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낭만주의

경제사회학 2009. 10. 19. 01:57
잘은 모르지만, 한국사회의 나아갈 바로 기존 좌파들이 주장하던 민주주의나 평등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드는 분들이 있는가 보다. 사회적 한계선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재벌이 득세하고 중소기업이 몰락하는 것, 교수들이 안정된 수입을 올리고 비정규직 강사들이 빈곤한 삶을 사는 것, 거대 수퍼가 구멍가게를 몰아내는 것, 고급인력이 재벌에만 몰려드는 것 등등이 공정 경쟁의 부족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믿는 듯 하다.

미안한 얘기지만, 실력대로 경쟁하면, 중소기업보다는 재벌, 비정규직 강사보다는 교수들, 구멍가게보다는 거대 수퍼가 훨씬 생산성도 높고, 실력도 좋고, 경쟁력이 강해서 이들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이다.

한국의 상류층, 중산/중상층이 불공정 경쟁으로 저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그들의 학력, 실력이 객관적으로 (평균을 따지만) 서민층보다 좋다는 걸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에서 학교 격차 까자는게 실력대로 평가받자는 얘기 아니던가. 문제는 실력격차의 여부가 아니라 그에 따른 보상의 격차가 어느 정도나 되어야 하는가 이다.

공정 경쟁은 주로 구조조정의 수단이다. 저부가가치 중소기업, 구멍가게를 정리하여 자영업자의 비율을 낮추고 자본고도화를 이룩하는게 목표일 때 내세울 구호이다.

꼭 적합한 사례는 아니지만, 스웨덴에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나 같은 직종은 같은 임금을 받게한 적이 있었다. 인재들이 굳이 대기업에 가지 않아도 같은 임금을 받으니 중소기업으로 가고 산업 내 회사간 격차의 축소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중소기업의 융성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몰락이었다.

생산성 낮은 중소기업과 업종에 투자했던 자본이 몰락하고 그 자본이 모두 생산성 높은 대기업과 업종으로 구조조정되었다. 결과적으로 고수익 업종으로의 전반적 구조조정이 이루어졌고, 추가적 평등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대기업과 경쟁력 높은 노동자들의 연합에 의해 버로우.

공정 경쟁이란 용어가 "공정"성에 방점이 찍히고 경쟁에서 밀리는 행위자를 보호, 보상격차의 축소를 목표로 한다면 레토릭으로 의미가 있겠지만, "경쟁"에 방점이 찍힌다면 오히려 지난 10년간 지속된 불평등의 증가에 기여하고 말 것이다. 경쟁에서 승리한 분들이, 서민층에게 미안함을 느낄 필요도 없이, 자신들의 정당한 승리에 대한 자심감만 더할 뿐.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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