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심각하게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 번 박근혜 정부의 정책 대전환을 아주아주 심각하게 생각한다. 닭짓이라고 그냥 놀리거나, 몇 년 만 참으면 된다고 자위할 일도 아닌, 차기 정권의 대북정책도 규정하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본다. 


이 번 사태를 북한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한가지가 명확하다. 


그것은 박근혜 정부와 한국인들의 의지를 제대로 시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번 소설을 써보자. 


북한은 한국이 햇볕정책을 필 때도 이런 태도를 보였다. 금강산 관광이 실시된 바로 다음 해에 제1차 연평해전을 일으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의지를 시험했다. 월드컵 기간 중에 제2차 연평해전을 일으켰고. 김대중 정부는 국내외의 온갖 비판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을 유지하였다. 한국인들은 월드컵 기간 중에 해전이 일어나도 동요하지 않았다. 햇볕정책이 지속되었던 것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이런 의지와 한국인의 침착함 때문이다. 북한의 질문에 우리의 의지는 명확하다고 답을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는, 이명박 전대통령의 퇴임 기자 회견에서 밝혔듯 북한이 이명박 정부와 접촉했으나 성과가 없이 종결되었을 때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을 수용하지 않고 너네가 견딜 수 있냐는 것. 대화없이 대결이 지속되는걸 인내할 수 있냐고 시험한 것이다. 대답은 우리는 북의 그 정도 도발은 신경 안쓴다는 것. 외국에서는 한국인들의 침착함(내지는 무신경)에 혀를 내둘렀다. 


이 번 박근혜 정부의 정책 전환에도 북한은 한국의 의지를 시험해 봐야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번 정책 전환은 그 이전 정권의 정책 변화와는 비교도 안되는 큰 전환이라는 점. 이전정권에서 한국의 정책은 보수든 진보든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었다. 북한으로써도 체제에 위협이 될 만한 시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 번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노골적으로 북한의 레짐체인지를 관철시키겠다는 체제 위협적인 정책 변화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한국은 군사적 충돌과 그로 인한 경제적 혼란을 견딜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 시험해 봐야 한다. 한국에서 경제적 혼란이 일어날 정도의 군사적 충돌을 일으켜볼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를 말릴려고 할까? 사드배치에 군사적 행동으로 위협하는 중국인데. 


북한과 관련된 우리의 의지를 드러내는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이 머지않아 도래할 수 있다. 


여기서 한국인이 동요하지 않는다면 박근혜의 정책을 다음 정권이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고, 혼란에 빠져버리면 북한 레짐체인지론은 정책의 선택지에서 지워질 것.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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