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보도: ‘통일부 장관 발언 취소’ 자료는 청와대 작품


홍일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임금이 북 노동당 지도부로 유입되어 사실상 핵 개발에 쓰였고, 증거도 있다고 발언했다가(2월10일), 취소하고(15일 국회), 취소했던 걸 다시 취소(15일 통일부 해명)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임금이 노동당 지도부로 갔다는 주장을 국회에서 반복 했다 (16일 연설).


증거는 있는 걸까 없는 걸까? 


홍일표 장관이 발언했을 때는 야당에서 모두 들고 일어나 증거를 대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이 발언한 후에는 그런 요구가 쏙 들어갔다. 언론은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을 중요하게 다뤘지만, 야당에서는 꿀먹은 벙어리다. 홍 장관이 얘기했을 때와는 완전히 반응이 다르다. 오늘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의 연설에서도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 스스로 안보리 위반이라고 (즉, 증거가 있는데도 북을 도와줬다고) 비판했다.  


왜 그러는걸까? 


장 쉬운 설명은 증거가 있다고 의심되기 때문이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이런 주장을 대담하게 피력하기는 쉽지 않다. 장관은 실수로 발언했을 수 있지만, 준비된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실수일 리 없다. (부시 행정부처럼 이라크에 대량살상 무기가 있다고 전세계를 상대로 거짓말한 케이스가 없는건 아니다.)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정보인지, 청와대와 박대통령은 가지고 있지만 야당은 없다. 오락가락 행보로 보건데 홍일표 통일부 장관도 정확히 모르는 듯하다. 국정원과 청와대만 공유하는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완전한 정보비대칭 상황. 


과거 NLL 논란 때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 일이 이슈였기에 상당한 정보가 야당에 있었지만, 개성공단은 대부분의 운영 시기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다. 야당에 정보가 있을 리 없다.  


이런 정보비대칭 상황에서 야당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끝까지 물고늘어질 수가 없다. 세게 나오다가 작은 증거라도 내놓으면 야당만 종북으로 몰린다. 박 대통령은 정보를 내놓지 않고 야당에서 더 강하게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이런게 바로 술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북풍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한국 민주주의 제도의 공고화라는 좀 더 심층적인 차원에서 문제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정원에서 해당 정보를 외통위에 비밀 내용으로 보고하고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실제로 개성공단 자금이 북의 통치자금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 여야가 동의해서 개성공단을 잠정 폐쇄할 수도 있다.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의 태도를 보건데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대통령이 국회를 완전 무시하는 나라. 국민의 대표에게 정보를 주기보다는 술수를 부리는 편을 택한다. 


이 번 사태로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가 혼란에 빠진 것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회에 정보를 안주고 무시하기 때문이다. 장관이 국회에 보고했고,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했지만, 국회에 제공한 정보가 없다. 국회연설로 알리바이만 만들고, 내용적으로는 제도화된 정치를 무시한다. 


대통령이 거리 서명에 직접 참여한 것도 유사한 행위다. 법률 통과를 위해 야당과 대화하고 협상하는게 아니라 그 자신이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거리로 나가 버린다.  


제도를 무시하고 국민에 직접 호소하는 포퓰리즘 정치. 대의제에 기반한 민주주의 제도를 흔드는 매우 위험한 정치다.





더욱 우울한 것은, 안철수가 국민의당을 만들며 야당 내부의 경쟁으로 이 번 선거의 구도를 바꾼 덕분에 선거를 통해 이를 바로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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