다. 

 

아래 그림은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을 보여준다 (데이터 소스는 요기). 정부 예산만 반영된 것은 아니고, 사기업의 투자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다. 

 

2020년 현재 이스라엘이 5.44%로 1위고, 한국이 4.81%로 2위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GDP 비 연구개발 투자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3, 4위는 스웨덴 , 벨기에다. 미국은 5위, 일본은 6위, 프랑스는 13위다. 

 

늘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2000년을 보면 한국의 R&D 투자는 전세계 평균 정도다.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스웨덴 등 보다 낮다. 전세계적으로 낮은 편은 아니지만, 등수로 따지면 10위 정도로, 프랑스와 비슷하다. 

 

2020년 현재 한국의 R&D 투자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21세기 내내 국가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늘렸기 때문이다. 전세계 어느 국가도 한국만큼 21세기에 R&D 투자 비율을 높인 국가는 없다. 

 

2000-2020년 사이에 한국은 GDP 대비 R&D 투자를 2.69%포인트 높였다. 전세계 1위다. 2000년에 2.23%였던 R&D 투자 비율이 2020년에는 4.81%가 되었다. 2위는 벨기에인데, 1.54%포인트에 불과하다. 한국과의 격차가 무려 1.15%포인트다. 전체 GDP 대비이기 때문에 이는 엄청난 격차다. 3위는 중국으로 20년 동안 1.51%포인트 높였다. 

 

지난 20년 동안 R&D 투자가 줄어든 해는 2002년 (DJ 정권 말기), 2015년, 2016년 (박근혜 정권) 뿐이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0.66%포인트 올랐다. 이명박 정권 0.98%포인트, 박근혜 정권 0.44%포인트, 문재인 정권 3년 동안 0.52%포인트로, 사기업과 정부 예산 투자를 합친 것이지만, 전체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의 비중이 줄어든 정권은 없었다. 지난 10년 간 정부 R&D 예산의 절대액도 꾸준히 올랐다. 한 번도 낮아진 적이 없다. 

 

윤석열 정권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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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여러 분들을 만났다. 

 

이전에는 제가 아는 많은 분들이 한국 사회의 발전을 의심하는 망국론을 펼쳤다. 버젼도 다양하다. FTA 망국론, IMF 망국론, 신자유주의 망국론, 쌀개방 망국론, 스크린 쿼터제 폐지 (=외세 장악) 망국론, 지역갈등 망국론, 노사 갈등 망국론, 헬조선, 개천룡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사회, 지속되는 경제 위기, 사회적 신뢰 부재 망국론, 불평등 폭발 망국론, 빨갱이 득세 망국론 등등등.

 

유학 초기에 같이 공부하던 몇 분은 한국은 남미처럼 위기를 반복할 것이기에, 한국을 위한 대책을 세울려면 유럽을 공부할 것이 아니라 남미의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21세기에 지속발전했고, 선진국이 되었다. 계산해보니 한국의 장기 성장률이 OECD 톱2에 속하더라.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는 점을 설파해야 했었다. 그런데 이 번 방문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한국이 그 동안 발전해서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은 인정하더라. 

 

1990년대에는 일본에 가면 음식 값이 너무 비싼데 양은 적어서 배가 고프다는 감상이 많았는데, 이제는 일본 물가가 한국 물가보다 싸게 느껴진다더라. 코로나 시국에 한국의 방역이 상찬을 받은 것, K-Pop과 K-드라마의 성공도 이런 분위기 변화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더 이상 망국론을 피지 않는게 아니라, 지금까지는 성장했지만, 이제는 운이 다해서, 앞으로 꺾이게 될 것이라는 망국론을 피더라. 윤석열 망국론, 인구감소 망국론, 좌파득세 망국론 등 몇 개 버젼이 있지만 예상되는 추세는 모두가 일치했다. 앞으로는 내리막길이라는거. 

 

이런 주장을 들으면, 한국의 발전을 설명하는 변수와 이론이 없는데, 한국이 앞으로 지속 발전할지 아니면 하향국면에 들어갈지 어떻게 아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지난 발전의 요인을 알아야 그 요인이 소멸했는지 아직 굳건한지 알고, 그에 기반해서 미래를 예측하지, 지난 발전의 요인을 모르는데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는가? 대부분의 한국 망국론은 발전과 쇠퇴를 같은 관점에서 설명하지 않고,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몇 개 애드혹 변수를 그 근거로 한다. 느낌적느낌 망국론이다. 

 

 

 

몇 년 전에 출간된 <추월의 시대>라는 책이 있다. 시대적 변화를 잘 반영한 제목이라 기대를 품고 읽었던 책이다. 재미있고 잘 쓰긴 했는데, 왜 한국이 추격에서 추월로 바뀌게 되었는지 그 동력이 무엇인지 논하지 않더라.  

 

사회학에서는 여러 분들이 온갖 문제점들은 잘 분석했지만, 왜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더 빠르게 21세기에 성장했는지 말하지 않는다. 몇 년 전 뉴욕에서 열린 학회에서 한국사회학회 회장님이 한국 사회의 위협 요인으로 사회 갈등 문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때 들었던 의문은 갈등이 그렇게 나쁜거고, 한국에서 사회 갈등이 그렇게 문제라면, 도대체 왜 한국은 발전하는가였다. 

 

(저를 포함하여)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분들이 많겠지만, 온갖 망국론을 뚫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논리는 신자유주의 개혁론이다. 경쟁이 없던 독과점, 정경유착 경제가 90년대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거쳐 경쟁과 혁신 위주의 경제로 바뀐 결과 한국은 발전했다는거다. 이 논리에 따르면 지금이 고점이라는 근거가 없다. 사람을 갈아넣고 경쟁으로 내모는 시스템은 심리적으로는 불만스러워도 발전은 지속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바꿀리도 없고. 

 

널리 전파된 적은 없지만, 나름 일관성이 있는 논리는 "상상의 선진국론"이다. 여러 국가의 장점만 따다가 상상의 선진국을 만들고, 그 선진국을 닮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발전해왔는데, 이제 선진국이 되어서 더 이상 닮고자 하는 모범이 없으니, 지표를 잃고 표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피캣의 극단적 모범사례가 한국이라는 진단이다. 이 논리의 문제는 왜 다른 카피캣은 한국처럼 발전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논리를 조금 비틀자면 망국발전론도 가능하다. 항상 불만을 가지고 문제를 발견해서 그걸 해결하려고 노력하다보니 발전하더라는거다. 항상 불행하지만, 발전은 지속되는 원리가 설명된다. 조금 포장하자면 갈등이 역동성을 부여해서 순작용을 하더라는거다. 안정된 행정조직에 정치사회적 역동성이 추가되어서 지속 발전이 가능했다는 것.  

 

또 다른 논리로 인구정점론이 있다. 출산율이 하락하고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앞으로는 발전이 안된다는거다. 이 논리는 생산함수의 요소 투입론 아니겠는가. aKL에서 노동인 L이 투입되었는데 이제는 그게 어려워진다는 것. 하지만 한국은 요소 투입과 더불어 생산성이 꾸준히 늘었다는걸 잊으면 안된다. 출산율 하락이 1인당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는건 아니다. 일본도 고령인구의 증가로 1인당 GDP는 빠르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핵심노동인구의 생산성은 계속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게다가 비록 그 기울기가 가파르긴 하지만 인구 감소가 한국만 직면한 문제도 아니다. 

 

또 뭐가 있나? 

 

제가 답을 안다는건 아니다. 다만, 한국 사회과학계가 가져야할 가장 큰 의문점 중 하나가 한국이 발전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21세기 한국이 겪은 가장 큰 사건이 바로 선진국 진입인데, 이를 설명하는 (좌파의) 사회과학적 이론이 부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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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P 전체 보고서. UNDP 요약

 

유엔의 국제개발기구에서 젠더 바이어스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국제가치관조사(WVS)의 7차 Wave 자료를 분석하여 4대 항목에서 국가별로 젠더 편견이 있는지를 측정하고 이 전 Wave와 비교하여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아래 그래프는 4개 항목 모두에서 반여성적 편견이 없는 응답의 비율이다. UNDP의 자료를 다운 받아서 제가 그린 것이다. 국가가 너무 많아서 2% 미만인 국가들은 제외하였다. 주로 아랍계 국가들이다.

 

가장 반여성적 편견이 없는 국가인 뉴질랜드, 스웨덴, 영국 등은 70%의 국민이 4개 항목 모두에서 편견이 없고, 미국은 50%, 일본은 41%다. 대략 가장 보수적인 국가인 이태리와 일본이 40% 내외, 젠더 평등 선진국은 60~70% 정도를 보인다. 

 

그런데 한국은 4개 항목 모두에서 반여성적 편견이 없는 비율이 단 10%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이라고 평가되는 국가 중에서 한국과 같은 국가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4개 항목이 뭔고 하니, 정치, 교육, 경제, 물리적 폭력인데, 각각은 아래와 같은 설문과 응답이 반여성적 편견이 있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인 설문 문항은 WVS 7차 Wave 자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1. 정치: "전반적으로 정치 지도자로서 남성이 여성보다 낫다"에 4점 리커트 척도에서 찬성 내지 절대적 찬성한 경우,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라는 의견이  1(민주주의에 필수적이지 않다)~10(민주주의에 필수적이다)에서 7점 이하에 응답한 경우. 

 

2. 교육. "대학 교육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중요하다"에 찬성한 경우. 

 

3. 경제: "사업은 여성보다 남성이 (경영)하는 것이 더 낫다"에 찬성한 경우, "일자리가 부족할 때 여자보다 남자에게 우선 일자리를 줘야 한다"에 찬성한 경우. 

 

4. 물리적 폭력: "부인을 구타하는 행위"는 1(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10(언제나 정당하다)에서 2 이상 응답한 비율, "낙태"는 1(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10(언제나 정당하다)에서 1로 응답한 비율. 

 

각 분야에서 편견이 있는 응답의 비율은 미국은 35%, 9%, 14%, 31%; 일본은 39%, 14%, 37%, 25%; 뉴질랜드는 15%, 3%, 9%, 14%. 

 

한국은 73%, 34%, 66%, 59%로 뉴질랜드 대비 4~11배에서 높고, 미국 대비 2~5배 높다. 일본에 비해서도 한국의 여성 편견은 2배 이상이다. 

 

 

 

이 번 보고서는 2010-2014에 실시된 WVS 6차 Wave와의 비교 자료도 포함하고 있는데, 한국은 젠더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후퇴한 몇 안되는 국가 중의 하나이다. 4개 항목 모두에서 반여성적 편견이 없던 응답의 비율이 6차 Wave 조사가 실시된 2010년에 14.8%였는데 2018년 7차 조사에서는 10.1%로 줄어들었다. 

 

보다시피 선진국으로 인식되는 국가에서 젠더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후퇴한 국가는 하나도 없다. 지난 10년 사이에 한국과 다른 선진국 사이의 젠더 규범은 더 크게 벌어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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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ER 논문

 

인도공과대학 합격 성적 상위 1000명 중 36%가 5년 내에 해외 진출, 상위 100등은 62%, 상위 10명은 90%.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해외 진출의 가장 큰 경로는 대학원 진학. 해외 진출자 중 83%가 이유가 대학원 진출을 위해서다. 

 

상위 1000등은 해당 대학 입학연령 인도 인구 코호트의 0.00005%. 대학 시험을 본 사람들 중에서는 상위 0.2%에 해당한다고. 

 

해외에 진출한 IIT 졸업자 중에서 65%는 미국으로, 3%는 캐나다로, 5%는 영국으로, 한국으로 간 경우도 2%다. 

 

또 다른 연구자의 트윗에 따르면 30세 이상 IIT 졸업자의 50-60%가 현재 외국 거주한다고. 

 

현재 미국으로 이민오는 아시아계는 이처럼 고등교육을 위해서 F1비자로 미국에 와서 모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워킹퍼밋을 받고 영주권을 받고 정착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다. status adjuster라고 부르는 경우다. 

 

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민 1세대와 전혀 다른 이민자 동화와 적응 경로를 밟고 있다. 사회학에서는 Zeng & Xie의 AJS 논문, Kim & Sakamoto의 ASR 논문에서 이 집단의 중요성에 대해서 논의된 바 있다. 저는 논문에서 기존 1세대와 구분하기 위해서, 1.25세대라고 명명했었다.

 

일반적으로 1세대는 1.5세대나 2세대에 비해서 소득도 낮고, 학력도 낮지만, 1.25세대는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 세대 중 교육 수준이 가장 높고 소득도 가장 높다. 저학력/저소득의 1세대와 고학력/고소득의 1.25세대를 합치면 이질적 집단을 하나로 뭉퉁거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한 편으로 IIT 출신의 높은 해외 진출은 제3세계 국가의 고등 교육이 그 나라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의심케 만든다. IIT 출신의 높은 이민이 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미국은 인도의 세금으로 교육시킨 최상급 두뇌를 손쉽게 흡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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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걸 제가 알리가 있겠는가. BTS가 몇 명인지도 몰랐는데. 

 

최근 미국에서 K-Pop과 한국어 수업의 인기가 폭등하는걸 보고 지난 학기에 자신 만만하게 <현대 한국 사회의 사회갈등>이라는 과목을 개설했는데, 폐강을 겨우 면했다. 미국학부생을 상대로 한국 사회에 대해서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의 관심사인 K-Pop에 대한 주제도 아주 간단하게 논의하였다. K-Pop 아이돌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한국 교육열과 비슷하게 집중학습을 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그런데 이런 인텐시브한 아이돌 양성 시스템이 한국에만 있었던건 아니다.

 

RC28라고 국제사회학회 불평등 분과가 있는데, 올해 학회는 파리에서 열렸다. 회화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지만 그래도 파리에 왔으니 그림 몇 편은 봐줘야 하지 않겠는가. 

 

문외한인 제가 느끼기에 회화의 중심이 미국으로 넘어오기 전에 유럽의 회화는 이태리, 프랑스(그 중에서 파리), 그리고 네덜란드의 3개 국에서 발전한 듯 하다. 르네상스이후 회화의 중심은 이태리였는데, 프랑스는 후발주자로 이태리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미술 아카데미라고 미술가 양성 국가 제도를 만든거다. 미술 아카데미를 만든 후 프랑스 미술이 거의 이태리 미술에 버금가게 발전했다. 그냥 회화를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살롱(전)이라는 극심한 경쟁 제도까지 만들었다. 1년에 1명 선발해서 이태리 유학도 보내주고. 미술 아카데미에서 강조했던 내용이 알흠다운 순수 회화였던 것도 아니다. 당시 지배 이데올리기와 권력가의 구미를 맞는 그림을 그리고 이들의 선전도구 역할을 미술 아카데미보다 더 충실하게 실현한 곳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발전한 프랑스 회화의 역사를 읽다보면 이게 한국의 K-Pop 발전과 그렇게 다른건지 모르겠더라. 프랑스의 미술 아카데미는 건전가요 만드는데 열중하는 K-Pop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더라. 

 

그런데 따라쟁이 프랑스가 회화의 중심이 된 것은 인상파 이후다. 인상주의는 아카데미 미술에 반발한 일련의 프랑스 기반 화가들이 새로 발전시킨 사조다. 인상파가 아카데미와 살롱에서 홀대받던건 너무 유명한 얘기다. 자기 그림이 안팔려서 자괴감을 느끼는 고흐의 한탄은 정말... 인상파의 대부 마네는 살롱전에 끝까지 한 자리 낄려고 노력했지만.

 

인상파의 등장에 감명받아서 예전에는 역시 기성 시스템으로는 안되고 혁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국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회화를 교육해서 미술 기반을 단단하게 만들었던 아카데미 미술 없이 과연 프랑스에서 인상파가 나올 수 있었을까?

 

질문을 슬쩍 바꿔보면, 기존 지식을 상당한 수준으로 습득한 일군의 무리없이 새로운 돌파구, 창조성이 나올 수 있는가? 창조성의 토대(=질적변화)는 기존 지식 내지는 사조의 완성도를 갖춘 일군의 무리(=양적기반)가 아니냐는거다. 

 

 

 

Ps. 이태리, 프랑스에 더하여 네덜란드가 끼는 이유는 이 지역의 상업발전 덕분이다. 부르조아들이 돈이 많아지면서 세속적이고 보통 사람(= 부르조아 자신들 포함)을 그리는 전통이 여기서 나온다. 그럼 도대체 왜 영국은 미술에서 이렇게 내세울게 없는건지...

 

Pps. 회화는 미술가 자신은 빈곤에 시달렸지만 사후에 진가를 인정받은 케이스가 상당히 있는데, 과문해서인지 음악은 그런 케이스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미술은 인정에 시간차가 있을 수 있지만 음악은 없는 이유가 뭔지. 

 

Ppps. 저도 안다. 별 깊이도 내용도 없는 시덥잖은 얘기라는거. 이런거 연구하는 사회학 분과와 연구자들이 따로 있다는 것도 알고. 학기도, 학회도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으로 진입해서 시간도 있는 주말이니 그 냥 해 본 소리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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