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방지법 반대

정치 2012. 4. 24. 10:14

너무 바빠서 총선과 한국정치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덕분에 정신건강은 좋아지는 듯. 


바빠도 (비록 아무도 신경 안쓰겠지만) 이 건 한마디 해야겠다. 


최근 여야가 합의한 몸싸움 방지법은 과반수가 아니라 2/3의 찬성이 있어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반드는 법. 이렇게 되면 여야가 화기애애하게 토론하고 합의하고 타협하는 전통이 생길 것으로 착각하지 마시라. 2/3 찬성 법안은 현상유지를 용이하게 하고, 이익단체나 재벌의 사주를 받는 1-2명의 의원이 개혁법안을 저지시키는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한 방식이다. 


미국에서 2/3 찬성법과 필리버스터가 어떻게 악용되고 친부자법은 통과시키고 친서민법은 저지시켰는지에 대해서는 Hacker & Pierson이 Winner-Take-All Politics에서 징그럽게 잘 써두었다. 폴 크루그만이 과반수의 다수결이 지배하지 않는 정치가 어떻게 현상유지에 기여하는지 간혹 터뜨리는 불만도 귀기울일만 하고.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재정이 엉망이 되는 이유도 그 놈의 2/3이 찬성 법안 때문이다.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보수적인 정서가 지배적인 국가에서 개혁을 이루고, 친서민, 복지 제도를 확립하는 방식은, 2/3 찬성제도가 아니라 과반수에 의한 다수결 제도를 필요로 한다. 


가끔씩 생기는 우호적인 국면에서 복지와 천서민 제도를 법안으로 통과시키면, 다수 대중이 이 제도의 혜택을 보고, 서민이 바로 이 제도의 기득권층이 된다. 그 이후에는 복지제도를 보수정치가 함부로 바꾸지 못한다. 


대공황으로 FDR이 사회보장제를 시작하니까, 부시가 재선되고 사회보장제를 망가뜨리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사회보장제를 없애겠다는 상하원 의원은 집중적 공격의 대상이 된다. 노인층에서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제도도 미국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보수정치인들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한국의 사회주의적 의료보험제도도 전두환에 의해 확립된 후 아직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다. 국민연금제도 조금만 지나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거다. 


보수적인 국가도 독재자의 선심이든, 아주 가끔씩 생기는 우호적인 정치 환경이든, 일단 대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포퓰리즘적 제도를 확립하면, 이걸 되돌리기 매우 어려워져서 어쩔 수 없이 진보적인 복지 국가가 되는 그런 길을 걸어 왔다. 기득권층에 유리한 정치환경에서 복지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다수결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 번 대통령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박근혜가 당선된 후 힘을 발휘하지 못할 까봐 이 법에 반대하고 나섰으니, 민주당은 이 틈에 이 법에 대한 합의를 깨는게 좋다. 총선에 패배한 지금은 소수가 힘을 쓸 수 있는 이 법이 좋아보여도, 차후 민주당이 만들고자 하는 국가를 건설하는데 이 법은 걸림돌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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