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뉴스: 자산 상위 1% 기준은 12억

 

저는 매크로 계산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 여기서 하는 얘기는 불평등 연구자의 입장에서 감을 잡기 위한 그저 대충 back-of-the-envelope으로 한 계산이다. 그래도 불평등과 관련된 함의는 비스무리하게 맞지 않을까 싶다. 

 

한경 기사에도 나와있지만 한국에서 자산 상위 1%는 강남에 괜찮은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는 정도이다.

 

여기서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하나는 강남 괜찮은 아파트에 살면서 저축이 좀 있으면 한국에서 상위 1%에 드는 상류층이라는 것. 그러니 강남 살면서 아파트 한 채 밖에 없기 때문에 중간이라거나 서민이라는 인식은 좀 수정하길.

 

다른 하나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자산 소득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 자산 상위 1%에 들어도 자산소득 기반 생활은 불가능하다. 강남 아파트 한 채 밖에 없는데 무슨 금융소득과 자산소득을 그렇게 올리겠는가? 한국에서 노동소득이 아니라 자산소득에 의존해서 벌어놓은 돈 까먹지 않으면서 중상층(연소득 1억 이상)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은 상위 0.5%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여전히 그저 대충 계산하는거지만, 그래도 조금 더 근거를 가지고 추정해 보자. 

 

 

 

 

양경숙 의원이 제공하여 기사화된 자료 소스 몇 개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추정이 가능하다 (소스는 요기, 요기, 요기). 아래 표에서 총소득과 점유 비율은 기사에서 제공된 자료고, 추정소득액과 1억 이상 소득자수 추정은 그저 대충 계산한 것이다. 

 

계산 방식은 3개 상위 계층별로 점유 소득의 평균을 내고, 상위 0.1%의 평균과 상위 0.2~1.0%의 평균 사이의 소득, 두 지점의 관찰치로 R-squared=1.0의 무지막지한 회귀돌렸다 (그러니까 단순 1차 방정식 계산하는 산수했다). 이 두 평균 사이의 분포가 선형이라고 가정하고, 1억 이상 소득자수를 추정하였다. 

 

기사에 따르면 소득이 보고된 총인원은 대략 2415만명이다. 

  이자소득 배당소득 임대소득
2019년 총 소득 17조 9561억 22조 7300억 20조 7250억
소득 점유 비율      
- 상위 0.1% .1743 .4700 .0489
- 상위 1.0% .4546 .6930 .1628
- 상위 10.0% .9100 .9310 .4800
       
1인당 추정 소득액      
- 상위 0.1% 1억 2960만원 4억4240만원 4197만원
- 상위 0.2~1.0% 2316만원 2332만원 1086만원
- 상위 1.1~10.0% 376만원 249만원 302만원
       
1억 이상 소득자수 추정  4만3천명 10만3천명 5천명 미만

 

기사에 나온 소득 구간별 비중 표는 종합소득에 따른 분류가 아니고, 각 소득별 천분위로 보인다. 따라서 위 표에서 소득원천별 1억 이상 소득자수의 추정치는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고 일부는 겹칠 것이다.

 

위의 추정치로 대충 통밥을 굴려보면 한국에서 이자, 배당, 임대소득으로 1억 이상의 소득을 버는 인구는 개인으로는 14만명 미만이고, 가구수로는 아마 10만 가구 정도일 것이다. 한국의 가구수가 2021년 현재 2천만 조금 넘으니까, 대략 0.5%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아닌 이자, 배당, 임대소득으로 연소득 1억 이상의 중상층 생활이 가능한 가구는 한국에서 0.5%라는 얘기다. 

 

위 표에서 임대소득 상위 0.1%도 평균 4천만원 밖에 안된다. 1억 이상 소득자수로 5천명 잡았지만, 숫자가 너무 적을 것 같아서 그냥 5천명이라고 쓴거다. 회귀식으로는 아예 계산이 안나온다. 물론 탈세나 소득 축소 신고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임대소득으로 많은 소득을 올리는 건물주는 극소수다. 다들 잘 모르지만, 건물 관리비 생각보다 많이들고 감가상각 상당하다. 건물로 돈 벌기 의외로 쉽지 않다. 

 

 

 

 

이쯤 당연히 다른 나라와의 비교가 궁금할 것이다. 

 

미국은 소득 상위 1%는 전체 소득에서 노동/사업소득보다 금융소득의 비중이 크다 (소스는 요기). 대략 60%의 소득원이 노동/사업이 아니라 금융소득이다. 미국의 가구수가 대략 1억2천만이니까, 이 중 상위 1%면 120만 가구다. 적게 상정해도 1백만 가구에서 노동소득보다 금융소득이 많다.

 

미국은 상위 1%와 나머지의 불평등이 노동소득에서 금융소득으로 넘어갔다. 그러니 언론과 학자들이 매일 그렇게 이 문제를 떠드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그런 인구가 소수다. 금융소득이 노동/사업소득보다 높은 상층은 미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다. 한국에서 금융소득이 2천만원 이상인 인구는 13만명 정도다 (소스는 요기). 인구로 치면 상위 0.5%다. 이들의 전체 소득 중 이자와 배상소득을 합친 금융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다. 전체 소득에서 금융소득이 비중이 50%가 넘는 집단은 1만명 정도 밖에 안된다. 인구 중 0.04%만 노동소득이나 사업소득보다 금융소득이 더 크다. 이것도 금융소득이 높은 순으로 sorting했을 때 이렇게 나온다. 전체 소득으로 sorting하면 그 비율은 더 줄어들 것이다.  

 

즉, 한국의 상위 1%, 20만 가구 중에서 노동소득보다 금융소득이 많은 가구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그 중 5%인 1만 가구 정도일 것이다.  전체 가구의 0.05%다. 

 

 

 

 

그래서 결론은? 한국에서 중상층 이상의 삶을 영위할려면 금융소득이 아니라 노동소득이 높아야 한다.

 

그러니 한국에서 불평등의 가장 첨예한 이슈는 노동소득과 사업소득(= 자영업자 문제)이지, 불로소득이 (적어도 아직은) 아니다. 지난 몇 년 간 불로소득의 불평등이 늘었고, 앞으로 이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불로소득 불평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동소득의 불평등이 줄어서 전체적인 가구 불평등은 감소하였다. 정책적으로 말하자면, 최저임금이나 고용보험이 인민의 실제 삶과 관련해서는 주식 양도소득 상한 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슈다 (자본소득 과세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Ps. 금융소득이 아니라 노동소득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인적자본이 중요하다는 얘기고, 여전히 한국에서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영끌이니, 주식이니, 비트코인이니, 곱버스니 이런게 장기적 삶의 질을 결정하는게 아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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