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강한 대북 제재에 나선 만큼 미·일·EU·유엔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이 실효적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 국제사회가 중국을 향해 대북 제재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 중단이 중국을 실효성있는 대북 제재에 끌어들이기 위한 필요조건이었다면,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다. 설사 법적 절차, 개인의 재산권 등의 원칙에 입각해 결코 동의하지 않더라도,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할 여지는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개성공단 중단이 그런 외교적 전략을 가지고 쓰는 계획된 포석인가? 그럼 도대체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에 곤란한 사드배치는 왜 성급하게 발표한건가?
그 이유는 경향신문에서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려면 중국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개성공단을 닫았다고 해서 중국이 ‘우리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을 가질 리는 없다.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의 공조가 필요하다. ... 이 중 핵심은 미국의 제재법안이며, 특히 법안 내용 중 중국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의 실행 여부가 관건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의 거래에 관련된 단체·개인을 미국 국내법에 따라 제재하는 것으로, 사실상 중국이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 ... 그동안 정부는 미국이 이 같은 강력한 카드를 꺼내지 않는 것에 내심 불만을 갖고 있었다. 반면 미국은 한국이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정부의 이번 선제적 조치는 ‘우리는 개성공단을 닫았으니 미국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동하라’는 주문이다. ...
문제는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쉽게 꺼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한국의 마지막 카드인 것처럼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의 마지막 카드다. 미·중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데다 현재 미·중의 경제·전략적 관계를 감안하면 이 제재는 미국에도 피해가 미칠 수 있다.
즉, 개성공단 중단은 대미 메시지라는 얘기다. 어차피 우리 힘으로 중국을 움직일 수는 없고 미국에 기대야 하니, 중국의 반발이 있더라도 사드와 같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수 밖에 없다는 것.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득달같이 미국으로 날아간 이유도 이제 잘 설명이 된다.
우리의 출혈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중단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전략적 인내에서 적극적 대처로 전환토록 이끌어야 한다. 올 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이게 가능한가? 북한이 핵을 이미 개발한 것은 기정 사실인데, 미국이 현 시점에서 현상유지가 아닌 적극적 대처로 전환할 이유가 있고, 여건이 되는가?
경향신문에서 잘 설명했듯, 실효성있는 대북제재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중국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 중국문제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대한 큰 결정이다. 올해가 마지막인 레임덕 행정부에서 이런 큰 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미국(과 세계)의 가장 큰 골치는 북핵이 아니라 경제문제인데. ...
가능성1: 미국은 입법부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관련 법만 통과시키고 행정부는 그냥 뭉겐다. 한국은 개성공단은 포기. 사드는 미국에 내주고. 중국과의 관계는 틀어지고. 북한과는 긴장 고조. 미-일 안보 동맹의 종속 플레이어로 전락.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닭짓
가능성2: 미국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하고 중국이 이에 따른다. 북한에 큰 데미지. 북한의 핵개발 사업 지지부진. 미국과 전략적 동맹 고도화.
--> 성공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
외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의 판단으로는, 첫번째 가능성이 더 큰 것 아닌가? 또 다른 가능성이 있나?
언론에 나온 바로는 개성공단 중단을 주도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개성공단 중단이 앞뒤 제대로 재지않고 내지른 박대통령의 닭대가리 같은 행위였는지, 고도의 정치적 행위였는지는 미국의 행동을 보면 조만간 판가름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