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기고문



한국의 빈부 격차에 따른 투표율 격차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크다는 최근의 발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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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모든 시민이 투표한다면 앞으로 100년 동안 민주당이 집권할 것이다.” 미국 좌파경제학자 존 갤브레이드가 1986년 남긴 말이다. 투표하지 않는 시민의 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며, 민주당 지지자보다 공화당 지지자가 더 많이 투표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


실제로 모두가 투표한다면 민주당이 100년 동안 집권할 것인지 검증할 방법은 없다. ... 여러 사회과학 연구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은 투표에 참여하는 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 사이 선호하는 정책에서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은 참여하는 시민보다 세금 인상이나 복지 확대 등 분배 위주의 정책을 선호한다. ... 


...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투표율 격차는 평균 13%p이다. 한국은 소득 상층과 하층의 투표 참여율 격차가 29%p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미국은 23%p, 스웨덴은 6%p이다. 빈부격차가 정치 참여 격차로 이어지는 정도가 가장 심한 국가 가운데 하나가 한국인 셈이다.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호주는 소득에 따른 투표율 격차가 2%p에 불과하다. 


빈부에 따른 투표율 격차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 주민등록을 한 모든 성인이 자동으로 유권자로 등록되는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는 투표권을 가지려면 별도로 등록을 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무료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투표장에서 제시할 수 있는 신분증을 무료로 발급해주지 않는다.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수수료를 내는 것처럼 투표장에서 통용되는 신분증을 받으려면 비용을 내야 한다. 


따라서 유권자 등록과 유료 신분증은 투표율을 낮추고 소득 격차에 따른 투표율 격차를 키우는 두 가지 중요한 걸림돌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걸림돌이 없음에도 소득 격차에 따른 투표율 격차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서민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없어 투표 참여 동인이 없거나, 서민층의 투표 참여를 막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 그만큼 크다는 결론이 나온다.  ...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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