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의 개입에 의한 기업 이익의 배분"이라는 평등 촉진 메카니즘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런 얘기하면 반발하는 사람이 많지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경제발전과 더불어 불평등이 완화되었다. 이런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었던 기제가 바로 국가의 개입에 의해 계층 격차를 억누르는 것이었다. 당시의 권위주의 국가는 노동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자본에 대해서도 상당한 통제권이 있었다. 과정은 어글리하지만,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 방식은 자본에 대한 국가권력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을 때는 잘 작동하는데, 그 균형이 무너진 지금, 이 방식이 작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껏해야 시늉만 하다가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 사람들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그게 문제라는 건 다 아는데, 그 대안에서 복지, 사회적 합의 모델을 제외하고 남는 걸 찾다보니,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대안을 찾다보니, 이런 정책일 수 밖에 없다. 딱히 나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실행할 수 있을지는 적잖이 의심스럽다.

국가든, 노조든, 정치세력이든, 윗 동네의 공산주의 세력이든, 자본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이익공유제든, 사회적 합의든, 복지 국가든 가능하다. 정운찬의 돈키호테적 제안이나, 소액주주 운동, 양심선언등의 고소고발전으로, 혹은 중도노선을 강화한 민주당의 재집권으로, 이 목표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권위주의 중에서도 자본에 종속적으로 결탁된 것보다는 자본과 노동 모두의 우위에 있는 권위주의가 [불평등 완화/이익의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낫다.)

한국사회가 권위주의로 돌아갈 수 없고, 노조가 갑자기 커질 수도 없고, 윗동네 뽀그리가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자본에 압력을 넣으면서 사회적 평등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은 정치블록 밖에 없지 않은가? 스스로 좌파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민노당/진보신당 등의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고 (좌클릭한)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의 대통합을 바라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고깝게 보지만, 문성근의 백만민란,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 민주당의 진보개혁모임 등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대선이나 총선의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 때문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측면에서 이것 말고 대안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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