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의 노동시장의 차별을 "증명"한 유명한 논문 중에 AER에 실린 Bertrand and Mullainathan (2004)이 있다. 사회학에서는 2009년에 나온 Pager et al.의 ASR 논문이 있고. 아직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아시안계의 차별을 증명한 캐나다 노동시장의 논문도 있다.

이들 논문의 공통점은 실험을 통해 흑인이 똑같은 이력서를 냈을 경우, 인터뷰하자고 하는 경우나, 면접을 한 후  일자리를 제공하는 확률이 유의하게 낮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차별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차원은 (1)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과 (2) 학력 획득에서의 불이익이다. 다른 차원에서의 차별--특히 문화적--은 이 두 차원이 해결되면 일정정도의 지체를 겪은 후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에서 이태리계와 아이리쉬계에 대한 차별이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공부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다른 논문과 내가 직접 데이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과 (2) 모두에서 호남차별은 사라졌거나 상당히 줄어들었다. 남아있는 영역은 주로 "고위관리직"의 문제인데, 이는 한국 정치가 민주당과 한나라당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노동시장이나 학력증진 면에서 별도의 정책적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가면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다.

호남차별이 아직도 광범위하고 전방위적이다고 "믿고"있는 분들은 이를 증명해야 한다. 내가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의 기대는 노동시장에서의 호남차별이 드러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호남차별의 "실재"를 밝히는 새로운 결과가 나오지 않는 한, 나의 예상은 호남차별 문제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그 중요도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차별은 구분짓기에서 나온다. 앞으로의 한국 사회는 외국인 출신 노동자의 유입, 다인종 사회로의 변화, 통일 후 북한 출신과의 구분짓기 등, 호남차별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다양하고도 강력한 구분짓기의 잠재적 요인들이 있다. 이 요인들의 중요성, 현저성이 높아지면서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영호남인 간의 갈등은 문화적 에피소드 차원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20세기 막바지의 한국사회의 주 갈등축이 영호남 대결이었다면, 21세기의 한국사회의 갈등축은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사회에서의 경제적, 교육적 성취도가 낮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과의 갈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1980년대 초에 미국에서 윌슨이라는 사회학자가 "줄어드는 인종의 중요성"이라는 책을 출간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 책은 아직도 논쟁 중이다. 이 책의 주요 주장은 앞으로 인종문제보다는 계급문제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그 책의 내용 중 계급문제는 잊고 아직도 인종만 얘기하지만, 1980년대오 비교해서 2010년인 지금 미국사회에서 계급의 중요성이 엄청 커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의 한국사회가 상대적으로 해결이 용이한 영호남 갈등을 겪었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인 인종갈등을 겪을 상당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여기에 세대간 문제와 지금도 커지고 있는 계급 문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이 겹쳐질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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