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이트, 일베, MLB Park 등을 전혀 내지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잘 인식하지 못하는데, 기린아님의 블로그를 보다보면, 소위 20대 넷우익들의 호남혐오 발언이 극성인 듯하다.


반면 내가 체크해본 거의 모든 통계적 자료는 호남의 경제적 불평등은 꾸준히 완화되어 왔고, 많은 분야에서 격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도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늘었다.


이 모순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내가 가지고 있는 가설은 이렇다.


1) 전반적인 경제 불평등의 증가. 이 경향은 출신 지역에 관계없음. 이에 따라 설사 자신의 경제적 위치의 rank는 동일하더라도 상위 랭크와 비교해서 절대적 격차가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은 증가한다. 


2) 불평등 증가가 곧바로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소위 일베충이나 겜방죽돌 등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는 system justification이라는 체제 옹호적 심리 기제가 우선 작동한다. 불평등이 증가하면 이를 비판하기 보다는, 불평등해야 경쟁이 되고 경쟁해야 발전이 되고 발전해야 결국 나도 좋아진다는 등의 논리로 불평등과 이를 낳는 체제를 더 옹호하게 된다는 것.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처지는 개선되지 않기에 자신이나 체제 외의 존재에서 비난 대상을 찾아야 한다.


4) 인간 사회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비난 대상은 범주가 다른, categorical disctinction이 가능한 집단이다. 다인종 국가에서는 소수인종이 쉽게 그 타겟이 된다. 한국에서는 의미있는 인구 사이즈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범주적 구분이 가능한 집단이 호남이다.


5) 특히 집단 내 불평등이 늘면서, 동시에 집단 간 격차가 감소하면, 자신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대상 중에 타집단(한국에서는 호남인)의 비중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집단A와 집단B의 내부 불평등이 0이고, 평균 소득이 집단 A > 집단 B 라면 집단 A 소속원의 100%가 집단 B 보다 소득이 높다. 따라서 집단 A의 누구도 집단 B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집단 내부 불평등이 높아지면, 설사 여전히 평균 소득이 집단 A > 집단 B 으로 유지(내지는 설사 확대)될지라도 소득이 낮은 집단 A는 자신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대상 중에 집단 B 소속원이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집단 간 평균 소득 격차가 줄어들 때, 이 경향은 더 심화된다.


6) 그 결과 전반적 경제불평등 증가와 집단 간 격차 감소가 동시에 진행될 때, 교육받지 못한 다수대중이 불평등 체제도 옹호하고, 범주적 구분이 가능한 집단을 비난함에 따라 호남혐오도 증가하게 된다.  


7)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따라서 전반적인 경제적 기회 확대와 불평등의 해소다. 역사적으로도 인종 간 갈등의 가장 극적인 해소는 non-zero-sum-mobility라는 경제적 기회 확대를 통해 전체 집단의 경제적 처지 개선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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