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

정치 2012. 5. 26. 11:30

이런 건 한윤형이 나서서 정리해줘야 하는데, 이 양반 요즘 뭐하는지 안보이네. 


통진당 당선자에게 종북을 의심하고, 북핵, 세습, 인권에 대해 묻는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종의 사상검증이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까? 


내가 생각하기에 이 논란의 쟁점은 사상검증 여부가 아니라 "공인"의 개념과, 공인이 감당해야 하는 자유주의적 권리의 침해 정도다. 


상당 수의 국가에서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는 사상 검증은 물론이고, 사생활 검증도 한다.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을 가능성(상당한 개연성도 아니고 가능성이다)에 근거해서 자본주의 원리의 근간이 되는 사유재산권도 제한한다.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의혹도 제기한다. 근거가 완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우리는 공적 기관의 지도자에게 가해지는 이러한 권리침해를 당연시한다. 그게 "공인"이다. (얼굴 팔렸다고 공인이 아니다.)


개인권리는 신장시키면서 동시에 공인에게는 사회적 이익에 근거하여 권리 침해를 인정하는 일견 모순되는 듯한 제도를 자유주의 국가들은 동시에 발전시켜왔다. 


공인 특히 정치인에게 자신의 사상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을 자유는 들어본 적이 없다. 사상 검증은 당연하다. 시장원리는 정책, 사상 모두 까발리고 선택받는거지, 사상도 숨기고 정책도 숨기고 표만 달라고 애걸하는게 아니다. (사상, 정책을 숨기고 표만 달라는 선거가 바로 인기투표)


한국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있어 자유주의 제도가 완성이 안되었기 때문에 설사 공인일지라도 대놓고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기 곤란하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는 전자의 미비에 근거해 후자의 원칙의 탄력적 적용을 요구하는 일종의 변명으로써 이해할 만하다는 것이지, 공인이 자신의 사상에 대한 언론과 유권자의 검증에 응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를 깰 수는 없다. 


구당권파의 사상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정책적 모호성에 더하여, 그들이 민주주의의 원리를 따르는지 조차 의심스럽게 된 정황 때문이지,  이들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시작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변질될 여지도 있긴 하다.)


돌이켜보라.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하니까 이정희 의원이 뭐라 했나?“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결과를 정부는 똑똑히 봐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 하니까 민노당 대변인이 뭐라 했나? "오늘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적대정책에 대한 강한 경고의 표시이며, 동시에 대화를 촉구하는 ‘북한식 행동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3대 세습에는 또 뭐라 했나? “정치권과 언론은 북의 지도자에 대해서 함구해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한 후 통진당은 뭐라 논평했나?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일변도 방식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진당의 비례대표 선거 조작 때문에 외교, 인권, 국가안보에 더하여 민주주의라는 우리 사회가 보편적으로 합의하는 근본가치에 대해서 의심할만한 상당한 사유가 생긴 것이다. 그들의 신념이 무엇인지 묻는게 당연하다. 


민주당에도 소위 말하는 주사파 출신이 상당수 있지만 이들의 사상이 주요 이슈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속한 민주당이 보여준 정책으로 볼 때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 


사삼검증, 재산권침해, 사생활침해를 피하고 싶다면, 공직은 당신의 길이 아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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