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에 이런 글이 올라왔길래. 


호남이 차별받고 영남이 우대받았다는 증거로 자주 쓰이는게 인구변동인데, 스토리가 그렇게 단순하지않다. 지역별 인구 변동을 영호남에만 촛점을 맞추다보면, 지역별 인구 변동이 주는 큰 그림을 오히려 놓치기 쉽다.


아래 그래프는 지역별 인구 변동이다. x축은 연도, y축은 인구수(단위: 1,000)다. 이 그래프는 한국의 사회 변화에 대한 큰 그림을 몇 개 알려준다.일단 그래프에서 보이는 stylzed facts부터 보자.


(1) 아래 그래프를 일변하면 대략 90년을 기준으로 2개 시대로 대별된다. 90년 이후 서울의 인구 증가세가 꺾인 반면, 경기도는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서울과 경기의 인구 사이즈 크로스는1990년대 후반이다.수도권의 발전 패턴이 1990년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2) 영남 인구의 증가는 영남 전체의 증가가 아니라 경남 인구의 증가다. 1970년 이후 경북 인구는 정체다. 경남의 인구 증가도 1995년 이후 정체다.


(3) 호남의 인구는 1995년까지 급속히 줄다가, 그 이후 감소율이 둔화되었다. 2000년 이후 경북, 전북, 전남의 인구감소율이 유사하다.


(4) 지방 중 충남이 유일하게 1990년 이후 인구 증가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전남과 충남의 인구 크로스가 일어났다. 



어떤 분들은 지역별 대표 도시의 변화를 봐야 한다고 하더라. 통계청의 광역시도별 집계가 울산의 추가 등 일관성이 떨어져 1990년 이후만 보면 아래 그래프와 같다. 


(5)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지난 20년간 지방 대도시의 인구변화 트렌드는 convergence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은 감소하고 대전, 광주는 증가해 인구크기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위 그래프와 마찬가지로 수도권인 인천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럼 위 그래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이 그래프에서 파악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87년 체제.


좌파진영에서 87년 체제를 자주 얘기하는데, 이게 단순히 정치가 민주화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시도별 인구 변화 패턴도 87년 체제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서울, 수도권, 경남의 인구 증가, 호남의 인구 감소로 요약되는 70-80년대 패턴이 끝나고, 경기도의 인구 증가와 다른 모든 지역의 인구 정체로 요약되는 새로운 패턴이 시작되었다. 1990년 직후는 분당, 일산 등 신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한국의 도시 개발 전략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출생아수가 가장 많았던 해가 1970년 전후다. 이들이 대학 진학 등 본격적으로 인구 이동을 시작하는 때가 대략 1990년 전후다.과거에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전, 특히 고등교육자의 이전은 서울로의 이동을 의미했지만, 90년 이후는 아마 서울 인근 위성도시로의 이동을 의미할 거다.


서울에서도 70년 전후 강북 출신 내지는 중하층 이하의 게급의 자녀는 혼인 후 서울에 남지 못하고 서울 인근 신도시로 밀려난 것도 이 즈음이 아닐까 싶다.90년대 중반 이후 대졸자도 급증한다. 학위 취득 후 괜찮은 직장과 서울 중산층 진입을 꿈꾸던 세대의 좌절도  함께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시점이 "강남"이 계급격차를 대표하는 단어로 떠올랐을 것이다. 즉, 87년 체제란 한국에서 민주화, 지역격차, 계급문제가 뒤섞인 상태에서 게급이라는 단일 문제로 전환되기 시작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90년대 후반 경제 위기는 그 변화를 더욱 극명하게 급속하게 드러냈을 뿐, 변화의 시작은 그 이전이다.


2. 쌍팔년 시절


이러한 급격한 사회적 변화 이후 1990년대 중반 이후에 10대와 20대를 보낸 세대에게 증가하는 영호남 격차와 차별은 쌍팔년 시절 얘기다. 


예전에도 한 번 얘기했듯이, 최근 나타난 일베의 인종주의 의식은 90년대 이후 자신들의 직접 경험한 현실과 386세대의 주장과의 괴리, 발전하는 한국과 자신들의 그리 개선되지 않은 처지와의 관계를, 체제 옹호적인 입장에서 폭력적으로 해소하는 방식일 수 있다.


3. TK와 경제발전


위 그래프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영남에서 경남과 경북의 차이다. 1970년 부터 1995년까지 사반세기 동안 경남의 인구는 크게 증가하지만, 경북은 정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TK 출신 대통령이 집권한 70, 89, 90년대 동안 TK의 인구는 그리 증가하지 않았다.


이 애기는 70-80년대의 "경부선" 중심 발전이 경부"선"이라기 보다는 "경부"였다는 의미다. 호남저개발과 영남 경제개발에 기반해 지역감정을 유발하고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득에 철저히 이용했고, 구미공단 등 황당한 무리수도 있고, 수도권에서 자원을 배분할 때 출신지역에 따른 차별을 두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지역 경제개발 순위에서 정치나 고향사랑보다는 경제논리가 더 지배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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