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상식

기타 2010. 10. 11. 01:48
사회학의 문화적 상대주의론, 송두율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의 상식은 모두 비슷한 주장이다. 보편성이 아니라 특수성으로 그 사회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

이 논쟁에서 두 개의 다른 국가가 언급되었다. 하나는 싱가포르, 다른 하나는 영국. 

역사학자 김기협씨가 북한의 3대 세습을 보고 싱가포르의 부자세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래도 싱가포르는 좋은 나라 아니냐는 것. 나는 김기협씨의 싱가포르 언급을 보고 리콴유가 주장했던 "아시아적 가치"가 떠올랐다. 디제이가 보편적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해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하는 리콴유의 주장을 비판한 것도 생각나고. 아시아식 가치나 박정희의 유신체제가 주장했던 한국적 민주주의와 뭐가 다른지.

영국 왕실의 예를 들며 북한의 세습을 북한식 상식으로 언급한 박지원 의원의 주장도 이 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라면서 왕실을 유지하는게 이상하지만, 그들 나름의 상식이라는 것. 피를 흘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탄생시키기 위한 타협책이 세습으로 공화정을 부정하는 사회와 대비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

모든 일을 하나의 가치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모든 일을 그들의 독특한 상식으로 인정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여자를 돌로 쳐서 죽이는 인도나 이슬람 일부도 나름 내부 상식에 따른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인권, 자유, 인간 가치의 평등, 정치적 민주주의는 피로써 쟁취한 보편적 규범가치다. 여기에 상대주의가 설 자리는 매우 협소하다.

3대 세습은 그들만의 상식이 아니라, 그들만의 몰상식이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